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하나 : 장애를 넘는 값진 승리, 산악인 김홍빈

레닌파크(7,134m), 아콩가구아(6,962m), 맥킨리(6,194m), 낭가파르밧(8,125m), 에베레스트(8,848m)는 그다지 등산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익히 알고 있을 게다. 다들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오를 수 없는 산이다. 그런데 지난 91년 북미 맥킨리(6,194m)를 단독 등반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양손을 절단했던 산악인 김홍빈 씨가 뼈아픈 기억을 뒤로한 채 ‘제2의 산악인생’을 살고 있어 여러 사람들에 회자(膾炙)되고 있어 그의 인생 역정을 소개한다.

그는, 양손 절단 장애인이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스스로 그 모습을 보며 실의에 빠져 무려 3개월 동안 캐나다 프로비던스 병원에 혼자 있었다. 그리고 수차례 자살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자살을 꿈꾸는 자신이 너무 보잘것없고 비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 물러설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서 산에 올라야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주위에는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후 그는 쉽게 할 수 없을 것처럼 생각하던 산악등반이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97년 선후배들과 함께 일본 다테야마(3,105m)를 등반했다. 여기서 더욱 자신감을 얻은 김씨는 그해 킬리만자로(5,895m), 98년 남미 아콩가구아(6,962m), 2000년 마나슬로(8,163m), 에베레스트(8,848m) 도달했고, 2002년 북미 맥킨리(6,194m) 등정을 거듭하면서 인간승리를 일궈냈다. 실로 감동적인 드라마다.

현재 그는 일반인들과 똑같이 손을 사용한다. 운전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후 그는 한국대학산악연맹으로부터 올해의 산악인 상을 받았고, 월간 『사람과 산』에서 알파인 클라이머상을 받기도 했다. 장애를 극복한 이후 새 삶을 찾은 것이다. 때문에 열 손 가락을 잃었음에도 수없이 많은 산행을 하는 그에게는, ‘의지의 한국인’이자 ‘장애를 극복한 초인’이라는 헌사가 붙는다. 무엇이 그를 가능케 했을까?

# 이야기 둘 : 시, 날개를 달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른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다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의지 대로 제 그릇을 부시려면 그에 따른 신체적 여건을 갖추어야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 여력을 가지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선천적으로 뇌병변 1˜2급의 장애를 가진 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경남 통영 장애복지시설인 자생원에는 이러한 이들이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안타까움과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시집『시, 날개를 달다』를 통해 순수한 시심(詩心)으로 그려내 화재가 되고 있다. 『시. 날개를 달다』는 통영시 정량동 뇌병변 장애인 생활공동체인 자생원 문예창작반 남녀 장애인 12명이 7년 동안 써온 시 가운데 150여 편을 골라 엮은 공동시집이다.

특히 이들이 시집을 내기까지의 과정은 MBC TV ‘희망 100%’로를 통해 소개됐으며. 발간 이후에는 지난해 작고한 이선관 시인의 추모 열기에 이어 도내 장애인 문학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집에는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안타까움과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순수한 시선으로 그려내 심금을 울린다.

이들은 지난 2000년 4월 결성된 문예창작반 학생들로,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이며. 보통 뇌병변 1~2급의 장애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한데 모여 시를 쓰고, 이 시를 봉사자들이 다듬는 방법으로 창작해 왔다. 그들의 시는 밝고 건강하다. 무엇보다도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그들의 모습은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현실은 장애인들이 글을 쓰거나 문학 활동을 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조건이 많다. 그런데도 장애를 극복하고 시집을 내기 위해서 비장애인들보다 더 한층 노력을 기울였음을 생각하면 그저 숙연해진다. 또한 이번 시집 발간은 장애인 문학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때문에 시집을 통해서 그들만이 체득할 수 있었던 그 무엇인가가 그들의 삶을 보다 충만케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야기 셋 : 장애인 희망산행

지난 달 15일 경남 산청군 차황면 황매산(1,108m)에서는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서로가 하나 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행사는 (사)경남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도내 지체장애인과 자원봉사자 등 250여명을 대상으로, ‘철쭉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주제로 ‘2007 장애가족 황매산 철쭉 등반대회’를 가졌다.

이날 정상까지 4km에 이르는 등정 길에 나선 장애인들의 얼굴에는 비지땀 송송 맺혔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참가자들은 `장애인 희망산행'을 통해 각자 자립의지를 북돋웠는데, 2시간여에 걸친 산행 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없이 혼자 산행에 올랐으며,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장애인들도 장애를 극복하고 등반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립의지를 진작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등반길에 나선 송일국(46·마산 내서읍·척수장애1급)씨는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산과 바다를 수없이 다녔지만, 사고 이후로는 한번도 산에 오르지 못했다”며 “처음엔 휠체어를 타고 산에 오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자원봉사자들과 산에 오르니 너무 기분이 좋아 이젠 더 힘든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상에서 보듯 세 이야기는 각자 처해진 장애의 정도나 상황이 다르겠지만, 모두가 장애를 극복하고 이겨내겠다는 자립의지만큼은 비장애인과 똑같다. ‘나는 할 수 있을까?’, ‘나는 안돼.’하는 나약한 생각은 스스로를 갈아먹는 좀과 같다. 우리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장애를 가진 이상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면서 그 슬픔에 밥을 말아먹기보다는 ‘나는 할 수 있다’는 무엇이든 굴하지 않는 자기 의지로 자신을 인정하고, 장애 자체를 이겨내려는 자립의지를 확실하게 가져야한다. 신체적 장애란 것은 단지 불편할 따름이지 장애인들은 그 누구보다 강건한 자립의지를 갖고 있다. 그게 우리 장애인들의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60년 초입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진주교육대와 창원대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동서대학교 상담대학원 치유상담과정 강의를 듣고 있으며 창녕 영산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민족문학경남작가회원 객토문학동인이며 교육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은 아름답다>가 있다. 칼럼은 장애인의 자립을 일깨우고, 부추기며, 두드림을 중심으로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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