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기를 들고 있는 존. (미국 KSEE 24 캡처화면). ⓒ샘

철의 의지

손이 없으면 역도를 하지 못한다. 그게 상식이다. 존 젠킨스는 그 상식을 깼다. 그는 한 손으로 역기를 했다. 아니 한데서 그친 것만이 아니라 세계 챔피언 왕관을 두 번이나 거머 쥐었다. 이제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 주었다. 한 손만으로도 역기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자기 생애 최고의 장애 관련 비디오였다는 누군가의 말에 끌려 존의 동영상을 찾았다. 처음 비디오를 볼 때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는 커녕 정말 우람한 흑인 청년이 엄청나게 큰 역기를 다루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비디오는 그의 잘린 오른 팔을 비쳐주었다.

‘세상에 저 팔로!’

그는 의수 끝에 역기 한쪽을 잡아매고 다른 손으로 튼튼히 바를 잡아 들어올리고 있었다. 적당히 작은 것 들어 올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436 파운드 짜리를...

존은 그 팔로 436 파운드짜리 역기를 들어올려 세계 1등의 자리에 선 것이다. 지난 11월 16일 미국의 리노에서 열린 결승전에서의 일이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인간승리라며...

유년시절

어릴 적 그는 전기가 없는 시골에서 살았다. 전기가 없는 동네에서 살면서 감전 사고로 팔을 잃다니.

그는 다람쥐였다.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을 해온 그에게 이제 가난은 익숙해져 있었다. 가난 때문이었을까? 그는 오르고 싶어했고 오르는 것을 좋아해 무엇이든 높은 것 만 있으면 타고 올랐다. 나무도 담도...

형과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달려 읍내로 나갔다. 동네에는 없는 신기한 탑이 보였다. 동네 나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높은 철탑이 그의 마음을 당겼다. 그는 자전거를 버리고 탑에 오르기 시작했다.

감전 사고

“이제 가자.”

형이 말했다. 그 때 한발만 더 올라가지 않고 형의 말을 들었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갑작스런 폭음과 함께 그는 땅에 내동댕이 쳐졌고 몸에는 불이 붙어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행인이 그의 몸에 불을 꺼주었고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는 하루 안에 죽을 목숨으로 판명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72000 볼트에 감전되었으니... 죄수 사형에 쓰는 전기가 2000볼트다. 그 보다 수십배 센 전기에 감전되어 어떻게 살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7살 어린이에게 너무 가혹한 형벌이었다.

24시간 안에 죽는다는 의사의 사형 선고는 신의 그를 살리려는 의지에 꺾였다. 그가 살아났다. 단지 한 손 만을 잃었을 뿐이다. 처음 타버린 팔은 살이 타 흩어져 마치 꽃처럼 벌어져 버렸었다. 전기에 타버려 피도 나지 않았다. 이제 그 팔을 마무리하고 어린 나이에 삶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도전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한손의 삶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손으로 신발끈매고, 한손으로 옷입고, 한손으로 세수하고... 팔잃은 일곱 살 아들이 한손으로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그는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 친구들은 팔은 잃은 그를 왕따시켰다. 운동 팀에 들어가려고 하자 친구가 밀쳐내 버렸다. 그런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면서 그는 분노에 들끓어 걸핏하면 대들어 싸웠다.

“어린 아이들 안에 그런 악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말했다. 그런 아들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소송

존의 가족은 전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 경고판 없는 위험 시설을 이용하다 어린아이가 팔을 잃었다.

그 정도면 누가 봐도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악랄한 전기 회사측 변호사는 초등학교에서 놀림을 당해 싸운 것까지 들먹이며 이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존의 가족측은 5년 동안 싸우다 지쳐서,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지독할까 싶어 법정 싸움을 포기해 버렸다.

역기를 마치고 매듭을 풀고 있는 존. (미국 KSEE 24 캡처화면). ⓒ샘

존이 올랐던 철탑. (미국 KSEE 24 캡처화면). ⓒ샘

존의 팔. (미국 KSEE 24 캡처화면). ⓒ샘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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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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