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로부터 사퇴권유를 받고 있는 현병철 내정자. ⓒ한양대학교

이명박 정부 들어 조직이 축소되는 아픔을 겪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안경환 위원장의 자진 사퇴에 이어 '인권을 모르는 인권위원장'이 내정되는 사태를 맞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16일 현병철 한양대 법대교수를 5대 인권위원장에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권·사회·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반발이 거세시자 청와대는 당초 17일 오후 2시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미루고 뜸을 들이고 있다.

현 교수는 그간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의외의 인물이어서 내정 소식이 발표되자 인권·사회·시민단체들은 어떠한 인물인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이내 현 교수가 아무런 인권행적도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공식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안경환 전 위원장이 임기를 몇개월 남겨두고 전격 사퇴하자 인권·사회·시민단체는 ‘국가인권위원장 자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인권위 수장교체에 따른 대비책을 강구해왔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위원장 및 인권위원에 대한 인선절차나 검증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근원적인 문제점 때문에 인권·사회·시민단체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자 (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인권위 독립성 수호를 위한 교수모임 등은 16일 현 교수 내정철회와 공개적 후보선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17일 오후 2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교수의 자진사퇴와 임명저지 투쟁 돌입을 선포했다.

인권시민단체는 청와대가 인권위원장에 한양대 현병철 교수를 내정하자 17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내정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이블뉴스

정태욱 인하대 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권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헌법적 독립기구인 인권위원회는 행정조직과는 달리 인권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을 요한다”며 “이번 임명절차는 현 정부의 인권위원회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국민이 참여하고 인정할 수 있는 임명절차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여진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현 교수의 행적 어디에도 인권에 관련한 것을 찾을 수 없다. 위원장의 자리는 인권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스스로 인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만큼 자진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성토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제위원회 김광이 부위원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당시 법학자들의 자문을 구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한 교수가 아직 장애인의 차별과 인권을 얘기할 때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매우 암담했던 기억이 있다”며 “후에 자신이 사실 장애인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해 자문을 해주기 어렵다고 말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분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냉정하게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권사회단체의 ‘인권경험부재’ 지적에 관해 현 교수는 1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보수든 진보든 시민단체에 관여한 적이 없고, 학문단체에만 있었기에 차라리 모르는 게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인권위원장이) 현장 경험을 꼭 필요로 하는가? 법학자가 추구하는 최선의 가치가 인권”이라고 말했다.

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인권위 독립성 수호를 위한 교수모임 등은 이날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서한을 현 내정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며, 향후 임명저지 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을 천명했다.

김광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제위원회 김광이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인권의식의 중요성을 성토했다. ⓒ에이블뉴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인권단체들은 현 내정자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키로 했다. ⓒ에이블뉴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간의 관심을 반증하듯 주요 방송, 일간지 취재진이 몰렸다. ⓒ에이블뉴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