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해방 직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꿈에도 그리던 귀국, 즉 환국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미 군정의 농간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개인 자격으로만 귀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방 직후 서울에서 회동한 백범 김구(왼쪽)와 미 군정장관 하지 중장(오른쪽).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해방 직후 서울에서 회동한 백범 김구(왼쪽)와 미 군정장관 하지 중장(오른쪽).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심지어 당시 중화민국, 즉 국민당 정부에서도 신원을 보증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김구 주석, 즉 대통령(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체제는 주석제라고 부르는 일종의 대통령제였습니다)조차 개인 자격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돌아온 해방된 조국에서 결국 냉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미 군정 사령관인 하지 중장은 대놓고 한국 과도정부의 수장으로 추대해도 무리 없었던 백범 김구에 대해 대놓고 1945년 11월 2일 “스튜의 간을 맞추는 소금에 불과하다”라고 일종의 폄하 발언을 대놓고 했습니다.

이 발언의 의미는 그냥 독립운동 세력 자체를 그냥 구색 맞추기용, 특히 38도선 이북의 소비에트 연방 군정에 대항하기 위한 구색용 장치에 불과하며 우리는 일본 식민지배 세력을 그대로 이용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런 일 때문에 지금도 몇몇 세력은 미 군정이 대한민국 현대사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맸다는 지적을 할 정도였습니다.

갑자기 왜 해방 직후의 이야기를 한 것은 지금의 몇몇 정치권의 태도가 딱 하지 중장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태도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전경. ⓒ국회방송
2022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전경. ⓒ국회방송

이제 곧 총선 시즌이 다가오니 장애인 인사 영입에 각 당이 혈안이 되어있을 것이리라고 봅니다. 이미 국민의힘이 선수를 치고 장애인 보디빌더 김나윤 씨를 인재영입위원 명목으로 영입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제 곧 영입 인재를 하나씩 발표하겠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준석 신당’ 이니 뭐니 하는 집단들도 어중이떠중이들을 데려올 듯합니다. 어쨌든 그런 공천을 노리고 오는 어중이떠중이들에는 장애인을 ‘스튜의 간을 맞추는 소금’처럼 하나씩 데려올 기색입니다.

그런데 장애인이 이렇게 공천된다고 해서 과연 제대로 된 장애인 정책이나 의정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저는 의문시됩니다.

일단 제일 먼저 또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몇몇을 데려와 놓고선 구색 맞추기를 시도할 것이 제일 뻔하고, 그다음으로는 현장의 활동가가 아닌 무슨 의자나 꿰고 다니는 장애계 인사를 공천하거나 저는 대놓고 ‘딸랑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특정 정파의 입김으로 공천될 이른바 ‘앞잡이’ 인사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몇몇 장애인 관련 기관 인사들은 ‘딸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특정 정파 출신의 장애계 출신 ‘앞잡이’ 인사를 갖다 앉혀놓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혁신적인 정책을 하기는커녕 정권에 부역하는 태도를 보인 적도 있었고, 심지어 말단 사원조차 저런 행동을 하면 쫓겨날 행동을 기관장 재임 도중 벌인 추태도 경험해봤습니다.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한 자가 사실상 쫓겨난 적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일단 다음 국회에서 장애인 관련으로 보고 싶은 것은 제일 먼저 농인 국회의원부터 보고 싶다는, 즉 각 국회의원의 장애 유형 다양화를 보고 싶습니다. 역대 국회의 장애인 국회의원 중 농인 출신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청각장애까지 확장해도 대전광역시의회 비례대표 출신인 우승호 前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의원 정도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다음 국회에서는 수어로 의정 연설을 하는 국회의원을 솔직히 보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좋은 수어에 대한 인식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아직 장애인 국회의원이라고는 지체장애와 시각장애 국회의원만 봐서 역설적으로 이제 ‘재미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먼 미래에는 발달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 출신 국회의원도 보고 싶습니다만, 일단 발달장애계와 정신장애계는 국회의원에 도전할 수 있는 유능한 당사자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라고 보기 때문에 지금은 참겠습니다.

두 번째로 보고 싶은 것은 특정 단체 입김에서 자유로운 장애인 국회의원을 보고 싶습니다. 최근 들어서 몇몇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특정 장애계 단체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 처신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일 때문에 몇몇에서는 특정 의원은 특정 집단의 앞잡이가 아니냐는 비난도 받은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자신의 신념이 아닌 특정 집단의 앞잡이식 국회의원이 등장하면 자기들에게는 좋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강경파 집단들에게는 일종의 면피용 장치가 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세 번째로 이제는 보건복지위를 뛰어넘는 장애인 국회의원을 보고 싶습니다. 으레 장애인 국회의원은 보건복지위 자동 배정이 관례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장애인 정책은 점점 보건복지위를 넘어가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이미 이번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보건복지위가 아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는 사례를 보여주면서 이제 보건복지위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의원이랍시고 무조건 보건복지위에 앉혀놓는 태도는 사실상 장애인은 복지 그런 것만 받아먹어라. 이런 인식을 은연중에 심기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저는 이번 총선에서 졸지에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국회에 입성한다면 보건복지위가 아닌 환경노동위나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관심이 있던 정책이 장애인 고용노동정책이나 일부 특수교육, 특히 장애인 대학교육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조차 보건복지위에 관심 없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제가 보건복지위 소관 기관인 한국장애인개발원 출신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또 문제가 될 우려도 있어서입니다.

일본 국왕의 정통성을 상징한다는 구슬·청동 거울·청동 칼로 이루어진 이른바 '삼종의 신기' 모조품 (일본 왕실은 진품을 현재도 공개한 적이 전혀 없음). ⓒWikimedia Commons
일본 국왕의 정통성을 상징한다는 구슬·청동 거울·청동 칼로 이루어진 이른바 '삼종의 신기' 모조품 (일본 왕실은 진품을 현재도 공개한 적이 전혀 없음). ⓒWikimedia Commons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 국회의원이 장애인 관련 의정활동을 반드시 법안·정책·예산 이 세 가지로만 말할 수 있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일본 국왕의 정통성을 가진다는 세 가지 보물을 이른바 ‘삼종의 신기’(곡옥, 즉 구슬·청동 거울·청동 검. 이 세 가지)라고 부른다는데, 그것에 빗대면 법안·정책·예산은 ‘장애인 관련 의정활동 삼종의 신기’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실제로 현대 일본에서도 생활에서 중요하거나 유명한 물건 세 가지를 ‘삼신기’라고 부릅니다.)

그렇지만 이제 장애인 관련 국회의원 문제는 ‘정치인 너희들 스튜에 간을 맞출 소금’ 따위로 생각하는 태도는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심지어 몇몇 인사 중에서는 괜히 국회의원을 했다가 도리어 신세만 망치고 가거나, 지금도 국회의원 생활을 수치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하거나, 오히려 정계 은퇴 후에 더 인상이 좋아진 인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때 국회의원 생활을 했던 코미디언 이주일은 “(국회에서)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라고 퇴임 인사를 했다거나, 얼마 전 경기도지사까지 지냈던 남경필 전 의원이 정계 은퇴 후 사업체 경영과 마약으로부터의 회복 관련 사회활동을 하면서 지내는 모습으로 방송에 나와 인사했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국회에 있었을 때보다 더 편해 보인다” 등의 긍정적 평가였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런 것처럼 장애인 국회의원이 결국은 당이나 특정 장애계 집단 등에서 전략적으로 이용만 하고 자기가 꿈꿨던 소신으로 여의도에 들어왔던 꿈을 퇴임 후에 ‘다 이루었다’라는 분위기로 떠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끔 몇몇 장애인 국회의원도, 솔직히 저도 “내가 이렇게 산다고 해도 과연 장기판의 졸로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이미 김예지 의원은 임기를 마치면 다시 피아노를 칠 것을 밝혀놓고 지금도 연주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여의도 생활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그 ‘여의도 돔구장’에서 ‘개싸움’을 벌여야 하는 운명이겠지만, 아직 제에게도 가당치 않은 일인 듯합니다. 빠르게 출마해도 2028년 총선에 가서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장애인 국회의원이 출마하고 당선되도 ‘정치인 너희들의 스튜에 간을 맞추는 소금’으로만 산다면, 그것은 장애인 국회의원으로선 소위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을까요?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또 국회에 들어오겠지만, 그래도 다음 국회에서는 ‘정치인들 스튜에 간을 맞추는 소금’으로만 있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장애계와의 약속이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장애인 국회의원은 “‘여의도 돔구장’ 스튜에 간을 맞추는 소금”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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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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