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해바라기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적장애인 1급인 29세의 이 군이 사망했다. 시설에 장애인을 맡겼는데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을 때 가족의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온 몸에 피멍이 들어 있으니 경찰에 폭력협의로 고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시설에서의 폭행이 의심되니 의혹을 제기하고 진실을 규명하려 드는 것도 당연하다.

언론에서 피멍이 든 상처들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망하였다고 하니 장애인을 둔 부모들은 물론 시민들 모두가 피가 거꾸로 치솟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양측의 이야기를 모두 취재하면서 피해자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시설측의 말들을 변명으로만 취급해버린 점은 없을까?

아직 아무것도 규명된 것은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시설측과 가족,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비교 정리해 보면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더욱 혼란스러워지지만 단지 흥분만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 군이 쓰러진 것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에서는 CCTV를 공개했다. CCTV는 개별 방에는 없지만, 거실과 복도에는 설치가 되어 있었다.

이 군은 지난 해 12월 20일 무엇엔가 부딪혔으며, 눈 주변에 멍이 든 일이 있었다. 이 것이 사망의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른 이유를 찾지 못한 가운데 넘어져 다친 기록일 뿐이다.

이 군의 장애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자. 이 군은 결절성 경화증으로 지적장애가 된 듯하다. 장애원인은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결정성 경화증은 신경계 장애로 1880년에 명명된 희귀성 질환이다. 이 질환은 뇌, 신장, 심장, 폐, 눈 등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성 질환으로, 모반증이나 신경피부 증후군으로 분류된다. 간질을 일으키기도 하고, 기능저하, 행동장해, 피부증상이 나타나며, 뇌에는 발작, 지적장애, 피질성 결절, 피부에는 섬유증, 그리고 모든 장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군은 손바닥을 가볍게 물어뜯는 정도 외에는 자해 행동은 없었으며, 손가락을 부딪는 행동 정도의 매너리즘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시설에서 자해행동을 했다면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욕구불만이 늘었거나 심리적 불안이 증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해행동이 심각하여 사망이 일어났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 군의 의사소통 능력은 무엇을 먹고 싶다는 등의 감정표현은 가능했다.

어린 시절에는 할머니가 양육했으며, 아버지는 사정상 어린 시절을 함께 하지 못했다. 이 군이 2010년 해바라기에 입소하기 전에는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시설에서 생활하였으며, 그 시설이 폐쇄되어 해바라기에 오게 되었다. 할머니는 시설에 있는 것보다 곁에 두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한다.

시설측의 이야기에 의하면, 아버지가 이 군을 입소시키고 한 달 후 추석을 맞아 방문을 한 적이 있으며, 주민등록을 시설에서 할머니댁으로 옮겨 놓아 시설에는 이 군 몫의 보조금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그 것을 알게 되어 다시 시설로 주소를 옮겨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군이 쓰러졌을 때 아버지에게 연락을 하였으나 통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큰아버지를 통해서 연락을 하였다. 할머니가 노령으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관절염, 치매 등 지병을 앓고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2012년까지만 해도 할머니가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설에 이 군을 찾는 전화를 하여 조금 전에 전화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할머니는 언제 전화를 했느냐고 되묻기도 하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자주 찾지 않은 것과 의문사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시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오히려 아버지의 무관심을 이야기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말로 들리지 않느냐고 했더니, 해바라기에서는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하였다. 많은 이야기 중에 나온 일부의 이야기일뿐 책임을 아버지에게 돌리는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시설측의 이야기로는 지난 12월 20일은 넘어져서 눈 주위에 멍이 들었지만, 밥도 잘 먹고, 다니는 것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25일 오전에도 샤워를 하고 오후에는 간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었으며, 저녁 6시 경 식사시간에 밥상에서 식사를 거부하는 표현으로 탁자를 탁탁 치기에 간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보다 하였고, 이 군은 방에 들어가 누워서 쉬고 있었는데, 7시 경 의식이 흐려져서 긴급하게 병원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장애인이라고 그렇게 자주 넘어지고 다치는가? 시설의 안전에 문제가 있거나 변명은 아닐까? 그런데 이 군의 장애 원인과 후에 알게 된 질병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군의 죽음에 대하여 시설에서는 넘어진 것이 원인이 아닌가 하는 것은 피멍에 대해 폭력행위를 의심하므로 다른 이유로 인한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이지, 그런 이유로 사망했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의사도 아니므로 조심스럽다.

병원에 입원을 하여 혈소판 수치가 10000으로(정상은 15만) 매우 낮게 나타나는 증세를 보이고, 해모글로빈 수치도 낮아져 이런 상태에서는 피멍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넘어져서 피멍이 들었다고 하기에는 상처 부위가 너무 많고 넘어질 경우 다치는 부분이 아닌 부위의 피멍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만 샤워를 하고 나오는 장면이 녹화된 CVTV에서는 옆구리 등 피멍이 옅게 나타나고 있다. 그 상처가 주검에서는 상당한 피멍으로 발전되어 있다.

국과수의 1차 부검에서 경막하출혈이 사망 원인이라고 하였으므로 외부의 충격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폭행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아버지가 수술을 포기하였기 때문에 사망했을 것이라는 시설의 변명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시설에서는 아버지의 반대가 있기는 하였으나, 수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력하게 설득을 하였으며, 수술을 포기하게 된 것은 암이 내장 전체에 번져 수술이 무리였다는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신장에 암덩이가 발견되었으나, 갑자기 죽음에 이를 이유는 되지 않는다. 국과수도 1차 부검에서 사망 원인을 이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국과수의 의견은 부검 결과의 1차적 해석에 불과하고 그 동안의 의무기록이나 장애 등을 종합적으로 재해석해야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인데, 1차 결과만을 두고 폭행으로 보는 것은 시설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멍이 폭행이 아니라 특수 질환에 의한 것이라 모든 정황이 불명확하다고 하더라도 20일에 다쳤는데, 25일 쓰러지기 전까지 방치한 책임은 시설의 책임이라고 가족과 관계 장애인들은 주장한다.

시설에서는 즉시 병원에 갔으며 20일은 눈 상처를 치료하였는데, 다음날 다리의 상처가 발견되어 다시 병원을 방문하였다고 한다. 의사가 눈보다 다리의 상처가 오히려 걱정된다 하여 X-Ray 촬영과 함께 치료를 하였고, 머리 부위에도 상처가 있어 CT 촬영을 하려 하였으나 환자가 몸부림을 치는 등 정지 상태가 유지되지 않아 촬영을 하지 못하였고, 의사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

즉 시설에서는 절대 방치하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토록 할머니가 곁에 두고 싶어했는데 왜 시설에 맡기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장애인 인권단체에서는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가 되었다면 맡겼겠느냐고 답했다.

시설에서 생활한 장애인들의 경험으로 볼 때, 시설에서는 얼마든지 폭행이나 방치 등의 일이 생길 수 있으며, 간호사나 생활교사의 일지는 조작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 군이 사망하자 시흥경찰서에서 경찰이 와서 주소지를 확인하고는 관할 경찰서가 인천 중구경찰서라고 하여 중부 경찰서에서 다시 왔는데, 상처 부위 사진도 찍지 않아 따졌더니 ‘아버님이 찍지 않았느냐“며 그냥 돌아가려 해서 다시 항의하자 그제서야 사진촬영을 하는 등 무성의하게 초등수사를 했다고 관련자들이 주장한다.

이 군이 의식불명으로 쓰러져 있던 35일간 중 사망하는 당일 오전에도 의식불명 상태이기는 했으나 생명에 지장이 있을 만한 증상은 보이지 않았고, 의사도 요양원으로 옮기는 것을 권유했는데, 기도 내 삽관을 제거하고 30분 정도 지나 호흡이 가빠졌으며(삽관 교체와 기도 수술을 병원에서 권했으나 아버지가 삽관제거만 원했다고 함), 간호사에게 문의하였더니 간호사도 잘 모르겠다고만 하였는데, 1시간 정도 지나 병원측에서 위급하다는 연락이 왔고, 응급조치 중 30분 후 사망하였다.

치료한 병원이 평소 해바라기에서 이용하는 병원이라 한통속일 수 있다고 의심할 수도 있다. 물론 병원측은 그런 의심이 억울할 것이다.

사망 원인은 국과수의 최종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한다. 1년에 두 세 번 정도의 간헐적 간질 발작이 관계가 있는지, 암과 혈소판 등의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는지, 결절성 경화증이 악화된 것인지, 실제로 폭행과 같은 사실이 있었는지는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물론 시설에서는 그러한 폭행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장애인 인권단체에서는 복지부에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사를 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해바라기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여 그런 사실이 발견된다면 시설로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종사자가 아닌 이용자에게 그러한 조사를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이군이 있던 방은 특히 중증 장애인들이 있어 의사소통 자체가 어렵다. 시설 입장에서는 참고인이 피의자 취급을 받으며 조사를 받는다면 반발을 할 것이다.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주장하는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시설에서는 강력하게 부정한다.

현재로서는 피멍이 국과수의 외부충격에 의한 상처라는 잠정적 규명은 어디까지나 결론은 아니고, 또한 피멍에 대한 원인 규명도 부딪힌 상처가 다른 질병에 의해 피부가 더욱 강하게 부풀어 오르는 등 현상이 나타난 결과인지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언론에서 피멍만을 가지고 폭행으로 단정하거나 시설이라고 하여 인권침해의 결과라고 말하기에는 아직은 무리수가 있다. 그러니 더욱 규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규명을 수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측과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즉시 경찰조사 외에 모든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복지부는 수사권이 없는데, 조사보다 수사가 더 확실하니 기다려 보자는 것이고, 사람들은 수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것이 늘 하는 수법이 아니냐고 말한다.

문제는 폭력에 의한 살인이나 방임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원인불명이라든가, 여러 질병의 복합적 원인이라고 하면 그것을 가족이나 장애인계가 수용할 수 있는가이다.

이런 경우 의문사로 남으며 시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라는 의혹 속에 있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돌봄이 부족했다거나, 넘어서 다쳐서 피멍이 들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문상을 온 일부 종사자들에게 질문을 퍼붓자 적당히 둘러댄 말로 이 말에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시설이 공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쩌면 지나친 유추나 트집잡기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누구나 진실을 원하고 가족의 한이 풀리기를 바랄 것이다. 시설에서 피멍이 된 상태로 의문사가 있었다는 놀라움으로 눈물을 흘리고 흥분하기보다는 좀더 차분하게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그 결과가 나온 다음 책임을 물어도 되지 않을까 한다.

분명한 것은 꽃다운 나이에 이렇게 죽음을 맞이한 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슬픔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망자에 대한 명복을 빌며 하늘나라에서는 장애 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행복을 누리기를 빌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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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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