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장애등급제 폐지'를 깨부수고 있다.ⓒ에이블뉴스DB

[2013년 결산]-①장애등급제

다사다난했던 2013년이 끝나간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과연 약속했던 공약을 이행할 것인가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던 가운데, 올해 장애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엇이었을까?

에이블뉴스가 인터넷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2013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전개한다. 그 첫 번째는 ‘더 이상 우리는 소와 돼지가 아니다’ 폐지 주장이 뜨거운 장애등급제.

500일이 되어가는 광화문 노숙농성과 등급제를 놓고 2차례 장애계 대토론회가 펼쳐지기도 했던 최고의 관심사. 에이블뉴스가 실시한 ‘2013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 설문조사에서는 ‘장애등급제’가 최고의 키워드로 뽑혔다.

■핫한 장애계 VS 미지근한 정부=올해 장애계의 핫이슈라 하면 바로 ‘장애등급제’였다. 박근혜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약속한 등급제 폐지를 이행하느냐라는 기대로 말이다. 하지만 ‘핫’한 장애계의 반응과는 달리 정부는 미적지근했다.

그 시작은 올 1월부터였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된 연구가 복지부의 미적대는 태도로 TF회의 조차 열리지 않았던 것.

국제장애분류(ICF)도입 논의를 위한 첫 단추인 한신대학교 변경희 교수의 연구 보고서를 놓고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복지부는 ‘곧 하겠다’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었다.

이는 2달이 지나 장애계가 공동으로 마련한 장애등급제 대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정충현 과장이 정부 측 자리에 참석,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 제대로 의견조차 피력하지 못한 채 핵심 답변을 피해가기만 한 것.

헛기침과 난색만 표하던 그는 ‘폐지는 할 것이다’라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실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복지부 담당자의 모습이 그대로 대통령 업무보고에 드러났다. 업무보고 내용에는 발달장애인법 제정, 활동지원 서비스 확대 등이 담겼으나, 가장 중요했던 ‘장애등급제 폐지’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폐지 의견은 분명하다, 업무과제가 하도 많다보니 빠졌다”라고 해명했지만, 장애계는 다가오는 먹구름을 예언하듯 입 모아 우려스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더욱이 정부는 5월 장애계 희망과는 달리 2014년까지 장애등급을 중·경증 등으로 단일화 하는 방안을 제시한데 이어 대통령 임기 말인 2017년에야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장애계 실망감은 더욱 컸다.

국정과제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까지 장애등급을 2~3개(중증·경증, 중증·경중증·경증)로 단순화하고, 2017년까지 장애등급제를 전면 폐지한다.

이에 따라 현재 의학적 기준 중심의 장애등급제를 개인의 욕구 및 사회·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장애판정기준을 마련, 맞춤형 서비스체계로 전환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계는 이 같은 국정과제가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사실상 중·경증 단일화는 장애등급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이며, 더욱이 대통령 임기 말기에 과연 장애등급제 폐지가 지켜질 수 있겠느냐는 것.

또한 장애등급제 폐지의 큰 우려점이기도 한 수급권 박탈로 인한 현재 할인감면제도 축소에 대해서도 정부는 “사실상 논의가 어렵다”고 소극적으로 답한 바 있다.

이처럼 칼자루를 쥔 주무부처로서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반응 속, 세종시로 떠나간 복지부 담당자들의 속내를 누구도 알 수 없다.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서 서명 하고 있는 시민들(위)서명 홍보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권해효씨(아래).ⓒ에이블뉴스

■정부의 '한 방'이 필요할 때=그래도 희망은 죽지 않았다. 정부의 미적지근한 반응 속에서도 여전히 장애계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는 시들어가지 않을뿐더러, 이를 공감하는 대중들도 많이 늘어났다.

초반에는 그저 아무것도 모른채, 무작정 서명용지에 싸인했다면 지금 현재는 하루 최대 100여명의 대중들이 장애등급제 라는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설명도 청취한 후 공감을 표하면서 서명용지에 싸인한다는 것.

지난해 8월21일 경찰과의 12시간의 긴 사투 끝에 어렵게 펴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돗자리, 오는 1월5일이면 500일을 맞는다. 올 들어 유명인사가 여러 번 드나들기도 했다.

무더위가 지속되던 지난 8월에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격려차 농성장을 방문해 면담과 함께 장애등급제 폐지 촉구 서명지에 싸인을 마쳤다. 안 의원은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장애등급제의 비효율성에 대해 공감하고, 공약에도 반영했던 바 있다.

특히 이날 안 의원은 "상임위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 열심히 하겠다"고 재차 강조하며, 향후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예고해 하나의 희망을 안겨줬다.

또한 화려한 브라운관 속 연예인에서 소셜테이너로 자리를 옮긴 배우 권해효씨도 농성장에 방문해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홍보활동에 참여해 관심을 끌었다. 이외에도 민주당 장하나 의원, 김조광수 영화 감독 등 광화문 농성장에는 따뜻한 관심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뜨거운 장애계와 대중들의 힘이 정부를 움직일 것인가. 정부는 당장 내년도부터 장애등급을 단순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2014년을 몇일 남겨두고 있지 않은 현재, 어떻게 단순화하겠다는 계획 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하반기 복지부 수장이 바뀌면서 문 장관이 어지러운 장애 정책들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다시금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개편에 대한 정부의 의지다.

‘어떻게 하겠다’ 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을 밝혀놓는 것으로 정부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복지호를 어떻게 이끌고, 대중에게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모두 정부의 몫이다.

2014년, 장애등급제는 과연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아직 장애계의 장애등급제 폐지를 향한 기대는 뜨겁다. 커져가는 정부를 향한 불신을 잠재울 '한 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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