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족한테는 제일 못 해주고, 남들한테 잘하는 사람을 아주 싫어한다. 그런데 가족은 매일 보는 사람이고, 너무 편해서일까. 가장 날 이해해줄 것만 같은 기분일까. 그렇다고 해도 화내고 못되게 하고 짜증을 내면 안 되는 거다! 그걸 알면서 잘 안 되는 나도 똑같은 사람인가 보다.​

사랑하는 남편에게도, 소중한 아이들에게도 화를 내고 함부로 하면 안 되는데, 지금까지도 반성하고 있다.

한 8년 전까지 육아 우울증에, 내가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힘드니 그 화를 남편과 아이들에게 늘 내고 살았던 것 같다. 그때는 남편과 아이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고 짜증을 냈다.

남편과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걸 깨닫기가 참 힘들었다.


남편은 보살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화를 거의 내지 않는다. 물론 뚜껑이 열리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화를 내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결혼생활 14년 동안 5~6번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아무튼 내가 화를 내고 짜증을 내도 별 말없이 듣고 있다가 “에구~ 내 팔자야!”라고 한마디 하는 게 다이다. 이러니 싸움이 안 돼서 정말 다행인 거다. 이런 남편에게 온갖 잔소리를 하며,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던 예전에는 정말 화도 내고 짜증도 많이 냈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둘째가 태어나고 갈수록 떼가 늘어나고, 짜증과 투정이 많아지는 연년생 첫째 때문에 나도 덩달아 짜증과 화를 멈출 수 없었다. 어린 둘째 때문에 체력의 한계도 느꼈다.

예민한 첫째에게 나 역시 예민함으로 더 날을 세웠다. 천성이 느긋한 둘째에게도 늘 재촉하고 닦달하는 엄마였다. 아이에게 자꾸 화가 치미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아이에게 자꾸 화가 치미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 Unsplash
아이에게 자꾸 화가 치미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 Unsplash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이유도 모르겠지만, 남편에게, 친정엄마에게도 불만 가득, 화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이가 그냥 ‘엄마’라고 부르는 단순한 말에도 ‘왜? 왜! 왜!!!’라고 감정적으로 반응할 정도여서 내가 제대로 된 엄마가 맞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더 힘들었던 부분은 아이, 남편, 엄마에게 화를 내고 난 뒤, 밀려오는 후회와 스스로에 대한 화였다. 내가 왜 이러는지,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니 답답하기만 했다. 나 스스로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되돌릴 방법이나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낳은 행복, 가족과 화목한 분위기, 긍정적인 생각 같은 건 아예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던 때였다.

가족과의 행복, 화목한 분위기는 생각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 Pixabay
가족과의 행복, 화목한 분위기는 생각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 Pixabay

이런 내가 감정코칭 수업을 한 주, 한 주 들으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우선 ‘모든 사람의 감정은 소중하다!’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전까지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나쁜 것이라서 마음에 가져서는 안 된다고 배워왔다. 그래서 모든 감정이 소중하다는 말을 듣고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감정을 먼저 돌아보게 되고 내 어린 시절의 기억들까지도 꺼내서 감정을 알아차리는 과정을 겪었다. 또, 모든 감정은 의미가 있고 소중하지만, 그에 따른 행동은 타인과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배우고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면서 행동을 수정하는 감정코칭의 대화법을 연습하는 것이 이 교육의 핵심이다.

​남편과 친정엄마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 자신 역시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생각하니 우울증과 스트레스가 극복되었고 회복 탄력성도 점점 생겼던 것 같다.

우울증,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회복탄력성을 갖기 시작했다. © 박혜정
우울증,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회복탄력성을 갖기 시작했다. © 박혜정

무려 9년 전에 교육을 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때 배운 대로 잘 실천하고 있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지금도 가끔 제일 사랑스러운 첫째에게 화를 내며 혼을 낼 때가 있다. 지나고 나서 필요 없고 지나친 화를 냈다면, 그게 정말 미안할 뿐이다.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면 어른이고 엄마이지만, 첫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 엄마가 잘못했더라도 엄마의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는 아이의 마음을 눈 녹듯 풀어지게 했다.

​이렇게 내가 그 교육을 통해 배운 것들로 나에게 온 혹독한 겨울 시절이 지나갈 수 있었고, 그 뒤로도 조금씩 밑거름이 돼서 지금은 따뜻한 봄의 시절도 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혹독했던 연년생 육아였지만, 감정코칭 교육을 통해 이제는 따뜻한 봄의 시절을 맞이했다. © 박혜정
혹독했던 연년생 육아였지만, 감정코칭 교육을 통해 이제는 따뜻한 봄의 시절을 맞이했다. © 박혜정

​감정코칭 교육이 내가 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여행이나 책, 기타 그리고 다른 교육을 통해서도 나의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사고에 갇혀 있던 나는 친정 부모님과도 관계가 그리 좋지 못했다. 육아를 같이 하던 엄마와 늘 툭탁거렸고, 화를 무작정 많이 냈었다. ​그러나 나의 관점이 바뀌고 내가 마음의 여유로움을 가지니 친정 부모님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시월드는 누구나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시어머니와 시누이와도 한 번 서로 감정의 응어리를 허심탄회하게 풀 기회가 있었다. 그 뒤로는 너무 편하고 행복한 관계가 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족이 행복이다. © 박혜정
뭐니 뭐니 해도 가족이 행복이다. © 박혜정

퀴리 부인은 “가족들이 서로 맺어져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이 정말 이 세상에서의 유일한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앞으로 절대 가족한테 함부로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가족과 오해와 감정의 벽이 쌓이면 그것만큼 인생에서 힘든 것이 없었다.

밖에서 고난의 가시투성이가 된 채 집에 오더라도 그 가시마저 보듬어줄 수 있는 건 그래도 가족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족이 행복이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을 사랑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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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칼럼니스트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 현혜(필명), 박혜정입니다. 1994년 고등학교 등굣길에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중증장애인으로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가족, 친구들과 우리나라, 해외를 누비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성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수많은 일을 하며 좌충우돌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육공무원으로 재직했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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