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유지돼왔던 장애인등급제(1~6급 분류)가 2019년 폐지되고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이하 ‘중증장애’),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이하 ‘경증장애’) 두 가지로 단순화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 장애인 관련한 여러 복지제도에서 대상자로 1~2급, 3~4급, 5~6급 혹은 1~3급, 4~6급 등으로 나뉘던 것도 자연스럽게 중증장애인, 경증장애인으로 간소화되었다.

그러나 이 간소화의 사실상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장애인연금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 기준이다.

장애인연금 지원대상. ©김영희
장애인연금 지원대상. ©김영희

'장애인연금법'에서는 중증장애인의 범위 정의가 다르다.

장애인연금법 시행령 [시행 2021. 3. 2.] [대통령령 제31516호, 2021. 3. 2., 타법개정]

제2조(중증장애인의 범위) 「장애인연금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제2항에 따른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요건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개정 2019. 6. 25.> [전문개정 2014. 6. 30.]

본 법률도 아닌 그 하위 시행령도 아닌, 그보다 더 아래의 ‘보건복지부장관 고시’로 정한 것이 바로 '종전 1급, 2급, 3급 중복에 해당하는 자'이다.

정부는 왜 이런 다소 의외인 방식으로 장애인연금법 중증장애인이 범위를 정했을까? 이런저런 설명이나 추측들이 있지만 정설은 ‘그냥 예산에 꿰어맞추다 보니….’라는 것이다.

즉, 적어도 장애인연금에 있어서는 기존 장애인등급제가 그대로 살아있는 상태이다. 물론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애계내에서 장애인연금법상 ‘중증장애인’을 장애인복지법과 일치시키라는 목소리가 있었고, 실제 국회에서 그러한 내용의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3년 전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발의된 후 국회 내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연금법 일부개정안 심사 단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연금법 일부개정안 심사 단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연금법 일부개정안 심사 단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연금법 일부개정안 심사 단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러는 동안 각각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과 '종전 1급, 2급, 3급 중복에 해당하는 장애인 중 소득인정액 하위 70%에 지급하는 장애인연금' 간의 소득인정액 선정기준액이 크게 벌어졌으며, 이는 그만큼 65세 이상 노인보다 '종전 1급, 2급, 3급 중복에 해당하는 장애인'의 생활이 더 궁핍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소득분배 변화의 원인과 소득보장 정책 효과에 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소득분배 변화의 원인과 소득보장 정책 효과에 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소득분배 변화의 원인과 소득보장 정책 효과에 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소득분배 변화의 원인과 소득보장 정책 효과에 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소득분배 변화의 원인과 소득보장 정책 효과에 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소득분배 변화의 원인과 소득보장 정책 효과에 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주요 정당들의 기초연금 인상 공약은 연이어졌고 실제 실행되었지만, 장애인연금 대상을 장애인복지법상 중증장애인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일부 정당에서만 나왔고 그마저 국회 논의는 멈춘 상태이다.

정말 절박한 예산의 문제였다면 기초연금 지급 액수가 노인인구 증가율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었을까? 노인들의 표는 많이 의식됐고 기존 3급 중증장애인의 표는 그렇지 않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항간에는 이런 괴담(?)도 돈다. ‘장애인연금 관련 예산 절감을 위해 기존 장애 1~2급 장애인을 재판정할 때 기존 장애 3급으로 하향한다. 특히 생물학적 검사법이 없는 정신적 장애인이 집중 하향 대상이다’라는 내용이다. 나는 이 괴담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솔직히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중증인듯 중증아닌 중증같은 기존 기준 단독 3급 장애인’에 대해서도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장애인연금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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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사외이사 겸 정책위원장으로 각자 정신·시각·청각 장애를 가진 3명의 동거가족이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했으며 네이버 최대 복지카페 ‘복지 아는게 힘’ 前 스탭이다. 정신장애뿐 아니라 장애인 이슈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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