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여 장애인의 인권침해와 학대를 예방하고 피해를 해결하기 위하여 김정록, 오제세, 이채익, 김용익, 신경림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대체 법안은 지난 12월 4일 보건복지상임위원회를 통해 법사위에 회부되었다.

법의 개정 절차를 보면,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하여 소위에서 심사하고 전체회의에서 통과되면 총회에서 투표하여 가결하게 되는 형식이다.

3월 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장애인복지법에 대한 개정 법안 상정되었으나, 12월 31일 서기호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 인권침해 예방 및 권리옹호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권리옹호법)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 병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유로 장애인복지법 개정은 표류하게 되었다. 장애인단체 일부만이 동의를 하였다는 것이 또한 이 법률안의 부결 내용 중의 하나이다.

이 부결의 이유이라는 것이 원론적으로 옳지 않다.

법사위의 기능은 자구수정과 다른 법률과의 상충사항 등을 심의하는 위원회인데,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후 발의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아직 심의조차 하지 않은 장애인권리옹호법과의 병합을 운운한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안을 발의한 50명이 넘는 의원들과 보건복지위의 전체 의견이 모아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그 후에 발의된 법에 의해 발목이 잡히고, 결과적으로 서기호 한 의원의 의견이 상임위의 결정을 뒤엎는 일은 가히 법사위원의 제왕적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된 ‘장애인단체 일부만의 동의’에 대해서도 표면적 판단을 지양하여야 한다.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여 장애인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보장방안을 강화하자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장애인단체는 없다. 법률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개정안에서 보다 더 강화된 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대 성명을 냈던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와의 의견조율을 통해 만들어진 동의서가 첨부된 의견서를 단면적으로 판단하여 일부 단체만 동의하였다고 편협한 해석을 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

여러 개정안에 대하여 많은 논의를 통해 겨우 병합하여 대체 법안을 마련하였는데, 차후에 발의한 한 의원의 법안으로 인하여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 법을 소급하여 또 다시 병합하라며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은 법사위가 보건복지부 상임위 위에 군림함을 보여준 것이다.

장애인 권리옹호는 복지수급권과 일상생활의 모든 권익옹호를 지원하는 보다 폭넓은 보장방안이 마련되어야 함을 이유로 현재 인권침해의 조사와 처리에 그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의 장애인권리옹호법안에 대하여 반대하는 장애인 단체들도 많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인권침해의 문제를 강화하는 것이 권익옹호 면에서 부진하다는 이유로 타 법률과의 병합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그 법률의 한계가 명확하고 자립생활 이념에서 말하는 권익옹호가 제한적 범위에 그친다는 이유로 또 다시 문제가 제기된다면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은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서기호 의원의 발언은 ‘맡긴 사과를 돌려주겠다며 몇 개를 줄까를 묻고는 서로 의견이 달라 결국 돌려주지 못하겠다.’는 말과 같다. 국회에 국민이 맡긴 입법권을 전체의 합의된 의견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개정을 거부한 셈이다.

병합의 여부는 보건복지상임위의 고유 권한이다.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에서 많은 유사한 법안들이 조정되어 대체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잔여임기가 1년여 남은 국회의원들이 개정안의 상정에 대하여 책임소재 없이 미루어 버린다면,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피해를 방임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보건복지부의 수용과 장애인단체들의 동의까지 그 간 진행되었던 수많은 노력은 ‘이제 더는 급할 것이 없다.’는 이상민 법사위원장의 방망이에 의해 현재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로서 또 다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신음하는 장애인들을 지원할 법적 체계의 마련 또한 갈 곳을 잃었다.

한 전문위원의 발언에 의해 인권침해예방센터는 비영리단체 위탁에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주어야 한다며 공공기관 위탁으로 변경되며 이미 목적성과 그 고유 권한이 축소되었다. 게다가 권익옹호의 지원 방안을 축소한 것이 국회이면서 또 다시 축소된 내용이라며 통과를 지연시키는 처사는 무엇이란 말인가!

장애인권리옹호법안은 복지위에서 상정하여 다룰 문제이고, 개정안도 아닌 새로운 법안을 제정하는 안이다. 장애인복지법에 편의증진법과 특수교육법 등 다른 법률의 유사 조항이나 근거조항이 있듯, 한 분야에 집중하여 강화된 법을 제정하게 되면 그때 두 법률과의 상호 조정을 하면 될 것이다.

서기호 의원이 그 간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모으도록 단체에 손을 들어주고, 보다 강화된 법이 만들어지도록 장애인 입장에서 발언한 것은 사실이다. 허나, 그가 하나의 개정안을 지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동안 모두의 노고가 쌓여 오늘에 이른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의 통과를 한 칼에 베어버리게 되었다. 일개 한 의원의 행동이 법을 만들기는커녕 막아버린 결과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놀랍다. ‘되도록 할 수는 없어도 안 되도록 하는 것은 쉽다.’는 표현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인가 싶다. 장애인계의 전체 의견이 중시한다면서 복지위 의원들의 전체 의견을 법사위 한 의원이 이렇게 좌지우지해도 되는 것인가!

법사위가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조속히 상정하여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또한 장애인 권리옹호법은 인권침해 사건의 처리만이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자립을 유지하기 위한 보다 폭넓은 보장방안 마련을 통한 권익옹호 서비스를 포함하도록 시간을 두고 수정하여 주기를 바란다.

현사태의 의도는 표면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것이나, 결과적으로는 장애인의 인권보호 지원을 막아버리는 처사이다. 우리는 작태의 법사위의 제왕적 처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법의 통과를 코앞에 두고 다시 좌절해야 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부디 제대로 응답하기 바란다.

처음 법안 마련의 의도가 심사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칼질을 당하고 누더기법이 되어 군데군데 찢겨도 그것만이라도 통과시켜 주기를 고대하는 마음마저 상처를 받아야 하는 장애인들의 아우성과 신음을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면 현 시점에서 어설픈 판단력을 행사하지 말기를 바란다.

2015년 3월 17일

한국D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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