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커팅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커팅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계의 염원이었던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 선택의정서’가 비준되자, 장애계도 일제히 두 손 들어 환영했다. 14년 만에 비준 소식에 “늦었지만 환영”하면서 실질적인 장애인 권리구제를 위한 숙제까지 제시한 것.

장애인단체들은 본회의 통과 직후 성명서를 쏟아내는 한편, 한국장애포럼(KDF) 등 12개 장애인단체와 비준을 주도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선택의정서 비준을 환영하며 축하 케이크 커팅까지 거행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UN CRPD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김예지의원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UN CRPD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김예지의원실

■국내외 장애계 염원 ‘선택의정서’ 국회 넘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지난 2006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 조약이며,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2009년 1월에 국내 발효됐다.

그러나 당사국이 협약을 위반한 경우 개인통보제도와 직권조사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협약 문서인 선택의정서 비준은 14년간이나 미뤄왔다.

국내외 장애계는 협약 이행의 실효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향해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김예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정부도 뒤늦게 국회에 ‘UN CRPD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을 제출했다.

선택의정서는 장애인이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권리를 침해당했으나 이를 국내 법이나 제도로는 구제받을 수 없을 때,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인통보제도와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조사권에 관한 내용 등이 모두 18개의 조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국내 법제로는 해결되지 않던 장애인권 문제에 대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조사와 심의를 받을 기회가 제공되며, 협약 이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한국정부 비준 환영 기자회견’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한국정부 비준 환영 기자회견’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쁘다 UN CRPD 선택의정서 14년만에 오셨네!”

본회의 통과 다음 날인 9일, 한국장애포럼(KDF) 등 12개 장애인단체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선택의정서 비준 환영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함께한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단체들과 함께 선택의정서 비준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비준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동시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양당 간사를 설득하는 등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 통과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보여줬다.

한국장애포럼 윤종술 상임대표는 "장애인 개인이 당연히 지원받아야 할 권리에 대해서 국가가 방기했던 부분을 유엔에 진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열렸다. 큰 선물을 받았다"면서 "이제 선물을 통해 장애인 권리를 찾아내야 할 시점이다. 서비스가 아닌, 당연히 지켜야 할 권리로 바꾸는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외쳤다.

김예지 의원은 "14년간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쁘다. 특히 월드컵 경기처럼 국회 본회의를 실시간으로 봐주셨다니 더욱 의미 있고 감사하다"면서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으로 갔던 것처럼 이제 국가 위상이 높아지고 인권선진국으로 한 발짝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제 선택의정서 비준이 시작이다. 잠들어있는 다양한 법률들이 남겨져 있고, 개인진정제와 직권조사제를 누군가 맡아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논의를 해야 정말 내실 있고 실효적인 결과를 낼 것"이라고 앞으로의 숙제를 남겼다.

법조공익모임 나우 이수연 변호사도 "정부는 선택의정서 비준 자체만으로 장애인 권리를 보장했다는 면피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선택의정서 비준을 계기로 장애인 권리를 더욱 공고하게 보장해야 하고, 장애인을 침해하는 법과 정책을 펼치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국회 또한 협약 이행을 위한 입법 연구 등을 고민해 장애인 권리 보장하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UN CRPD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이 통과되자, 한국장애인연맹이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자축했다.ⓒ한국장애인연맹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UN CRPD 선택의정서 가입동의안’이 통과되자, 한국장애인연맹이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자축했다.ⓒ한국장애인연맹

■장애계·인권위원장도 “환영”…현수막 자축까지

지난 8일 본회의 통과 직후, 장애인단체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성명서를 내고 일제히 환영했다. 특히 한국장애인연맹은 서울 이룸센터 앞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환영’이란 현수막을 내걸고 기쁨을 표했다.

한국장애인연맹은 “UN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의 비준을 통해 국제 장애인 인권 반열에 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 대한민국 국회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UN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는 장애인의 인권을 국제적으로 규정한 UN 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장치”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선택의정서의 비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장애인 권리 실현을 위해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있다”면서 ▲협약 및 선택의정서에 대한 학습과 연구를 통한 권익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강구 ▲법률 전문가 그룹과 함께 선택의정서를 통한 장애인 권리구제 지원 방안 강구 ▲국제 인권위원회에서 권고 조치 받은 사안을 국내에서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의 과제를 남겼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도 “국내외 장애계의 염원이었던 선택의정서 비준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한 2008년으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루어진 점에는 아쉬움을 느끼지만, 동의안을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예지 국회의원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장애 권리 실현에 의견을 같이 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성 있는 태도에 갈채를 보낸다”고 환영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는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장애인권리보장법(안) 제정 및 장애인복지법 개정 등 지난 8월 UNCRPD위원회 최종견해 79건의 국내 이행을 위한 법률·서비스 개선 등 산적해있는 사안을 직면, 국내 이행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순한 비준 절차 완료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의 권리 구제 보장 등 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도록 국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모니터링을 비롯하여 이행 촉진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선택의정서를 비준했다는 의미는 국가가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개인진정과 직권조사의 권한을 인정하며, 두 절차의 권고를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보장·증진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라면서 정부의 이행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또한 환영 성명을 내고 “선택의정서의 비준이 장애인의 인권 보호와 증진의 도약대가 될 것으로 평가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장애정책 전반에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인권 체계가 확립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선택의정서에 의해 장애인 당사자가 실제 ‘개인통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토대를 잘 갖추어야 이번 선택의정서 비준이 장애인 인권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애계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선택의정서가 국내에서 잘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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