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장애아로 판정을 받았으니 이제는 치료나 재활에 몰두해야겠지요.” 엄마는 여기저기 치료실을 찾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제일 낫다는 00언어청각센터를 찾았는데 대기시간만 서너 달이 걸렸다.

김진호 씨의 연습장면. ⓒ이복남

00언어청각센터 장애아 치료는 심리치료부터 시작해서 작업치료 언어지료 놀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을 다 하는 것 같았다.

자폐성 장애아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른 사람과의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인 유대감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진호는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였다. 더구나 자폐아라는 것에 대한 주위의 오해와 편견은 엄마를 못 견디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동안, 엄마의 역할은 세월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과 함께 아이를 치료센터에 데려갔다가 데려오는 것뿐이었다.

엄마는 통곡했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이지만 몇 년 동안 치료센터에 다녔지만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엄마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니 단지 진호를 치료센터에 데리고 왔다 갔다만 했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만 해 온 것은 아닌가 싶었다.

처음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기에 너무 매달린 것 같았다. 그러나 아이를 위한답시고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어떤 기관이든지 절대적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김진호 씨, 아빠와 엄마. ⓒ이복남

“우리 진호는 약이나 수술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이고 일간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호를 치료하고 있다고 봐야지요.”

엄마는 진호를 위해서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치료사가 되고 교육자가 되기로 했다. 제일먼저 생활에서 일어나는 편식 등 사소한 습관부터 시작해서 읽고 쓰기를 가르쳤다. 그 때까지도 진호는 라면이나 과자 등에만 빠져 있었다.

“편식을 고치기 위해 아이를 산으로 데려가고 눈물을 머금고 굶기기도 했습니다.”

필자가 진호 씨를 만났을 때 진호 씨는 필자에게 인사를 하고 카페명함 뒤에다 사인을 해주었는데 엄마가 불러주는 대로 필자의 이름도 정확하게 썼다. 그런데 이름 뒤에 ~에게라고 써서 엄마가 어른들에게는 ~님께라고 쓰는 거라고 해서 다른 종이에 다시 쓰고 사인을 하고 날짜까지 적어 필자에게 건넸다.

김진호 씨 사인. ⓒ이복남

“지금은 진호가 이렇게 읽고 쓰고 하지만 하루아침에 다 배운 것은 아닙니다.”

몇 년을 두고 가르친 엄마의 노력이자 보람이리라. 초등학교도 1년을 유예시켜 9살에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그러나 진호는 보통의 아이들처럼 읽고 쓰고 노래하며 춤추는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을 따라가지 못했다.

“도저히 적응을 못한다면서 그만두라고 하더군요.”

매일 학교에 따라가서 교실 뒤에서 진호를 지켰지만 선생님이 못 가르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초등학교에 입학 한지 42일 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엄마는 집에서 진호를 가르치면서 진호를 다시 보낼 학교를 수소문했다.

1994년 새 봄이 되자 수원에 있는 중앙국민학교(현 중앙기독초등학교)를 찾았는데 수업일수가 모자라서 2학년 복학은 불가했고 1학년 특수반에 새로 입학했다. 중앙국민학교에는 장애아를 위한 통합교육 지원실이 있었던 것이다.

“학교에서는 배드민턴을 비롯해서 축구 농구 수영 등을 가르치면서 아이의 달란트를 발견했습니다.” (달란트(talent)란 고대 그리스에서는 화폐와 무게의 단위였는데, 기독교에서는 각자의 재능이나 타고난 자질을 이르고 있다. -필자 주)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구기 종목을 비롯해서 장구와 태권도 까지 다양한 시도와 체험을 갖게 하면서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특기에 맞는 교육을 실시했다.<3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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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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