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최광근(25·양평군청)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어느날.

유도 선수로 전국체전 출전을 준비하던 그는 연습 경기를 하던 중 상대 선수의 이마에 왼쪽 눈을 부딪쳤다.

눈을 뜨자 앞이 보이지 않았다. 시각 장애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작은 충격에도 망막이 떨어져나가는 '망막박리'로 다음 날 예정돼 있던 전국체전뿐만이 아니라 유도 선수로서의 인생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었다.

최광근은 완전히 시력을 잃은 전맹은 아니지만 사물의 거리를 완전히 분간하기는 어려운 정도다.

유도 선수로서는 치명적이다.

아직 어렸던 최광근은 큰 슬픔에 빠졌다.

유도를 괜히 시작했다고 후회하기까지 했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 울기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유도를 놓을 수는 없었다.

주치의의 반대도 최광근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유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고집은 실력으로 증명됐다.

한국체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2010 광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냈다.

2011년 4월 열린 세계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 세계종합선수권대회 -100kg 개인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1일,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패럴림픽 유도 남자 100㎏ 결승에서 마일스 포터(미국)를 경기 시작 45초 만에 허리후리기 한판으로 꺾고 패럴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올랐다.

마침내 세계의 꼭대기에 선 순간, 최광근은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한참이나 하늘을 쳐다보며 감격스런 순간을 마음껏 만끽했다.

잘할 수 있는 유도를 끝까지 한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영광이었다.

다리에 생긴 봉와직염으로 패럴림픽 직전에 2주 동안이나 병원에 누워 있어 훈련 시간이 부족했다고 생각했지만 세계는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근력 운동을 많이 한 것이 적중했다. 이날 유난히 몸이 가볍다고 느꼈다.

최광근은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연신 어머니를 불렀다.

그가 유도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응원 덕분이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서 다행이에요. 어머니께서 지금 림프선 결핵으로 많이 편찮으세요. 엄마 빨리 나아! 나 금메달 땄어!"

그의 즐거운 외침이었다.

junm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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