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이 풀려서 기분 좋습니다. 5년동안 너무 힘들었고 괴로웠습니다. 이제는 직장을 잡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이른바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 피고인으로 지난 8월 만기출소했던 지적장애인 정모(33)씨가 억울한 누명을 5년만에 풀게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25일 지난 2007년 5월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노숙인 김 모양에 대한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붙잡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씨에 대한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씨를 비롯한 다른 가해자들이 김양을 수원역에서부터 한 시간 거리의 고등학교까지 데리고 다니며 폭행 장소를 찾았다는 점, 수원역 CCTV에 정씨의 모습이 전혀 없는 점 등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도 엇갈리는 점, 정씨 진술에서 사건 발생시간과 감정결과로 나온 김양의 사망시간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 사건 이틀 전, 정씨가 또 다른 노숙인을 폭행한 혐의(공동상해)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징역 6월을 최종 선고했다.

하지만 정씨는 이미 징역 5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지난 8월 출소해 더 이상의 형을 살지는 않게 된다.

판결을 마친 정씨는 "억울함이 풀려 기분이 좋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고, 수감생활 내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면서 "죄를 짓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었는데 믿어주지 않아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시 내가 노숙자였기 때문에 (수사기관이)함부로 대했던 것 같다"며 "수사받을 때 (수사관이)서류 뭉치로 뒤통수를 때리고, 발로 찬 적도 있다"며 “이제는 직장을 잡는 것이 향후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현재, 수원 다시서기센터의 후원으로 고시원을 지원받아 살아가고 있다.

기나긴 정씨의 법정다툼을 함께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정신적인 고통, 잘못된 수사, 다른 관련자들을 추가 기소하면서의 정신적 피해와 인권도 침해됐다”며 “정씨가 살인혐의로 복역한 5년 기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것"고 말했다.

이어 "강력범에 대한 재심판결은 이번이 아마 최초 사례이다. 진범이 나오지 않은 이상 재심 판결은 너무나 어렵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억울한 사람에 대한 재판이 다시 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씨는 지난 2007년 5월14일 오전 2시께 김양을 평소 절도범으로 의심하던 A씨(여)로 착각하고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그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다.

상고를 포기한 후, 형을 살던 정씨의 무죄 입증의 ‘끈’이 나온건 2년전이다. 검찰이 정씨의 공범이라며 노숙청소년 4명을 추가기소해 재판에 넘겼으나 2010년 7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 것.

이후 대법원은 지난 6월14일 정씨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했고 이어 정씨의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재심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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