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무산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판정도구 설명회.ⓒ에이블뉴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28일 오전 10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장애종합판정도구 설명회'가 결국 무산됐다.

이날 설명회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대체할 수 있는 장애종합판정체계개편 도입 연구 초안을 발표하고, 복지부 법인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10여명이 설명회 시작 전 “장애판정도구를 논의하는 방식부터 잘 못됐다. 처음부터 다시 장애등급제 폐지를 논의하라”고 촉구하며 설명회장 일부를 점거했다.

의학적 평가 부분이 15개 장애유형 그대로 가져가는 수준이며, 현행 장애등급제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또 다른 점수표만 대체했다는 지적인 것.

더욱이 장애판정도구를 연구하는 장애판정체계개편기획단 구성부터가 25명 중 4명만이 장애인계 인사로 구성돼 있는 등 장애인계 인사가 배제된 상태로 만든 연구 내용은 “들어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전장연 남병준 실장은 “5년 동안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쳤는데 결국 점수를 다시 매기는 것이냐. 예산 계획도 없이, 장애전반의 논의도 없이 점수표가 무슨 종합이냐. 점수를 다시 받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이냐며 “몇 년 동안 수억 들여서 노력해서 결국 판정표냐. 소득보장부터 얘기하면 안돼냐. 왜 등급판정만 중요시하냐”고 비판했다.

이어 “먼저 점수표가 아닌 소득보장, 장애등급제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범정부적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추진단 구성부터가 문제다. 노골적으로 문제제기가 막혔다. 일방적으로 속도를 내서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를 끝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점수가 아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전장연의 점거가 길어지자, 설명회에 참가한 장애인계 인사들도 긴급회의를 통해 ‘장애인계들의 의견부터 종합한 상태로 복지부와 논의하자’고 뜻을 모았다. 설명회에 앞서 장애인계의 의견을 정리해 성급하지 않게 가자는 의견을 낸 것이다.

장애인계 대표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은 “절차상으로 봤을 때 전장연 뿐 아니라 장애인계 의견을 연구자와 심도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리 한 후 복지부가 참여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으로 모았다”며 “앞으로 논의과정이 좀 더 공개적이고 폭넓은 의견을 나눌 수 있게 성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뜻을 전했다.

반면, 이 같은 설명회 무산에 대해 참석자의 의견은 극명히 갈렸다.

한 장애인단체 실무자는 “설명회를 통해 일단 판정도구를 듣고 나서 공청회 때 점거를 하던지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이렇게 무산되면 또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 아예 설명회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추진단 구성부터 잘못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연구물 자체는 뻔한 것이 아니냐”며 “설명회가 무산된 것은 당연하다. 복지부 입맛대로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무산된 설명회에 주무부처인 복지부에서는 난감할 따름이다. 연구진이 만든 도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견을 줘야 활발히 논의가 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계가 반대하면 절대 이뤄질 수 없다. 판정도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의견을 줘야지 재검토하고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냐. 어떤 것들이 맘에 안들고 맘에 들고 의견을 줘야지 않겠냐”며 “앞으로 또 설명회를 갖고 또 진행을 해야 하는데 일정이 계속 미뤄질 것 같다. 일정이 미뤄지면 정부의 잘못이라고 할 테고, 정말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