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기관 연수차 제주도에 가기 위해 청주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목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이용객들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 저의 활동지원사 선생님께서는 제주항공 홈페이지에서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셨고, 전화를 통해 시각장애인 안내 요청까지 마쳐주셔서 티켓팅 진행을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티켓팅 이후 창구 직원으로부터 “안내는 공항 내에서만 진행되고 바깥에는 제한돼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 일행은 황당해하며 “택시 타는 곳이 공항문을 나서면 약 2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데도 안내가 어렵습니까?”라고 질문을 하자 직원은 규정상 어렵다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만약 직원분께서도 눈을 가리시고 공항문까지 모셔다 드리고 나면 혼자 택시 타고 가실 수 있을까요? 그걸 상상해 보면 왜 우리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뒤이어 우리는 이와 같은 규정은 처음 들어보고 다른 항공사를 이용할 때에는 전혀 이런 일도 없어서 규정이 맞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고 맞다면 그 규정을 복사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직원은 알겠다고 하였고, 우리 일행은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 커피 한 잔씩 사서 마셨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 저는 창구로 가서 직원에게 안내인을 요청하며 상황을 재차 질문하였습니다. 직원은 규정에 있다고 재차 대답하였고, 규정은 복사해 오셨는지를 묻자 별다른 말 없이 “오늘은 택시를 태워 드릴 수 있습니다”라고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뒤에 다른 이용객들이 계셔서 저는 일단 안내를 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 후 안내인에게 저의 명함을 건네주면서 복사한 규정을 저의 휴대폰으로 보내 달라고 말씀 드렸고, 비행기에 탑승하였습니다. 기내 승무원은 저를 자리에 안내하였습니다. 그런데 자리에 앉으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기내 선반이 너무 낮아서인지 저는 머리를 쿵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승무원은 자신이 안내를 잘못해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는지 저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저는 점잖게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승무원은 자리에 앉은 저를 보며 제주공항에 도착한 후 모든 승객이 다 내린 후 저를 안내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가장 앞자리에 탑승했고 늦은 시간이라 택시를 미리 불러야 하니 가장 먼저 내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승무원은 규정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용객들을 편하게 하기 위한 그 규정들이 오히려 이용객들을 불편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다소 언짢았지만 참았습니다. 저는 다시 “승무원님, 부탁합니다”라고 말씀드리자 한번 알아보겠다고 말하고 사라지셨습니다.

잠시 후 승무원은 저에게 와서 저의 요청대로 해 드리겠다고 말하고 다른 승객들을 케어하기 위해 자리를 떴습니다. 제주공항까지 아무 일 없이 잘 도착을 하였고 저는 제주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전화를 하여 차를 부르자 5초도 되지 않아 택시가 연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승무원은 저에게 와서 다른 손님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택시가 바로 연결돼서 택시 기사님들은 시간이 돈이라서 기다리시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탑승 때 제가 먼저 내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서 알겠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승무원은 다시 물어보겠다고 말하고 다시 돌아와 요청대로 해 드리겠다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안내를 잘 받고 목적지까지 잘 도착하였습니다.

이튿날, 제주항공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본인은 청주공항에서 민원을 담당하는 직원이라고 소개하였고, 의례 죄송하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규정을 왜 아직도 안 보내셨냐고 물었고, 직원은 “사실, 규정에는 공항 밖까지 안내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된 부분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그런데 직원은 왜 그렇게 말하셨냐”고 묻자, 직원은 “아마도 전화로 안내인을 요청할 때 공항 내에서만 속한다”라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러한 반응을 하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직원님께서 자꾸 핑계를 대는 것 같아 더 속상하니 개선 대책을 마련해서 이러한 불편이 저로 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난 후 출근을 하여 예약을 진행하셨던 활동지원사 선생님께 여쭤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전화가 연결되면 자동으로 녹음이 되는 시스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약 당시의 녹취를 확인하시고는 안내가 공항 내에서만 제한된다라는 말은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창구 직원으로부터는 기내에서 가장 앞쪽에 자리를 드리고 도착 후 제일 먼저 내리는 방식이니 참고하시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제주항공 직원님들께서도 사람이기에 다소 실수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직원분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요? 직원들이 핑계를 댈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는 시스템 자체가 안타까운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현실 또한 실망스럽습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왜 이러한 일로 난리냐’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8일, 대한민국 국회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선택 의정서를 비준하였고, 이에 따라 장애인의 차별에 대한 인식이 더욱 중요해진 이 시점에서 볼 때 이와 같은 현상은 나 혼자만으로 그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당사자로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민감한 반응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볼 때 억지를 부리고 때를 쓰는 것이 아닌 사회가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자 의식 때문입니다.

제주항공에게 조속히 장애인을 위한 차별 없는 서비스 제공을 규정에 명시해 다른 장애인들이 정당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이 억지를 부리고 떼를 쓰는 모습처럼 보여지지 않도록 조속한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이길준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부천시지회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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