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스루 차별에 대한 기사. ⓒ에이블뉴스 캡처

최근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의 드라이브스루의 차별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였으므로 구제 조치가 필요없다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과연 이 결정은 적절한가?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가 제공한 조치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한 것인가?

정당한 편의제공의 거부는 직접 차별과 간접 차별 중 간접 차별로 볼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차별행위)제1항 제2호에는 간접차별에 대하여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편의에 대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제2항에서 "정당한 편의라 함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 설비, 도구, 서비스 등 인적, 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장애인차별금지법 상의 정당한 편의제공은 장애인권리협약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정당한 편의제공은 간접 차별이므로 1)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2) 장애인의 성별, 장애유령 및 정도, 장애 특성 등을 고려하고, 3) 차별을 해결하기 위하여 편의시설, 설비, 도구, 서비스 등 인적, 물적 제반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에 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제2조(정의)에서 "합리적인 편의제공이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장애인에게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향유 또는 행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그것이 요구되는 특별한 경우, 과도하거나 부당한 부담을 지우지 아니하는 필요하고 적절한 변경과 조정을 의미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어 적절한 변경과 조정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드라이브스루 이용에서의 차별 사례를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로 보기 위해서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하여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였는가?,

둘째,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없었는가?, 셋째,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드라이브스루를 통해 구매 행위 행사를 보장하였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넷째, 업체가 제공하겠다고 한 정당한 편의가 장애인의 장애 유형, 정도 및 특성을 고려하였는가 등이다.

첫째에서 셋째까지의 요구 조건은 모두 충족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문제는 마지막 넷째 요건,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충족하고 있는가이다.

인권위는 1) 주차 후에 매장에 들어갈 수 있고, 2) 운전을 시작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미리 주문 후 드라이브스루에서 구매를 할 수 있으며, 3) 부기보드를 이용한 필담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으므로 정당한 편의를 제공했다고 보았다.

과연 인권위의 결정처럼 위 세 가지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먼저 1) 주차 후에 매장에 들어가라는 것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일 뿐 아니라 결과적 평등에 의한 관점이다. 이것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한 동등한 이용이라고 볼 수 없다. 주차하고 매장에 들어간다면 굳이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드라이브스루 이용의 가장 큰 장점은 차에서 내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만 차에서 내려서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해야 한다면, 이것은 오히려 정당한 편의제공이 아니라 차별행위이다. 따라서 필자는 1)번 조치에 대해서는 정당한 편의제공이라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

두 번째, 조치인 2) 운전을 시작하기 전 미리 스마트폰을 주문하라는 것도 동등한 활동의 보장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서비스 역시 기존에 제공하고 있던 서비스이며, 드라이브스루 이용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운전 중에 갑자기 음료나 음식이 필요해서 들르는 것이다. 그런데 청각장애인만 미리 출발 전에(먹고 싶을 것을 미리 예측하고) 또는 드라이브스루에 들어가기 전에 차를 주차하고 스마트폰으로 미리 주문을 하라는 것은 드라이브스루에 대한 동등한 이용의 보장이라고 볼 수 없다.

세 번째 조치인 3) 부기보드를 비치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정당한 편의로 볼 수는 있지만, 드라이브스루의 특성에는 맞지 않는다. 부기보드를 어디에 어떻게 비치하며 어떻게 이용하게 할 것인가? 청각장애인이 운전 중 창구 앞에서 내려 부기보드에 주문 내용을 적어야 하는가? 아니면, 창구 내에 비치하고 있다가 수어로 부기보드를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가? 또는 매장 종업원이 청각장애인인 것을 알아보고 보드를 줄 것인가? 이처럼 부기보드 제공을 통해 드라이브스루의 차별을 해결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일반 매장이라면 몰라도 드라이브스루에서의 부기보드 비치는 정당한 편의제공이라고 볼 수 없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물품의 구매라는 결과의 평등 실현을 차별의 제거로 본 결과이며, 드라이브스루의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인권위의 결정대로 정당한 편의가 제공된다면, 굳이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결국 드라이브스루 이용에서의 차별 제거는 하다도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차별이 드라이브스루의 이용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고 따라서 정당한 편의는 드라이브스루 이용에서의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정당한 편의여야 한다. 따라서 인권위가 업체의 조치를 정당한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보아 별도의 구제가 필요 없다고 기각을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기에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 당사자들이 "이번 조치가 비장애인과 동등한 방식(적어도 동등한 활동과 행사를 보장하는)으로 드라이브스루에 접근하고, 재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인권위의 통지문에서 "정당한 편의제공은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반드시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은 적절하다. 왜냐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정당한 편의제공과 관련하여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고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이 과도한 부담이 될 경우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인권위 결정의 문제의 초점은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대로가 아닌" 조치라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활동을 보장할 수 없는“ 조치라는 데 있다. 장애인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제공하지 않아서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가 아니라 드라이브스루에서의 장애인의 동등한 활동을 보장할 수 없는 조치이기 때문에 정당한 편의제공의 거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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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융호 칼럼니스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서울시 명예부시장(장애)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축연구원에서 유니버설디자인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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