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서울시 관악구에서는 휠체어 장애인들의 이용 편의를 돕기 위해 소규모 영업장에 맞춤형 무료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했습니다.

저는 비장애인이지만 자폐성 장애인 아들이 있어서 장애인들의 편의 증진에 조금이라도 기여 하고자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경사로 사업 참가자들은 사업 참가를 위해서 의무적으로 3회 교육에 참여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사업 참가자들은 성실하게 3회 의무교육에 잘 참여했습니다. 교육을 담당하시는 분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직접 대면 강의를 하셔서 장애인 당사자가 일상에서 부딪혀야만 하는 심각한 이동권 문제를 실제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해 주시니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비장애인들이 파출소나 동사무소 구청을 가끔 가고 편의점, 약국, 식당, 커피전문점을 더 많이 가는 것처럼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도 소규모 영업장에 더 많이 갑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경사로는 공공시설에는 비교적 잘 설치되어 있는데 정작 제일 필요한 소규모 영업장에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소규모 영업장에 가려고 하는데 경사로가 없으면 이동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것입니다.”

“지자체에서 소규모 영업장에게 맞춤형 무료 경사로를 지원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소규모 영업장들이 자비를 들여서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워서 하지 않습니다.”

저는 3회 교육을 마치고 경사로 사업의 필요성에 절절히 공감해서 발바닥에 땀 나게 돌아다니면서 관악구에 경사로가 필요한 소규모 영업장들을 발굴하고 그 영업장들에 경사로가 설치되도록 적극적으로 영업주를 설득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과 한조가 되어 소규모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신청서를 받는 일이었습니다. 제 파트너인 휠체어 사용 장애인 A씨와 함께 경사로가 없어서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소규모 영업장을 찾아다니며 신청서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활동을 같이 했는데 항상 활동지원사께서 함께 나와서 A씨의 활동을 지원했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는 너무 높은 소규모 영업장 10cm 턱. ©황병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는 너무 높은 소규모 영업장 10cm 턱. ©황병순

경사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우리나라 자영업자 대부분이 소규모 영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는 영업장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무료 맞춤형 경사로를 설치하시라고 권고를 하면 바로 신청서를 쓰시는 분들이 계신 반면에 “저희 가게에는 장애인들이 안 와서 필요 없어요.”라고 하면서 거절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경사로가 없어서 장애인들이 들어갈 수 없으니 오고 싶어도 못 오는 것이라고 설득 했지만 별로 소용은 없었습니다. 결국 경사로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맞춤형 무료 경사로를 설치하신 대부분의 소규모 영업장 점주분들은 대단히 만족해 하셨습니다. 영업장 입구에 맞춰서 크기를 조절해서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를 해서 설치하기 전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약자, 어린이, 유모차를 이용하는 아기 어머니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무척 높았습니다.

제가 비록 그 시작은 미미했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되는 소규모 영업장들의 수가 많아지는데 일조할 수 있어서 사업에 참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람이 있었습니다.

소규모 영업장에 무료경사로가 설치된 후. ©황병순
소규모 영업장에 무료경사로가 설치된 후. ©황병순
소규모 영업장에 무료경사로가 설치된 후. ©황병순
소규모 영업장에 무료경사로가 설치된 후. ©황병순
소규모 영업장에 무료경사로가 설치된 후.©황병순
소규모 영업장에 무료경사로가 설치된 후.©황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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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자폐성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엄마입니다. 나이는 25살이지만 매일 컴퓨터로 동요를 들으면서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고 똑같은 말과 질문을 하루 종일 반복하는 성장하지 않는 아이를 지금도 육아 중입니다. 저에게는 간절한 소원이 있습니다. 부모가 없는 세상에 혼자 남겨질 아이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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