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는 3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조씨의 죽음에 대한 진정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19일 오전 9시 경남 함안군에서 근무력증 장애인 조모(남·41·지체장애 5급)씨가 홀로 거주하던 집에서 동사한 채 발견된 사건을 두고, 장애인계가 일제히 “정부의 잘못”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지난 20일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조씨의 시신은 경남 함안군 자활후견기관 도우미에 의해 발견됐으며, 당시 조씨가 자던 한 평 남짓한 방안에는 수도배관이 강추위에 동파되면서 터져 나온 물이 방안으로 흘러들어 이불과 바닥이 흥건히 젖은 상태였다.

결국 수돗물이 방안으로 흘러 들어왔지만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참변을 당한 것. 조씨는 9년 전 어머니가 사망한 후 혼자서 살아왔으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집을 방문하는 자활후견기관의 도우미가 전해주는 도시락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도우미가 방문하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빵으로 끼니를 해결해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의 조사에 따르면 조씨의 장애등급 5급은 지난 1994년에 받은 것으로 근육장애가 진행성인 것을 감안하면, 사망 당시 조씨의 장애는 구조 전화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초 중중이었다.

집 근처에 사는 형과 친척이 살고 있지만, 사회와 언론이 조씨의 죽음에 대해 가족과 이웃의 무관심으로 돌리자 죄책감에 휩싸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에 조씨의 이름조차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단체들, 성명서 발표해 정부 질타

기초법 전면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3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빈곤과 차별 증언대회를 개최해 조씨를 비롯해 국가의 무관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죽음 행렬을 막아야한다

이에 대해 경남장애인부모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어 “경상남도와 함안군은 동사하여 세상을 마감한 장애인의 죽음에 대하여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하여 향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경남장애인부모회는 “경상남도는 이 땅에 장애인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엄청남 고통과 시련이 있기에 현실적인 장애인수당을 도입하라”고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서울DPI도 지난 26일 성명을 내어 “조씨의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주말은 조씨가 삶을 유지하고 인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국가가 책임져야할 부분이지, 이웃과 친인척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가 아닌 것을 깨닫고, 장애인정책을 바라보는 문제 지점을 이제는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DPI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해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며 “장애유형마다 정도에 따라 다른 정책적 욕구는 주관적 경험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9일부터 1인시위에 돌입한 자립생활지원조례제정및장애인복지발전대안연대는 “조씨에게 활동보조인이 파견됐다면, 자신의 방에서 얼어 죽는 이러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보건복지부 및 일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시범사업으로 실시되고 있는 활동보조서비스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자립생활지원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인권위에 진정

국가인권위원회 곽노현 사무총장은 3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13층 위원장실 복도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회원들에게 조씨의 죽음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책을 찾아볼 것이라고 약속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단체들의 반발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는 3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씨의 죽음에 대해 자체적으로 진상을 조사하고, 보건복지부가 활동보조서비스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정책 권고를 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날 진정서 제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박경석 공동준비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단순사건으로 치부하고, 가족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인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이 사회는 야만적인 사회”라며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도화해 장애인의 죽음을 막아야한다”고 밝혔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최광훈 회장은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근육장애인들은 방안에서 짐승처럼 살다가 조씨처럼 죽어나가고 있다”면서 “자원봉사자가 아닌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이러한 일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한 농민의 죽음으로 경찰청장이 사퇴했지만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와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면서 “아직도 국가는 장애인의 문제를 가족과 자원봉사자에게 떠넘기고, 책임지려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회원 20여명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영황 위원장과 면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종무식을 마치고 일찍 퇴청하는 바람에 곽노현 사무총장이 대신 이들의 면담에 응했다.

곽 총장은 이날 면담에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인권위가 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찾아내서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최근 장애인팀을 만들어 전담인력을 늘려놓았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알아보고 제도적인 개선책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기초법 전면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3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빈곤과 차별 증언대회를 개최해 조씨를 비롯해 국가의 무관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죽음 행렬을 막아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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