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12기 '달팽이 날다'팀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있는 E'd Roberts Campus를 방문했다. ⓒ신화용

샌프란시스코는 샌프란시스코 반도의 북부 끝에 자리 잡은 도시다. 이 샌프란시스코 반도의 동쪽 지역을 East bay라고 부른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2016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달팽이 날다’팀의 샌프란시스코 연수 일정(8월18일~26일)의 대부분은 East bay에서, 그 중에서도 East bay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인 버클리에서 진행되었다.

East bay는 안개가 짙게 껴 있는 샌프란시스코와는 다르게 날씨가 좋은 지역이다. 버클리의 E’d Roberts Campus를 방문하던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도 햇볕이 따사롭고 선선한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버클리에 가려면 샌프란시스코 만과 샌프란시스코 근교 지역을 잇는 장거리 전철인 BART를 이용해야 한다.

노선도 많고 한 플랫폼에서 목적지가 다른 여러 라인의 전철이 교차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길을 잘 찾을 수 있을지, 대부분의 일정에서 길 찾기를 담당하는 나로서는 걱정이 컸다. 하지만 건물이 있다는 Ashby역에 도착하자마자 그것이 기우임을 알았다.

E’d Roberts Campus로 가는 출구를 나타내는 표시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출구 쪽을 향해 몇 걸음 더 걷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와 경사로가 있었다.

Ashby역을 나오자 바로 눈앞에 낮은 직사각형의 E’d roberts campus 건물이 나타났다. 아마 연수 일정을 통틀어 가장 쉽게 목적지를 찾은 날이 아니었나 싶다. E’d Roberts Campus의 견학은 담당자이자 시각장애인인 드미트리 씨의 안내를 받아 진행되었다.

그는 먼저 E’d Roberts Campus의 역사에 대해 설명 해 주었다. E’d Roberts Campus는 Edward V. Roberts(이하 에드워드)라는 사람을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에드워드는 장애인들의 자립 생활과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에 앞장섰던 국제적인 활동가이며 교육자이다.

그는 1939년에 태어났고, 어릴 적에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그 당시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을 받아주려고 하는 대학은 많지 않았다. 마침내 입학 허가를 해 준 학교가 E’d Roberts Campus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UC 버클리이다.

인식뿐만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도 열악했다. 그가 입학했던 당시에는 휠체어가 진입 가능한 기숙사가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근처의 병원에 살면서 통학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휠체어를 사용하는 다른 학생 또한 그 병원에서 지내고 있었다. 에드워드와 그는 같은 공간에 지내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독립적으로 생활이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독립적으로, 자립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드미트리 씨는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전해주었다. 사람들이 에드워드에게 묻기를, “당신은 혼자서 걸을 수도 없고 입을 수도 없는데 어떻게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겁니까?”. 이 때 에드워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러분들 중에서 직접 신발을 만들어 신는 사람이 있습니까? 비장애인들은 직접 신발을 만들어 신을 수 없어도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택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도 이 법칙이 똑같이 적용됩니다. 스스로 옷을 입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을지라도 어떤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지를 조절 할 수 있다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드워드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위한 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중에 UC 버클리에 설립된 Center for Independent Living(CIL)과 미 전역의 400개가 넘는 독립생활지원센터의 모델이 된다.

그가 죽었을 때 버클리의 시민 사회는 그를 기리고 싶어 했고 동상, 기념우표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좀 더 넓고 큰 범위에서 생각하기를 원했고 어떠한 장애 유형이냐에 상관없이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사용 가능한 건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것이 바로 E’d Roberts Campus이다. 건물의 설계 단계부터 ‘접근성’에 대한 것이 가장 중요했다.

따라서 가장 먼저 고려했던 것이 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BART는 Bay area를 아우르는 가장 큰 교통수단이고 심지어 공항에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BART 역과 가까운 곳에 있다면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미 전역에서, 전 세계에서도 찾아오기 쉽게 된다.

위치 선정 이후에는 건물의 내부 디자인을 고려했다. 그들은 법이 요구하는 기준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가기를 원했다. 건물 내부의 이러한 세심한 배려를 드미트리 씨의 안내에 따라 직접 둘러보며 살펴보았다.

어떠한 턱도 없는 건물 입구에서 자동문이 열리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1층 로비에서 2층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빨간색의 경사로이다. 이 경사로는 E’d Robets Campus의 많은 것들을 상징한다. 눈에 가장 먼저 띄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특히 ‘접근성’과 장애인, 비장애인을 아우르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것을 상징한다.

흔히들 사람들은 경사로를 보고 휠체어 사용자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실 건물 안에 경사로를 만든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는 지진이 잦은데 지진이 일어났을 경우 층간 이동 수단이 엘리베이터밖에 없다면,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갇히는 일이 잦을 것이다.

이렇게 건물 안의 모든 것들이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 디자인되었다.

화장실 앞에 있는 분수도 단순히 장식적 이유만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라 듣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있을 때 물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끔 하는 위치 정보의 단서가 될 수 있다.

또한 서로 다른 장애 유형에 대한 배려가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휠체어의 이동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점자 블록 대신 바닥재를 공간 별로 다른 것을 사용한다.

엘리베이터의 모든 버튼은 발로 누르기 쉬운 곳에 커다랗게 위치 해 있으며 카드로 출입하는 공간에 설치된 카드 판독기기는 일반 카드 판독기기보다 크기가 몇십 배나 크기 때문에 멀리서도 인식할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을 위한 이 공간에는 함께 있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현재 14개의 장애 관련 단체가 입주해 있다.

법이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보다 더 나아가 말하기 전까지는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의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있는, 장애 관련 단체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건물. 장애 인권이 척박하던 시절,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위해 평생을 투쟁한 개척자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이것만큼 적합한 게 있을까.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지역에 묵어도 찾아오기 쉬울테니.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유니버설 디자인이 단순히 장애를 가진 위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비장애인까지 아우르는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싶다면, 날씨 좋은 날 로비 1층 볕이 잘 드는 건물의 바깥쪽에 자리한 카페에서 파는 맛있는 태국식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면.

*이 글은 2016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달팽이 날다팀의 신화용님이 보내왔습니다. 달팽이 날다팀은 8월18일부터 26일까지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자립지원교육’을 주제로 미국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의 존재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 달이 외롭지 않게 함께하는 별의 존재도 감사합니다.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첼로를 연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저도 누군가에게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비춰주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