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7일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에게 체포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 등으로 인한 경찰 조사를 거부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체포영장 앞에서도 끝까지 당당했다.

17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박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는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라 대한민국 차별의 사회에서 중증장애인들도 기본적인 수준의 권리가 지켜질 것을 촉구하는 저항을 한 것”이라며 입장을 밝힌 후, 오전 11시 46분경 경찰로부터 체포영장을 받았다.

이후 그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호송차량을 타고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됐다. 지난달 17일, 남대문경찰서로부터 출두 요구를 받은 뒤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지하철 삼각지역·신용산역·경복궁역 등에서 집회나 탑승 시위를 하면서 도로를 점거하고 열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기차교통방해, 업무방해)를 받는다.

2023년 3월 17일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로부터 체포영장을 받기 전 기자회견을 개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23년 3월 17일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로부터 체포영장을 받기 전 기자회견을 개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찰은 박 상임공동대표에게 18차례나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는 ‘경찰서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우선’이라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부터 지키라며 거부해왔다.

1998년 시행된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면, 파출소 등 국가 또는 지자체의 청사에 장애인 등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전장연이 파악하기로는 서울 시내 경찰서 31곳 중 혜화경찰서 등 10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다. 경찰 측은 편의시설이 갖춰진 남대문경찰서로 전장연 사건을 모두 이관했지만, 이마저도 ‘꼼수’라며 거부했다.

대신 박 상임공동대표는 3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서울시 산하 전체 경찰서에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편의시설 전수조사와 설치계획에 대한 예산이 반영된다면 조사에 나서겠다고도 여러차례 선언했다.

하지만 결국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5일 기차교통방해·업무방해·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 상임공동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며, 다음날인 16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023년 3월 17일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로부터 체포영장을 받기 전 기자회견 전경.ⓒ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23년 3월 17일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로부터 체포영장을 받기 전 기자회견 전경.ⓒ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 상임공동대표는 경찰이 내민 38건의 기록이 빼곡이 담긴 체포영장 앞에서도 당당했다.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차별해온 사회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활동가들에게도 “여러분들과 함께 투쟁해 온 역사가 있어 매우 기쁘고 힘이 된다”고도 감사를 전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취재진과 시민들을 향해서도 “저희를 더이상 불법분자, 시민을 볼모로 잡아서 죄를 저지르는 자, 시민들 발목잡는 사람으로만 이야기하지 말아달라”면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장애인들에게 지독한 차별을 가해왔는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비장애인들을 배려로만 조금씩 던져져야하는 하찮은 것들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재판의 과정이 있겠지만, 우리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차별의 사회에서 중증장애인들도 기본적인 수준의 권리가 지켜질 것을 촉구하는 저항을 하고 있다는 것을 법정에서 알리겠다”고 피력했다.

호송차량을 타고 남대문경찰서로 떠나는 박 상임공동대표를 향해 전장연 활동가들도 “전장연의 투쟁은 불법이 아닙니다. 전장연의 투쟁은 정당합니다. 전장연의 투쟁은 함께 살기 위한 외침입니다”라고 힘차게 외치며 배웅했다.

한편 전장연은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23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을 출범, 지하철 행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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