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문 부자(父子)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에이블뉴스

대선국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공약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소외계층 중에서도 더욱 소외된 이웃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그들의 문제를 이야기해주는 후보가 없다는 경험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극단적인 처지에 놓여있을지라도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의 규모가 작아 득표 전략으로서 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그들에 대한 지원이 더 큰 힘을 가진 다른 집단을 표를 잃게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항상 이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선발국가의 경험에서도 나타나듯이 우리 사회의 가장 불행한 이웃은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실제 장애인복지의 확대를 통해 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상당히 개선되는 환경에서도 정신장애, 지적장애 그리고 발달장애 등을 가진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의 60% 이상이 지체장애가 아니라 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가하는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OECD국가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만든다.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은 약 11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을 격리하는 정신의료기관 병상수는 약 8만 개, 정신요양시설 이용자는 약 1만 3천명이다. 대부분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격리되고 있으며, 그 기간도 매우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서울시 정신장애인 실태조사보고서는 정신의료기관 8년 이상 입원자가 47.4%라고 보고하였다. 그리고 정신의료기관 입원자의 약 80% 정도는 UN 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배되는 비자발적 혹은 강제적인 형태로 입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장애인 처우와 관련하여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를 방문한 OECD 수석정책분석가는 우리의 정신보건 실태에 관하여 놀랍다고 보고하면서 병원중심의 격리정책에서 지역사회 서비스로 전환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였다.

이러한 정신장애인의 현실은 그들이 스스로 대변하기 힘든 집단이기 때문에 정치과정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지만, 더 중요한 원인은 이들의 삶의 문제를 정신보건법이라는 보건의료법에 의하여 마치 전염병 환자처럼 다루면서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체계에 있다.

정신장애인들의 약 60%는 극빈층인 기초생활수급자이고 그들이 절박하게 원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거처와 생존을 위한 먹을 것이나 일자리였지만, 제도가 그들에게 제공한 것은 의료적 격리상태에서의 생존이었다.

이러한 의료적 격리에 1조 가까운 의료급여가 소모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결국 재정적 부담 때문에 이들을 극한 상황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나눔과 섬김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나눔은 경제민주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참다운 기부문화 활성화 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어려운 이웃들이 자활할 수 있는 정책적 여건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일은 섬김이라는 전통적 이념을 우리 사회에 올바로 구현하는 일이다. 섬김의 정신은 우리 사회의 가장 불행한 이웃들도 우리와 똑같은 소중하고 존엄한 인격으로 대우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다.

새로운 섬김을 위하여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복지에 관한 법률을 조속히 제정하여 실행하여야 할 것이다.

* 이글은 에이블뉴스 독자이자 부자(父子)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초대원장을 역임한 류시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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