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세계적 유행병(팬더믹)으로 선언하는 세계보건기구 거브러여수스 총장의 모습 ⓒMBN, Youtube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삼킬 기세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나라, 일본 등 동아시아를 넘어 이탈리아 등 유럽을 휩쓸고 있다. 상점휴업에 국경통제까지 유럽이 초비상 상태다.

미국도 2주 사이에 코로나 확진자가 무섭게 증가해 휴지, 손 세정제, 마스크 사재기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 WHO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세계적 유행병인 팬더믹으로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팬더믹 선언 이전 각급 초‧중‧고 개학일과 대학 개강일을 20~30일 정도 연기하는 조처를 내렸다.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고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는가 하면 정부 차원에서 대구‧경북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코로나로 인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직장에선 재택근무 장기화 움직임도 일고 있고 항공업계는 완전 울상이다.

지금 확산세 정체로 그나마 다행이긴 하나 아직 안심할 수 없는 비상상황이다. 내 주변 동네에도 확진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위기감이 점점 다가온다.

코로나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마스크 구매를 위해 사람들이 줄 서는 모습(좌측), 약국에서 얻은 공적 마스크 2개(우측) ⓒ이원무

얼마 전엔 중국인을 미리 막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 정부가 방역대책을 잘하고 있고 정부 잘못이 아니라는 등의 논쟁들이 국민들 사이에 있었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SNS상에서 이에 대한 사람들 생각을 가지고 누구 말이 옳은지 잠시 혼란에 빠져 마음에서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필자는 현재 걷기와 근육 운동, 동네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집에 있으면서 몇 가지 생각들이 들게 되었는데 먼저 이번 일을 계기로 탈시설, 탈원화에 대해 정부가 절박함을 느꼈으면 한다는 거다.

지난 2월, 청도 대남병원에서 103명의 환자 중 101명이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 나기 전 2명의 환자에게 발열 증세가 있었으나 검사하지 않고, 8일 동안 폐쇄병동 환자들은 바이러스에 무방비 노출되었다고 한다. 확진자가 나온 이후엔 코호트 격리를 시행했고, 또한 청남병원에서 사망한 첫 번째 코로나 사망자는 20년 장기입원했다고 한다.

폐쇄병동 특성상 지역사회와 단절돼 있고, 영양은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을 터이니 면역력이 약해져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상당히 높았을 거다. 더군다나 당시 코호트 조처로 의료진, 환자가 병동 안에 함께 격리되니 경증환자도 중증환자로 될 우려가 있었다.

의료진들과 정신장애인이 서로 격리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이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역사회에 사회복귀시설 등의 인프라가 풍부하고 평소에 강제가 아닌 자유롭게 치료하는 환경이 있었다면 코로나 확진자는 많이 나오지 않았을 터이고 사망자 수도 줄어들 수 있지 않았을까?

'코로나19 장애인 지원 및 대안 부재 복지부 규탄'을 위해 정부서울청사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들 모습 ⓒ에이블뉴스 DB

또한 칠곡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는데 지자체에서는 이 시설에 대해 당시 코호트 격리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격리된 폐쇄공간에 집단생활을 하고, 거주인의 영양 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조처를 내리는 건 오히려 집단감염을 부추기고 경증환자도 중증환자로 만들게 하는 일이다.

격리를 위한 격리가 아닌 의료적 회복 가능한 구체적 격리정책과 활동지원 등의 사회서비스 공백을 메꿀 방안을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시설격리 대신 탈시설과 지역사회에서의 체계적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게 된다.

그래서 정신적 장애인들에게는 자유로운 삶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도 탈시설, 탈원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정신적 장애인과 깊이 소통하고 이들의 절박함을 느껴 신중하고도 구체적인 탈시설, 탈원화 정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글자로만 되어 있는 안전안내문자 ⓒ성남시청, 은평구청 안내문자 캡처

또한 코로나 등의 전염병 관련 정보와 진행상황 등에 대해 지적장애인에게 맞는 정보로 바꾸어 전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 확진자와 관련정보 발표 시 수화통역사가 옆에서 통역하는 모습을 봤다. 물론 수화통역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통역한다는 등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권위 진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통역 모습을 보고 있을 청각장애인은 코로나 예방 조처를 자신 스스로 취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에게 방송,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오는 코로나 정보는 글자나 어려운 말로 주로 되어 있어 상황이 어떤지 알기 쉽지 않다. 코로나 확산경로나 예방조치 등의 정보를 읽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스스로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예비사회적기업 소소한 소통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어려운 단어 풀이작업을 SNS상에서 알리는 건 그나마 다행이나 이런 건 정부와 지자체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진행 상황 등의 정보를 방송이나 스마트폰으로 지적장애인에게 알릴 때 쉬운 자막(정보)이나 그림문자 등으로 알렸으면 한다. 아니면 방송을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쉬운 말로 편집해 내일이 아닌 당일에 재방송하는 식으로 지적장애인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팬더믹에 대해 그림과 쉬운 설명이 담긴 내용 ⓒ소소한 소통

자폐성 장애인에게도 전염병 관련 정보를 방송, 스마트폰으로 전달 시 상황, 맥락에 따른 정보 형태로 전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외에도 이번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전염병 등의 재난 상황 시 장애를 겪는 사람의 피난구조를 위한 효과적인 구조 인력과 자원 배분, 구조 지휘 체계 등을 제대로 총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에서의 장애인 재난전담부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물론 논의할 때 우리 실정에 맞게 논의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세계 장애계, 인권단체, 장애인 당사자로부터 전염병 등의 재난 상황 시 장애인 인권 보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구체적 의견을 듣고 이를 토대로 제11조 위기상황과 인도적 차원의 비상사태에 관한 일반논평을 내놓았으면 한다. 각국 정부가 재난 상황 시 그 일반논평을 장애인 관련 가이드라인으로 잘 활용했으면 한다.

앞으로 적어도 1달 동안은 전염병 확산이 멈춰지길 바라는 심정으로 코로나 관련 소식을 기회 있을 때마다 들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국민들이 하나가 돼 서로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만 온라인 상의 연대, 철저한 자가격리 및 개인위생 등을 통해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잘 넘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으로 복귀해 일상에서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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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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