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지하철 10대가 지나가도록 못 탄 적도 있습니다.”

“내릴 때가 되어 휠체어를 움직이려는 데, 뒤에서 어떤 분이 ‘내가 이거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움직이면 어떻게 해요?’ 라며 도리어 화를 내서 당황스러웠지요.”

지옥철, 콩나물시루, 헬승차...지하철 이용자라면, 단박에 공감하실 겁니다. 그런데 휠체어 장애인은 여기에다가 승차전쟁까지 치르고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만원인 지하철 내의 승객들이 한 발씩 비켜주지 않으면, 지하철이 몇 대가 지나가도 탈 수 없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승차를 해도 승객들이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휠체어석으로 갈 수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어정쩡하게 통로에 정차해 있다가 온갖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우리는 바랍니다. 지하철이 안전하고 편리했으면 좋겠다고. 이를 위해서는 편의시설 설치는 기본이고, ‘지하철은 우리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것’이라는 마음도 꼭 필요합니다.

우리는 기대합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지하철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서로가 얼마나 다른 상황을 직면하는지를 공감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제안합니다.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편리한 지하철 문화를 당신의 실천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요.

지하철 출입구 앞 길게 늘어선 대기줄 끝에 휠체어 장애인이 줄을 서 있다. ⓒ오승윤

안녕하세요. 저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휠체어 장애인입니다.

협소한 승강장에 지하철을 타기 위한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오승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 참 많이 불편하시죠.

지하철 객차 내부 역시 사람들이 가득 차있다. ⓒ오승윤

어쩌다 서로의 몸이 닿아, 불쾌했던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비장애인 승객들이 휠체어석에 자리를 잡고 비켜주지 않아 정작 휠체어 장애인은 통로에 어정쩡하게 머무르고 있다. ⓒ오승윤

저는 제 휠체어에 기대서 신문을 보거나, 가방을 걸어놓는 분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한 비장애인 승객이 휠체어 등받이에 팔을 올려 기대고 있다. ⓒ오승윤

"기대고 있는데 그냥 가면 어떡해? 말을 하고 가야 될 거 아냐!"

제가 내리려고 휠체어를 움직였을 때, 위와 같은 말을 종종 듣습니다.

혹시, 옆 사람에게 기대어 있다가 갑자기 움직인다고 “말도 없이 가면 어떡해요!”라고 소리치는 분 계신가요? ⓒ오승윤

혹시, 옆 사람에게 기대어 있다가 갑자기 움직인다고 "말도 없이 가면 어떡해요!"라고 소리치는 분 계신가요?

객차 내 붐비는 사람들 속에 휠체어 장애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오승윤

제 휠체어를 부득이하게 잡아야 한다면 먼저 말씀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이 글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대외협력국 오승윤 직원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기고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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