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닦거나, 목욕을 하거나, 정리를 하는 것을 즐거워하는데 타고난 욕구는 다들 별로 없을 것이다.

괜찮게 살기 위해서 하는 우리들의 문화적 규칙이기 때문에 지키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숙달되어져 당연히 이렇게 하는 것이 ‘괜찮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우린 가정해야 한다.

이런 일상에서 불필요함을 느낀다면 당연히 간단한 자조적인 일에 대해서도 자발성을 찾아보긴 어려울 것이다.

씹기를 좋아하지 않아 국수나 면류로 식사를 떼우는 경우도 많고, 일주일 동안 목욕으로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잦다.

대부분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한다고 협박을 하거나 먹는 것으로 보상해주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이런 일상에 대한 규칙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가장 쉽게 협조(?)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주로 사용한 방법은 ‘선택하게 하기’이다.

우린 함께 이 세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파트너이다 ⓒ 이지현

약간의 자신의 주도성을 보장 받은 채로 기분 좋게 무언가를 주도해 가는 느낌은 모두에게 긍정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내가 이 닦아 줄까, 네가 닦을래?’, ‘오늘은 이걸로(때타월) 목욕할거야, 저걸로(목욕 스펀지) 할거야?’, ‘맛있는 것 중 어떤 걸 식탁에 놓아볼까? 3개만 골라봐.’ 이런 질문은 타협으로 이어지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결론은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해서 하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3개만 골라볼래?’ 했을 때 ‘1개’라며 협상에 대한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조금은 융통성 있게 ‘다음엔 2개 고르는 거다.’하고 흔쾌히 결정을 받아들여보자.

발달장애인들은 ‘너는 잘 모르니까 나에게 배워야 할 존재’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안전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알아야 할 게 있대. 그런 재미난 걸 알려줄게. 이런 방법도 있어. 들어봐.’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린 이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파트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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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칼럼리스트
현재 나너우리사회성연구소 대표직과 양천어린이발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사회성 그룹언어치료 전문가이기도 하며, 발달장애아의 생애주기별 사회적 어려움을 풀기 위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사회성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교사와 부모를 대상으로 즐거운 언어지도에 대한 강의를 다니기도 한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발달장애아의 사회성에 대한 편견을 글로 하나씩 풀어보면서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여 우리가 되는 세상을 꿈꿔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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