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구직자 중에서는 공공분야 채용시험에 응시하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입사 후 장애인 차별을 하기 어렵다는 점, 장애인 채용을 눈치 보여서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 장애인 노동자들이 그나마 장애라는 요소를 제외하고 공정하게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공공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공분야 채용 응시자들에게서는 필수 자격이 몇 가지 있는데,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응시생들 사이에서 ‘컴활’이라 부릅니다), 토익 등도 있지만 의외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하 한검능)도 변수 중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서 각종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 공단 등 공공분야 채용시험에서 각종 가산점이나 응시 전제 조건 등으로 한검능 최소한 3급 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관측도 응시 사유 질문에 대한 선택 답안으로 ‘공공분야 채용시험 응시 준비’를 넣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것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한검능 성적의 중요성이 여러 곳에서 입증되었습니다. 게다가 한검능은 사설 기관이 아닌, 한국사 관련 국립재단에 해당하는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 주관이기 때문에 권위 등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황에 따라 공공분야 채용시험을 보려는 저도 미리 손을 쓰기 위해서 한검능에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 17일 제69회 시험이 진행되었었습니다.

지난 1월 초, 시험 접수부터 치열한 클릭 경쟁이었습니다. 이제는 공공분야 구직 필수조건화되다 보니 응시 마감이 됐나 싶었는데, 다행히 장애인 응시자들은 장애 관련 증빙을 하면 별도 시험실을 보장해주는 조항이 있습니다.

장애인 응시자들은 접수할 때 시각장애 · 청각장애 · 지체장애 · 뇌병변장애 · 기타 장애 유형을 선택하고 관련 증빙서류 (장애인증명서 등)을 접수 페이지에 PDF 파일로 업로드해놓으면 됩니다.

그리고 한검능 주관 측인 국편 공식 방침으로, 일정 시점에는 수험표에 올려놓을 사진도 업로드하라는 방침이 있습니다. 취업할 때 준비해놓은 프로필 사진을 준비하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정 시점 이후에, 늦어도 응시 전날에는 이 수험표를 프린트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프린트할 수 없는 상황이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시험 당일 조금 서둘러서 응시본부로 지정된 사무실에 방문하면 수험표 긴급 출력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흑백 프린트도 인정됩니다. 당연하겠지만, 그 날 신분증 지참은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인정 신분증 중에는 복지카드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더 없습니다.

저는 특별 규정으로 별도 시험실이 지정되었는데, 이동 문제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제 특성상 저는 건물 5층의 별도 시험실에서 응시했습니다. 1층에도 장애인 수험생 시험실이 있어서, 아마 이 1층 시험실에서 응시한 응시자는 분명히 휠체어이용자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난 2월 17일 인천 남동구 만수중학교 입구에 설치된 제69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장임을 알리는 표지. ⓒ장지용
지난 2월 17일 인천 남동구 만수중학교 입구에 설치된 제69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장임을 알리는 표지. ⓒ장지용

지난 2월 17일 응시 당일, 인천지하철 2호선 만수역 인근이라는 지도 안내를 믿고 응시 장소인 인천 남동구 만수중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1개와 초콜릿 우유를 사서 마신 뒤 응시자 도착 목표 시각인 10시를 훨씬 앞둔 9시 30분 즈음에 도착했기 때문에 차분히 정리하고 5층 별도 시험실로 이동했습니다.

제69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자 유의사항이 적힌 공식 게시물. ⓒ장지용
제69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자 유의사항이 적힌 공식 게시물. ⓒ장지용

시험실에 도착하니 저를 포함한 4명의 응시자가 있었는데, 옆 사람에게 살짝 물어보니 자기도 공공분야 채용시험을 보는데, 자신은 한검능 등급이 없으면 이제 자신이 응시할 직렬 응시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아서 응시한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준비 시간과 오리엔테이션과 문제지와 답안지 배부 등의 이유로 약간의 대기시간을 거쳐 10시 20분이 되자 시험을 시작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마자 매우 빠르게 첫 문제부터 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저는 한국사 지식이 충분하고 최근에는 학계의 새로운 해석이나 최근 출토된 문화재를 통해 밝혀진 사실 등까지 일부분을 알고 있는 수준이라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시험은 꽤 어려운 편인데, 상대적으로 저는 ‘복습문제’ 수준의 문제였지만 한국사에 대한 이해 수준에 따라서 시험이 어려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공공분야 채용정보 공유 카페에 가보니 자신은 가까스로 2급을 취득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을 정도이니까요.

시험도 한검능이 시행된 초기 목적인 “한국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인다”는 목적 때문에 가끔 한국사를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함정에 빠지기 쉬운 문제가 더러 있습니다. 심지어 저도 틀릴뻔했던 문제가 있었을 정도입니다.

제69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47번 문항 전문. 한국 군제사(軍制史)의 흐름을 질문하는 것으로, 지문은 순서대로 각각 신라 중대의 9서당(신문왕때 설치), 고려의 응양군(2군 6위), 조선 말기의 무위영, 조선 후기의 금위영(5군영)에 관한 해설이다. 조직된 시대 순서를 질문하였기 때문에 정답은 2번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제69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47번 문항 전문. 한국 군제사(軍制史)의 흐름을 질문하는 것으로, 지문은 순서대로 각각 신라 중대의 9서당(신문왕때 설치), 고려의 응양군(2군 6위), 조선 말기의 무위영, 조선 후기의 금위영(5군영)에 관한 해설이다. 조직된 시대 순서를 질문하였기 때문에 정답은 2번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이번 제69회 시험에서는 한국 군제사(軍制史)의 흐름을 주제로 출제된 47번 문항이 꽤 어려웠다는 후문입니다. ‘9서당’(신라 중대의 중앙군 조직) · ‘상장군’ (고려의 중앙군 사령관 직위)에 이 문항의 함정이었던 ‘무위영’ · ‘장어영’, 즉 구식군대 해산(1895년 종료) 과정에서 존재한 군영의 존재라는 조선 말기 개화기 직전 구식군대 조직 개념까지 알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다행인 점은 ‘말 바꾸기’ 방식의 선택지를 출제하지 않는다는 상대적으로 정직한 시험이라는 점입니다. 대신 ‘어색한 사실 지우기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은 좋은 전략 중 하나인데, 대부분의 틀린 선택지는 다른 시대의 사실을 언급하는 방식이라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안다면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2019년 인천교통공사 채용시험 과정(면접에서 탈락)에서 행정학 시험을 보는데 ‘말 바꾸기’ 방식의 선택지가 많아서 힘들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69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5번 문제로 충청북도 충주시의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정답은 충주 고구려비를 설명한 4번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제69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5번 문제로 충청북도 충주시의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정답은 충주 고구려비를 설명한 4번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최근에는 흥행하는 역사 관련 매체물이나 회자되는 이야기 등을 끄집어내서 출제하는 일도 있는데, 최근 지방정부 공식 유튜브 중 인기 높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충주시청 유튜브 채널과 담당자인 김선태 전문관의 인기 때문인지 시험에서 으레 출제하는 지역사 문제로 출제된 지역이 이번에는 충청북도 충주시였을 정도입니다.

저는 수업시간에 들은 남한에 유일하게 있는 고구려 비석인 ‘충주 고구려비’까지 바로 엮어내서 맞혔을 정도입니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흔히 ‘중원 고구려비’라고 외우신 분들이 많은데, 현재는 ‘충주 고구려비’로 이름이 바뀌었다 합니다. 이는 예전 충청북도 중원군이 지금은 충주시에 편입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험에 응시하고 나니 11시 25분이 되었고, 시험 규정상 시험 종료 15분 전부터는 답안지 작성까지 모두 마친 응시자는 퇴실하여도 좋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시험실에서 응시한 저를 포함한 4명의 응시자 모두가 답안지를 제출하고 모두 퇴실했습니다. 참고로 문제지는 얼마든지 응시자가 가져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필자에게 발급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인증서. ⓒ장지용
필자에게 발급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인증서. ⓒ장지용

그렇게 국편에서 그날 14시에 정식 정답을 공개하고 저도 자체 채점을 진행해보니, 93점을 받아 80점 이상은 1급을 취득한다는 절대평가 규칙에 따라 자연히 1급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지난 2월 29일 국편의 최종 공고를 통해 확인되었고 그 날 오전에 증명서를 만들어놨습니다. PDF로 인쇄를 이용하여 PDF 파일을 만들어놨기 때문입니다.

국편의 발표에 의하면 69회 한검능 심화 합격률은 총 54% 정도이며, 1급 취득자는 25% 정도라는 통계가 나왔다는데, 그만큼 한검능 1급 취득이 약간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거꾸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장애인 수험생들도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는 셈입니다.

한검능은 최근 다양한 인터넷 강의나 찾아보면 어딘가에는 있는 합격자들의 필기 노트, 시중 학습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시험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공부를 위해 무리하게 학원 수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즉, 여러분이 찾아보시면 충분히 학습한 뒤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응시 준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그렇게 무리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좋은 자료만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험을 놓쳤다거나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검능은 2024년부터는 1년에 총 4회의 기회, 즉 계절별로 1번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시험은 오는 5월 25일 제70회 시험으로, 여건이 있다면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오는 4월 23일에는 인천 · 경기 권역, 4월 24일에는 충청 · 호남 권역, 4월 25일에는 영남 권역, 4월 26일에는 서울 · 강원 · 제주 지역 응시 접수가 가능하며, 언제나 그 날 10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인터넷 접수를 합니다. (예외적으로 4월 26일 서울 · 강원 · 제주 지역 응시 접수는 정오까지) 그리고 4월 26일 정오부터 4월 30일 18시까지 전국 통합 접수가 있으니, 그때 신청하시고 학습한 뒤에 5월 25일에 응시하기를 권합니다.

많이들 한검능에 많이 응시해보기를 권합니다. 한국사 이해 능력도 이 김에 키우고, 공공분야 채용시험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사전 준비로도 응시하기를 권합니다. 여러분도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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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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