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여덟살 여아를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이른바 '나영이 사건'의 범인에 대한 처벌이 징역형에 그치자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일부 흥분한 네티즌은 범인의 실명 등 신상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면서 피의자 인권침해 논란도 일고 있다.

'나영이 사건'은 지난해 말 경기도 안산에서 조모(57)씨가 등교 중이던 여자 어린이를 인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목 졸라 기절시키고서 성폭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피해 어린이는 항문과 소장, 대장 등이 파열돼 평생 인공항문에 의존하는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인면수심의 범인이 강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은 알코올 중독에 따른 심신미약을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택했다가 징역 12년으로 낮춘 1심 형량을 최근 대법원이 확정했다는 소식에 격분해 철저한 응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대형 포털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조씨에게 더 큰 벌을 내려달라거나 성범죄 관련법을 개정하라는 요지의 인터넷 청원 운동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개설된 '아동 성폭행은 살인행위! 법정최고형+피해보상까지 하라'란 청원란에는 30일 오후 2시까지 26만명이 넘는 서명이 몰렸다.

이 청원란은 내년 3월31일까지 50만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25일 개설됐지만 불과 6일 만에 목표의 절반을 넘긴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른바 '나영이 어머니 글'이 올라와 큰 반향을 불렀다.

'엎드려 읍소합니다'란 제목의 글은 "병원에서 나영이의 참혹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며 범인에게 더욱 강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호소했다.

이 게시물은 '나영이의 친모가 쓴 글'이란 설명과 함께 전날 새벽부터 블로그와 카페 등을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3자가 쓴 글로 밝혀졌다.

여성부 홈페이지 역시 분노한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온종일 회선이 원활하지 않았다.

여성부 관계자는 "하루 평균 2천300여명이 접속하는데 어제와 오늘 순간적으로 수십만 명이 홈페이지에 몰려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시청은 지난 5월 피해 어린이 가족이 보험금을 탔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격을 박탈하고 지원금 반환을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를 본 네티즌과 시민의 항의가 잇따르면서 29일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관련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민혜정 활동가는 "참담한 사건이다. 피해 정도나 가해자의 반성 없음에 비춰봤을 때 처벌 결과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나온 판결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향후 한국 사회가 성폭력 범죄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가져야 할 것이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일부 개인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조씨의 실명을 거론한 게시물이 등록되는 등 범인의 신상 정보가 급속히 퍼져 나가 새로운 차원의 문제점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무리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악명 높은 범인일지라도 비난과 질책은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신상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피의자 인권이 침해당하고 사건의 본질이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조씨의 신상은 법원 판결에 따라 거주지 관할 경찰서 내 전산망을 통해 향후 5년간 조회할 수 있으며, 지난 4월 개정된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은 인터넷상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시행되려면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자세한 신상공개는 재사회화를 가로막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게 만들어 법에 따른 처벌이 아닌 사형(私刑)을 가져오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행위는 향후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다 범죄자에 대해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동정여론을 불러일으켜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hapyry@yna.co.kr

yjkim84@yna.co.kr

hwangch@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