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하 사장님께 드리려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 내 책을 가져왔다. ⓒ 박혜정
게하 사장님께 드리려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 내 책을 가져왔다. ⓒ 박혜정

지난 칼럼에서 계속 얘기했듯이, 휠체어를 타고 초등 연년생 현혜와 사이판 한달살기를 준비하기 전부터 온갖 일이 벌어졌었다. 사이판에 와서 멘붕, 현타, 뇌절이 오는 상황이 여러번 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사이판에 있을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신 게하(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지만, 이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고작 드릴 거라곤 가지고 간 나의 책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 뿐이었다.

​사이판 오기 전부터 카톡 프사(프로필 사진)를 보시고 내가 책을 냈다는 걸 아셨기도 했다. 준비과정에서도 세심한 배려를 해주셔서 정성껏 싸인해서 꼭 한 부 드려야겠다 생각하고 가져왔다.​

하지만, 이러 저런 일이 생기면서 책 한권을 드리는 것 만으로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부족했다. 그러나 앞으로 더 소중한 인연으로 지내며 차근차근 갚아나가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바쁘신 가운데 틈틈이 읽으시며 종종 카톡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만나면 이 부분 읽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고, 이 부분이 좋더라 말씀도 해주셨다. 그런 말씀을 들으며 힘들게 책을 쓴 보람이 느껴지고, 내가 오히려 감동, 감격을 받아서 울컥하기도 했다.

​저번에 보내주셨던 카톡을 보고는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너무 놀랍기도 하고 몸둘바를 모를 정도였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희망과 용기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줄 수 있다는 그 자체로 내가 진정으로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게하 사장님께 내 책을 드리고 난 뒤 받은 카톡 내용. ⓒ 박혜정
게하 사장님께 내 책을 드리고 난 뒤 받은 카톡 내용. ⓒ 박혜정

그런데 사이판 한달살기 3주차로 접어들 때쯤, 할 얘기가 있다고 잠깐 보자고 하셨다. 무슨 일 때문이시지? 내가 혹시 뭘 잘못했나? 암튼 무슨 얘기인지 상상도 못하고 갔다.

​사이판 신문에 게하 사장님께서 나의 인터뷰를 추천하셨다는 거다! 그것도 1972년부터 지금까지 50년의 사이판 역사가 가득한 Marianas variety 신문사에, 이 사이판 사회에서 아무도 모르는 나를 말이다.

​햐아~ 내가 도대체 뭐라고... 한편으로는 나를 모르는 여기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50년 전통의 사이판 Marianas variety 신문사에서 인터뷰 질문을 받았다. ⓒ 박혜정
50년 전통의 사이판 Marianas variety 신문사에서 인터뷰 질문을 받았다. ⓒ 박혜정

다음 날 인터뷰 질문 9개를 영어로 받았고, 파파고를 돌려서 답변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답변 역시 한국말로 작성해서 파파고를 돌렸다. 내 나름대로 여러번 수정했지만, 파파고 돌린 영어는 아무래도 어색할 것 같아서 미국에 있는 동생에게 간단한 검수를 받았다.

​그리고는 신문사에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마음을 비웠다. 사이판에서 인지도라고는 전혀 없는 나의 인터뷰가 실릴지, 안실릴지도 알 수 없고,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사이판 신문, Marianas Variety 메인에 나의 기사가 실렸다. ⓒ 박혜정
사이판 신문, Marianas Variety 메인에 나의 기사가 실렸다. ⓒ 박혜정

2023년 2월 17일, 정말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이판 주요 신문사인 Marianas Variety News & Views 에 내 사진과 이야기가 실렸다! 그것도 신문 1면 메인 기사에 큼지막하게 말이다. (자세한 내용은 2페이지에 실렸다.)

실제 종이 신문을 받아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별 것도 아닌 내가 사이판 커뮤니티에 소개되었다는 게 진짜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를 아무도 모르는 사이판 분들이지만, 한분에게라도 희망과 용기, 힘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자세한 내용은 2 페이지에 실렸다. ⓒ 박혜정
자세한 내용은 2 페이지에 실렸다. ⓒ 박혜정

​사이판 한 달 살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막바지에 들면서 사이판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고, 너무 좋아졌다. 조금만 더 있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어떤 여행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이판 살기, 그만큼 그 어떤 여행보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게 나를 위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머나먼 사이판에 많이 생겼으니까 말이다. 수없이 많았던 힘든 순간에도 내가 좌절하지 않고 여행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이판 현지인들께 감사드린다. 부족한 나에게 이런 멋지고 큰 경험을 하게 해주신 게하 사장님, 언니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 사이판 Marianas Variety 신문 기사 링크

https://www.mvariety.com/lifestyle/park-hye-jung-is-a-happy-traveler/article_b469ab02-adb5-11ed-a7c4-1bd91a06e228.html

* 사이판 Marianas Variety 페이스북 기사 링크

PARK Hye Jung, a South Korean... - Marianas Variety News & Views |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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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칼럼니스트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 현혜(필명), 박혜정입니다. 1994년 고등학교 등굣길에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중증장애인으로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가족, 친구들과 우리나라, 해외를 누비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성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수많은 일을 하며 좌충우돌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육공무원으로 재직했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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