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결산]-①유엔장애인권리협약

2022년 임인년(壬寅年), 올 한해도 장애계는 크고 작은 이슈들로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해였던 만큼, 장애계는 더 나은 미래와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처절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장애인들은 1년간 지하철을 타며 특별교통수단 및 장애인평생교육 지원과 장애인 탈시설,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보장 등 장애인들의 요구를 정부와 사회에 알렸다.

또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진행하고, 555명의 부모가 머리를 깎는 등 대규모 삭발을 전개하기도 했다.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진행한다. 첫 번째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다.

초안 전반에 관한 외교관, 각국 대표,세계 장애대표로 구성된 유엔의 심의위원회 모습. ⓒ에이블뉴스DB
초안 전반에 관한 외교관, 각국 대표,세계 장애대표로 구성된 유엔의 심의위원회 모습. ⓒ에이블뉴스DB

2022년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한국정부 제2·3차 병합 심의부터 선택의정서 비준 통과까지 많은 일이 이뤄진 한 해였다.

UN CRPD는 지난 2006년 12월 13일 UN 총회에서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 조약으로 총 50개의 조문으로 구성돼 있고, 다른 모든 사람과 동등한 천부적 생명권이 장애인에게 있으며 이를 차별 없이 보장하는 것이 당사국의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자연재해를 포함한 위험상황 발생 시 장애인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으며, 접근성, 지역사회 참여, 교육, 노동 등 사회 경제 시민적 전 영역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1차 한국정부 국가보고서심의를 하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회의 모습. ⓒ에이블뉴스DB
제1차 한국정부 국가보고서심의를 하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회의 모습. ⓒ에이블뉴스DB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12일 UN CRPD를 비준했다. 2009년 1월 10일부터 협약이 국내에 발효됐으며, 2014년 9월 17일과 18일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제1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가 진행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 3일 위원회는 인권에 기반하지 않고 의료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장애인 관련법과 장애인판정 시스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효과적 이행 부족, 대중교통 및 건축물에 대한 접근권 등을 지적하고, 한국 정부에 대해 50개의 최종권고를 내렸다.

유엔의 최종견해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이행해야 할 장애인 정책의 방향과 시민단체의 활동 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장애인 인권에 있어 의미가 있었다.

성과 발표 후 장애인권리위원회 대한민국 제2·3차 병합 심의 보고서 심의보고관인 몽골 출신의 게렐 위원이 1~10조 사항을 정부에 질의하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성과 발표 후 장애인권리위원회 대한민국 제2·3차 병합 심의 보고서 심의보고관인 몽골 출신의 게렐 위원이 1~10조 사항을 정부에 질의하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제1차 심의 이후 8년이 지난 올해 8월 15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27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세션’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제2·3차 병합 심의는 8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실시됐다.

장애계는 위원회의 협업을 조율하는 국제장애인연맹(IDA)과의 미팅, 위원회와의 비공개 면담, 타 국가 심의 참관 및 전략 수립, 한국정부 심의 참관 및 발표 내용 감시 등 객관적이고 철저한 심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9월 9일 UN CRPD 한국정부 제2·3차 병합 심의에 대한 79개 권고사항을 담은 최종견해를 발표했다. 이는 한국정부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다.

위원회는 최종견해를 통해 한국수어법·점자법·탈시설 로드맵 채택 등 장애인 권리증진을 위한 입법 조치를 환영하는 한편, 의료모형 중심의 장애구분제도, 여성장애인·장애아동 정책 미흡, 정신·지적장애인 대상 감금을 포함한 치료, 후견제도 및 대체의사결정제도 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이번 최종견해에 대해 장애계를 비롯해 한국정부 제2·3차 병합 심의를 맡은 게렐 돈도브도르지 위원은 한국의 장애인등급시스템과 탈시설, 특수학교 확대 문제 등 1차 심의 최종견해 권고 내용이 반복됐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커팅했다. ⓒ에이블뉴스DB
지난 12월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커팅했다. ⓒ에이블뉴스DB

한편 장애계 염원이던 ‘UN CRPD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은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가입동의안은 정부로 이송돼 유엔 사무총장에 기탁되며 내년 초 발효될 예정이다.

선택의정서는 국내권리구제 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권리구제를 받지 못한 개인·집단 등이 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개인진정제도’와 협약에 규정된 권리가 당사국에 의해 침해된 경우 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할 수 있는 ‘직권조사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위원회로부터 두 차례나 선택의정서의 비준을 권고받았음에도 2008년 UN CRPD 비준 이후 14년간 비준을 미뤄왔다.

14년 만에 이뤄진 비준 소식에 장애계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기뻐하는 한편, 선택의정서 비준을 시작으로 협약 및 선택의정서에 대한 학습과 연구를 통한 권익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강구, 법률 전문가 그룹과 함께 선택의정서를 통한 장애인 권리구제 지원 방안 강구, 국제 인권위원회에서 권고 조치 받은 사안을 국내에서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 과제를 제시했다.

이처럼 올해에는 UN CRPD와 관련된 많은 일이 진행됐으나 제2·3차 병합 심의에도 지지부진하기만 한 UN CRPD 이행과 첫발을 내디딘 선택의정서 비준 등으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충실한 UN CRPD 이행과 위원회의 한국정부 심의 최종견해 수용 등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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