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입학안내와 체험학습 가정 통신문 예. ⓒ서인환

장애인복지관이나 주간보호센터 등에서 장애인 이용자를 선정할 때에 보호자로 하여금 각서를 쓰게 하는 경우가 있다.

각서의 내용은 ‘시설 내에서 장애인이 다치는 경우 어떠한 경우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거나 ‘시설 이용 중에 시설이나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전적으로 보상을 하겠다.’거나 ‘상해보험으로 처리되지 않는 것은 시설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장애인이 돈을 내지 않을까봐 보증금을 받고 있는데, 어떤 시설에서는 과도하게 받거나 보증금은 반환하지 않고 종사자들이 고생을 했으니 후원하라고 하면 거부하기 힘들기 때문에 미리 후원금으로 처리하여 사용하는 곳도 있다.

시설장 입장에서는 장애인 보호자가 장애인이 다친 경우 과도하게 책임을 묻거나 보호자가 져야 할 책임을 시설에 전가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시설에서 이러한 보상을 할 예산계정이 없으므로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각서까지 요구하는 것은 인권을 무시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다친 경우나 타인을 다치게 한 경우는 종사자의 일부 과실이나 방치로 인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러한 각서를 근거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갑질로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특수학교는 더욱 가관이다. 입학안내 공고문에는 ‘등하교 및 각종 교육활동(점심식사, 현장실습, 직업훈련, 현장체험학습 등)을 스스로 행할 수 없는 경우에 보호자 지원이 불가능한 자’, ‘타기관(직업관련 시설, 작업장, 복지관 등에 이중으로 등록된 자’는 입학을 제한하며, ‘입학 후에 적발된 경우에도 불합격 및 퇴학 처리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장애가 범죄인가 왜 퇴학을 하는가.

이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대상의 기준이 모호하다. 스스로 행할 수 없는 자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가 애매하다. 중증장애인인 것은 알겠는데, 스스로 행할 수 없는 기준은 없다.

어느 정도 점수가 미치지 않으면 행하지 못한 것인지, 보행이 어려우면 안 되는 것인지, 신변처리가 한 되면 부적격인지,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면 부적격인지 알 수가 없다.

학교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스스로 행하지 못하여 퇴학한다고 통보할 수가 있다. 장애인이면 스스로 교육 참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학교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퇴학시킬 수 있다.

둘째, 특수교육은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인데, 중증장애인이면 입학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은 교육하기 쉬운 사람만 선별하여 교육을 하겠다는 말이 된다.

셋째, 복지관을 이용하는 것은 학교교육 외에 관련 서비스를 받기 위한 것인데, 복지관이 동일한 교육기관도 아님에도 다른 서비스를 받고 있으면 입학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확하게 ‘복지관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이용하여 수업참여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모를까 복지관 이용을 하면 안 된다는 문구는 장애인에게 학교에 입학하면 다른 서비스를 포기하라는 말로 들린다.

특수학교 학칙에 ‘보호자의 지원이 필요한 교육활동(현장학습, 식사 등)에 학기당 2회 이상 지원하지 않을 경우 퇴학 조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학교도 있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관련 서비스를 하는 곳이 교육기관이고, 중증장애인에게는 일상생활 훈련도 교육이라면서 보호자가 동행하지 않으면 퇴학을 시킨다니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규정인지 의심스럽다. 만약 부모가 바빠서 두 번만 동행을 하지 못해도 퇴학이다.

교사는 입으로만 지식을 전달할 뿐이고, 그것을 알아듣지 말든 피교육자의 몫이고, 장애로 인한 것은 특수학교도 알 바 아니라는 특수교육의 무능함과 생활교사나 보호자가 할 일을 교사는 할 수 없다는 권위, 특수교사도 보호자가 장애학생을 데리고 오면 장소는 제공하지만 효과 있는 교육은 기대하지 말고 보호나 하라는 특수교육의 무능론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학부모는 장애학생을 학교에 보내어 장애를 조금이라도 해소해 보고자 기대하고 있는데, 이렇게 보호자가 와서 보호를 해야 하고, 보호 외에 어떤 교육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면 무상교육도 아니고, 특수교육도 아니며, 부모는 보호 서비스를 돈으로 사거나 아이에게 평생 매여 있으라는 말이다.

이러니 정규교육을 포기하고 그러한 정성이면 집에서 과외교사를 구하여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식이니 무감각하고 책임을 지지 못하는 학교와 교사이니 신뢰하고 존경할 수 있겠는가 싶다.

비장애인도 인재든 천재든 재난에서는 상황대처가 어렵다. 상황대처가 어려운 사람은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할 것이며, 이렇게 장애인을 다시 두 부류로 구분 짓고 차별할 것인가.

특수학교에서 현장체험이나 수학여행을 갈 경우 가정통지문에 ‘학생 8만원, 보호자 10만원,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보호자 동반 필수’라고 적는 사례가 있다. 이는 장애인은 교육비가 두 배로 들어가는 것이고, 보호자 없이는 교육에 참여하지 말라는 말이다.

어떤 학교는 ‘자가 통학이 불가능한 자’는 입학을 제한하고 있다. 입학사정이 정원이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하기 편한 사람을 고르는 작업이 아닌가 싶다.

일반학교에서도 편의제공은 학교의 책임이며, 법으로 통학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러한 형편이 되지 못한다면 백배 사죄를 해야 할 상황임에도 갑질로서 제한을 버젓이 하고 있다.

어떤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두 가지로 작성하여 동행자나 보호자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학교가 구분하여 보호자가 없어도 되겠다 싶으면 이런 차별적 문구가 없는 통신문을 보내고,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구분된 가정에는 보호자 동반이 필수라든가, 보호자가 없으면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교육에서의 제한적 환경을 최소화하고 인적 서비스를 통하여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특수교육인데, 이런 정도라면 부모교육만 정부가 하고 자녀교육은 교육예산으로 부모가 하는 편이 낫겠다. 그러면 장애아이에게 매달려 가질 수 없는 소득도 해결될 것이다. 학교는 차별에 참고 인정하고 넘어가는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체험으로 가르치는 곳인 것 같다.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의 참가비가 더 비싼 곳도 있고, 어떤 학교는 학부모 참가비가 더 비싼 곳도 있다. 학부모 프로그램이 따로 있거나 접대비가 포함되어서일까? 입장료가 성인이 비싸서일까? 학교장의 지시로 학부모는 좀 저렴하게 받으라고 해서일까? 그것은 사정상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표현에서 좀 완곡한 학교도 있다. ‘학부모 동반하여 학교버스로 출발합니다.’, ‘신청서는 학부모도 같이 신청해 주세요.’ 등이 그러하다. 좀 낫기는 하지만 ‘부모가 같이 갈 경우에는 부모 참가비는 얼마라고, 참가자 이름을 적도록 하는 것에 비하면, 이것도 차별적이다. 그렇다고 일일이 개별상담으로 처리하기에는 공식통신문도 필요하므로 부모가 동행 여부를 판단하게 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문서화하되, 개별상담을 통해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어떤 학교는 ‘안전사고 예방과 원활한 행사 진행상 보호자 동반 참석이 원칙입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여기에는 장애를 두 집단으로 구별하지 않고 있다. 특히 야외학습의 경우 보호자 동반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라도 동반자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 학보모와 같이 의논할 사항이다.

그러나 보호자 동반이 없으면 퇴학을 하거나 입학을 거부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장애학생 제자를 데리고 취업을 알선할 경우 장애라는 이유로 고용이 거부되면 차별금지법을 들먹일 교사들이 스스로는 입학에서 차별을 하고 있으니 교육이 장사꾼 같다.

오늘도 장애학생 부모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부모들에게 교육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담이 되고 상처를 주고 차별감에 서러워하고 있음을 높으신 교육부님들은 알고 있을까? 국민이 개돼지라고 한 분은 장애인은 벌레라고 했을까?

이런 학교라면 장애인을 맡을 경우 부모에게 어떠한 책임도 다 지겠다거나,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각서도 받을지 모르겠다. 학교에서의 안전사고나 장애학생의 가해행위에 대하여 학교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안전장치를 해 놓고 보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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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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