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이행 실태조사 협조 요청 공문을 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이행 실태조사 협조 요청 공문을 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 등으로 인한 경찰 조사를 거부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준수로 맞섰다.

혜화경찰서에게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 당하자, 또다시 ‘법적 근거가 있다’며 공문을 넣고 맞대응한 것.

전장연 등 4개 단체는 28일 혜화경찰서 앞에서 편의시설 조사를 거부한 혜화경찰서를 규탄함과 함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서울경찰서 31개소 전수조사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서울 시내 경찰서 중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10곳!' 피켓을 든 장애인활동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 시내 경찰서 중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10곳!' 피켓을 든 장애인활동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 ‘편의시설 없다’ 경찰 출석 거부

전장연 박 상임공동대표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지하철 삼각지역·신용산역·경복궁역 등에서 집회나 탑승 시위를 하면서 도로를 점거하고 열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집시법 위반 등)로 경찰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경찰서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우선’이라고 거부하고 있다.

1998년 시행된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면, 파출소 등 국가 또는 지자체의 청사에 장애인 등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전장연이 파악하기로는 혜화경찰서 등 서울 시내 경찰서 10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다. 휠체어를 탄 활동가들이 조사실이 있는 3층으로 이동할 수 없는 상태. 경찰 측은 편의시설이 갖춰진 남대문경찰서로 전장연 사건을 모두 이관했지만, 이마저도 ‘꼼수’라며 거부하고 있는 것.

박 상임공동대표는 3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서울시 산하 전체 경찰서에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편의시설 전수조사와 설치계획에 대한 예산이 반영된다면 자진 출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서울경찰청 측이 내년도 예산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예산 14억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단체는 28일 혜화경찰서 앞에서 편의시설 조사를 거부한 혜화경찰서를 규탄함과 함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서울경찰서 31개소 전수조사를 실시하자고 거듭 제안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단체는 28일 혜화경찰서 앞에서 편의시설 조사를 거부한 혜화경찰서를 규탄함과 함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서울경찰서 31개소 전수조사를 실시하자고 거듭 제안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편의시설 전수조사 직접하겠다” 혜화경찰서 거부

전장연은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부터 우선돼야 한다며, 당사자가 체크리스트를 갖고 직접 방문해 실시하겠다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혜화경찰서에서의 답변은 ‘거부’였다.

‘귀 단체의 편의시설 설치기준 적합성 확인 및 실태조사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인할 수 없어 귀 단체의 요청에 협조가 곤란함’

이 같은 혜화경찰서 ‘거부’ 입장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인이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시설물 중에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들어가 있다. 당사자가 직접 국가기관의 편의시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면서 "모니터링을 거부하는 것은 시설 개선 여지가 없으며, 편의시설 설치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시설이 갖춰졌는지 함께 점검하고 개선하자는 요청을 거부한 것을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면서 “장애인도 출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 이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민하고, 함께 누구든 차별받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들의 역할과 의무를 다시 한번 고민해달라"고 강조했다.

혜화경찰서 관계자에게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이행 실태조사 협조 요청 공문을 전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혜화경찰서 관계자에게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이행 실태조사 협조 요청 공문을 전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당한 권리” 공문 또다시‥혜화경찰서 ‘난감’

이날 전장연은 혜화경찰서에 편의시설 모니터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있는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의 3개 단체가 전수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다시금 전달했다.

공문을 받은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복지부, 서울지방경찰청, 종로구청으로부터 정기적 조사를 받고 있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장애인단체가 대행할 경우 복지부 장관 지정을 받아야 하는데,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유일하다고 통보받았다"고 난감함을 표했다.

이에 박 상임공동대표는 "지체장애인협회가 독점하는 것은 인허가 부분이고, 저희가 얘기하는 부분은 구조물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공문에 대한 답변을 다시금 요청했다.

한편, 전장연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서울시 산하 전체 경찰서에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편의시설 전수조사 및 설치계획을 발표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조만간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전수조사 시행을 압박할 예정이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언론을 통해 확인해보니, 경찰청에서 전 경찰서 대상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하고 본청에 14억5000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가 파악한 엘리베이터가 설치 안 된 서울 경찰서가 10곳인데, 예산이 14억5000만원밖에 안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우리와 함께 편의시설 전수조사를 해서 장애인등편의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다.

경찰 출두 계획과 관련해서는 ”경찰청이 전수조사하고 편의시설 설치계획을 발표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을 편성한다면 3월 자진 출두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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