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9일 3호선 경복궁역에서 인수위와 면담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끊임없는 투쟁에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응답했지만, 결국 ‘도돌이표’에 불과했다. 전장연이 주장하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명확한 답변 없이, 30여분간 전장연 측의 요구안 설명만 듣고, ‘검토하겠다’면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행동을 멈춰달라는 뜻을 전한 것.

전장연은 선거 전부터 후보를 따라잡는 방식 등까지 동원하며 요구안을 전달했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축하 난과 함께 두 번이나 인수위 앞을 찾아갔지만, 결국 아무런 답변도 들고 오지 않은 인수위 측에 “실망스럽다”고 쓴소리를 냈다.

'초스피드 청와대 용산이전, 초슬로우 장애인권리예산' 선전물.ⓒ에이블뉴스

■전장연 투쟁 끝 만남…‘검토’,‘시위 멈춰달라’

29일 열린 면담은 오전 7시 40분경 3호선 경복궁역 내 회의실에서 약 30분간 이뤄졌으며,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임이자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참석했다. 전장연 측에선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 최용기 회장이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탈시설 권리, 활동지원 등을 포함한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했다. 인수위 측은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과 애로사항을 충분히 공감한다며, ‘새로운 윤석열 정부는 국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장연은 ‘구체적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까지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인수위 측은 이날로 26회차 진행되는 지하철 출근길 선전전을 멈춰달라고도 요구했으며, 전장연은 이날 입장을 정리해 오는 30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권리예산 요구에 대한 답을 일단 4월 20일까지 달라고 했다”면서 “인수위가 지하철 타기를 멈춰달라고도 이야기했으나, 이렇게 바로 멈추는 것을 결정할 수 없다. 내일(30일)까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면담 결과를 공유했다.

함께 자리한 한자협 최용기 회장은 “너무나 일방적인 면담이라서 실망스럽고 유감”이라고도 소감을 밝혔다. 최 회장은 “그동안 줄기차게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각 정당을 찾아다니면서 정책을 제안했다. 적어도 어느 정도 안을 갖고 와서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우리가)어떤 것들을 요구하는지 설명하는 시간이 돼 황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야기만 듣고 선전전을 멈춰달라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면서 “과연 짧은 시간 만나서 (선전전을) 풀어야 할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강조했다.

(위)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아래)‘대학생들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지지합니다.’ ‘이준석 대표님! 서울시민 교통불편 청와대 용산이전이 더문제 아닌가요?’ 피켓을 든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활동가들.ⓒ국민의힘 홈페이지. 에이블뉴스

■멈추지 않는 이준석 혐오정치, 공식사과·당 대표 사퇴 촉구

박 상임공동대표는 인수위 측에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부적절 발언에 대해서도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자신의 SNS를 통해 전장연의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맹비난하고 있다.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를 언급하며 “시민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공권력 행사 주문을 말하는가 하면, 지난 28일은 “비문명적인 불법시위에는 사과는 없다”며 장애인의 시위를 혐오행위로 치부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는 성명을 내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이준석 대표의 저열한 혐오정치”, “자당(自黨)의 대통령 당선인은 약자와의 동행과 국민통합을 강조하는데 무개념과 몰상식, 무(無)대안으로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며, 당 대표 사퇴까지 촉구한 상태다. 한자연은 30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도 할 계획이다.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대학원생 70명도 입장문을 내고 “‘공정’의 파수꾼인 양 행세해 온 이준석 대표는 ‘혐오의 분화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당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가 소복을 입은 채, ‘장차연(전장연)과 탈시설을 논하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기자들을 향해 “시설 퇴소는 사형선고”라고 외쳤다. 이후 전장연 기자회견이 진행되자 피켓을 든 채 침묵시위를 이어가다 자리를 떠났다.ⓒ에이블뉴스

■“시설 퇴소는 사형선고” VS “탈시설 당연한 권리”

한편, 이날 면담이 열린 3호선 경복궁역에서는 ‘탈시설’ 정책을 두고, 전장연과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들의 첨예한 대립도 벌어졌다.

이날 면담에 앞서 7시 30분경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가 소복을 입은 채, ‘장차연(전장연)과 탈시설을 논하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기자들을 향해 “시설 퇴소는 사형선고”라고 외쳤다.

김현아 공동대표는 “3만명의 거주시설 거주인 중 80%가 발달장애인이며, 98% 이상이 중증이다. 이들은 시설 선생님조차 버거워하는데, 어떻게 탈시설 대상이 될 수 있냐”면서 “복지부에서조차 탈시설 로드맵이 잘못됐다고 말씀하시는데 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탈시설을) 실행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발달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을 반드시 구별해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탈시설은 3만의 거주인이 나왔을 때 50만 일자리가 나오는 탈시설 사업이다. 기존의 보호와 요양 역할을 하는 거주시설과는 달리 탈시설 자립지원주택에는 의료 지원이 없다. 한 자립주택에 거주하던 거주인이 욕창이 번져 사망했다. 의료지원이 없는 자립지원주택은 감옥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장차연(전장연)이 말하는 ‘거주시설은 감옥’이란 말은 오류다. 자식을 어떻게 감옥에 가두겠냐. 시설은 제2의 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전장연이 면담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도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이어가다가, ‘같이 서자’는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말에 자리를 떠났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부모님들께서 저희보고 탈시설 논할 자격이 없다고 하시는데, 저희가 논한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이 가입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와 일반 논평 5에 ‘탈시설 해야 한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 장애인단체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거주시설에는 무연고자가 굉장히 많다. 그들도 거주시설 부모들의 독단적인 몫이냐. 사회와 국가의 책임 문제며, 그 내용 또한 장애인권리예산에 있다. 올해 거주시설 예산이 6224억원인 반면 탈시설 예산은 기껏 24억원이다. 우리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전장연이 인수위에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 속에는 내년 탈시설 예산을 올해 24억원에서 788억원까지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아가 거주시설 예산 수준인 6224억원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전장연은 이날 면담 후, 전날과 같이 26번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선전전을 이어 나갔다. 3호선 경복궁역에서 4호선 충무로역으로 환승, 혜화역 승강장에 도착해 78일차 출근 캠페인까지 마쳤다. 이날 입장을 정리해 30일 지하철 타기 선전전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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