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외신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홍석만 선수. ⓒ공동취재단

2016리우올림픽이 진행되던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한국의 유승민 선수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20여 일 뒤인 지난 5일(현지시간) 2016리우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브라질 리우 선수촌에서는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을 뽑는 선거 일정이 시작됐다.

후보에는 한국 장애인 체육의 ‘간판’ 홍석만 선수(42)의 이름이 올랐다. 많은 사람들은 트랙 위에서 높이 손을 들어 올리던 홍석만 선수의 사진을 기억한다.

2004년 아테네에서 100m·200m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올랐고, 다음대회인 2008년 베이징에서의 400m 금메달은 자신이 2년 전 세운 세계신기록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록이었다.

2012년 런던에서는 ‘노메달’의 설움을 겪었고, 4년 뒤 2016년 리우에서 홍석만 선수는 자신의 패럴림픽 마지막 메달을 노리고 있다.

더불어 IPC 선수위원을 향한 그의 또 다른 ‘도전’도 시작됐다.

은퇴 후 길을 잃어버리는 선수들… “선수위원으로 함께 고민하고 싶다”

“아직까지 장애인 선수들이 은퇴 후 다른 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와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 IPC 선수위원회는 은퇴 이후진로 뿐 아니라 장애인 선수들에게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만들어지고 공유되는 곳이다.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진로를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

홍석만 선수가 IPC 선수위원에 출마하면서 밝힌 출사표다.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느끼고 동료들에게 들어왔던 큰 고민을 선수위원으로 함께 풀어가고 싶다는 의지다.

운동에 전념해온 선수들은 은퇴 시기가 다가오거나 갑작스런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선택에서 큰 박탈감과 상실감을 느낀다.

홍석만 선수는 이런 고민을 IPC 선수위원으로써 제도적 밑바탕을 만들어가고 싶은 것.

그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며 “IOC의 경우는 몇몇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헤드헌터를 통한 일부 선수들에 해당되는 일일 뿐이다. 많은 선수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는 바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가 만든 홍보지에는 ▲Pathway after Retirement(은퇴 후 경로) ▲Create Athletes' Hub(선수들의 정보 허브) ▲Easy Access to Sports Info(선수들을 위한 용이한 정보접근) 세 가지 목표가 적혀있다.

한동안 학문과 연구에 집중했던 이유도 연관이 있다.

홍석만 선수는 한국체육대학교에서 과정을 밟아 올해 초 박사학위를 받았다. 물론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장애인 체육에 ‘스포츠 과학’ 등 뒷받침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체계적 훈련에 대한 갈증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 과정 속에서 선수들의 성장과 은퇴 후 삶까지 도움이 되는 역할을 다짐하게 된 것. 자신 역시 IPC 선수위원을 시작으로 연구자로, 지도자로, 다양한 삶을 꿈꾸게 됐다.

홍석만 선수는 “내 개인적으로도 선수 생활의 은퇴는 큰 고민의 하나.”라며 “선수들의 체계적 발굴과 훈련, 부상 없는 즐거운 운동, 여기에서 이어지는 미래 계획까지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내다봤다.

경기와 선거운동 ‘동시에’… “메달 목표 위한 길에 배려해주는 동료들이 고마울 뿐”

선거운동은 투표 기간인 현지시간 5일~16일까지다. 개막 이틀 전 시작해 폐막 이틀 전 끝나는 일정.

임기는 2020년 도쿄패럴림픽까지 4년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6인의 새로운 위원을 선출한다. 다득표 순서로 선출되며, 선출자 중 같은 종목 선수가 3인 이상일 경우 상위 2인까지만 당선자로 인정된다.

출마 선수는 총 22인으로 아시아에서 4인이 후보로 등록, 육상선수는 무려 8인이다. 홍석만 선수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홍석만 선수는 “입후보한 선수들이 워낙 유명한 선수들도 많고 지역 국가에 대한 선호도를 생각하면 크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패럴림픽 금메달과 세계신기록이 있어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직 어색함이 클 것. 무엇보다 선수들과 익숙해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보들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몇 가지 규칙을 지키며 선수 유권자들을 만난다.

선거운동은 오후 9시 까지만 가능하다. 선수촌 식당 인근에 있는 투표소 5m 안에서는 선거유세가 불가능 하다. 선물을 줘서는 안되고, 손 팻말이나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는 것도 불가하다. 홍보물은 후보 본인만 나눠줄 수 있고, A4용지 이하의 크기로 규정돼 있다. 이 또한 사전에 IPC의 승인을 받아야 사용 가능하다.

홍석만 선수는 크기를 달리한 두 가지 홍보물을 영어에서부터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아랍어 까지 총 6개의 언어로 제작했다.

이제 차근차근 선수들을 만나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선거운동 일정은 패럴림픽 일정과 같기 때문에 경기에 대한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홍석만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총 5개 경기에 출전, 오는 9일 T54 5,000m 예선에서부터 시작해 연속해서 경기를 치른다. 선거가 종료되는 16일 이후에도 17일과 18일 계주와 마라톤경기가 남아 있다.

특히 메달을 목표하고 있는 계주 경기는 혼자가 아니기에 더욱 부담이다.

계주에는 홍석만 선수를 비롯해 김규대·유병훈·정동호 선수가 출전, 2008년 베이징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는 이들은 리우를 메달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생각한다.

홍석만 선수는 “개인의 경기력 뿐 아니라 호흡이 중요한 계주를 앞두고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동료들에게 미안한 일.”이라며 “하지만 동료들은 나와 함께하는 훈련을 오전으로 몰아 오후 시간을 선거운동을 위해 배려해 줬고, 한국 선수단은 외국 선수들을 만나면 나의 출마 소식을 전하며 함께 힘을 더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IPC선수위원으로 당선되면 IPC가 주최하는 회의 참석과 더불어 각종 국제대회들에 참석해 선수들의 의견을 듣고 전달하거나 함께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 선수의 IPC선수위원 도전은 2008년 사격 김임연 선수가 있었지만 당선권에 들지 못했고, 홍석만 선수의 도전이 성공하면 첫 IPC 선수위원을 배출하게 된다.

*이 기사는 2016리우장애인올림픽 장애인·복지언론 공동취재단 소속 정두리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공동취재단은 복지연합신문, 에이블뉴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장애인복지신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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