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용 스마트 철도 시스템 구성도. ©서인환
참조용 스마트 철도 시스템 구성도. ©서인환

지난 2월 23일 국가철도공단은 ‘고속철도 수서 외 3개역 스마트철도 시스템 구매설치’ 조달입찰을 공고하였다. 그리고 4월 7일 최종 우선구매 대상자로 LG유플러스를 선정했다. 구매기간은 오는 24년 6월 말까지이며, 총구매액은 91억 1880만원에 공고하였으나 이 가격의 83%에 낙찰되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철도 운영자의 효율적인 역사 운영 및 역사 이용자의 편의성, 안전성 향상을 위한 디지털 트윈 기반의 스마트 철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스마트 시스템을 설치하는 역사는 수서역, 오송역, 부산역, 익산역이다.

스마트 시스템 구축은 제안요청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개선하거나 추가할 수 있도록 하여 더 좋은 시스템을 낙찰자가 제안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있다. 스마트 시스템이란 이용자 편의시스템, 승객안전시스템, 역사 운영관리 시스템, 기타 설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스마트 철도 시스템에 장애인단체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교통약자를 위한 길 안내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길 안내 시스템의 제안 요구사항으로 실내 위치추적 방식은 AR, 비콘 등 다양한 방식 제안하고 있으며, 실내 위치측위 시스템과 연동하여 역사 이용자 위치 특정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기존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와 비콘 연동 기능을 제공해야 하고 현재 역사 이용자 위치로부터 지정한 목적지까지 길 안내 제공은 물론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역사 내 이동 경로 안내 기능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교통약자를 위하여 이러한 스마트 길 안내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에 장애인단체가 환영하지 않고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여러 번 장애인을 위한 기술이라면서 연구나 장비 설치를 한 것 중에서 실제로 장애인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한 편리한 시스템 없이 실적만 올리고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입찰서에 부속된 시스템 요구사항을 보면, 위치추적 서버가 오송역에 1대 설치되고, 비콘은 수서역에 93개, 오송역에 64개, 익산역에 39개, 부산역에 104개가 설치되게 되어 있다. 제안요청서는 158페이지에 달하며 상세한 사양과 기능, 통신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비콘이란 블루투스 통신을 통하여 양방향 위치를 알려주는 장치이고, 측위기술이란 지구자기장의 위치별 고유값을 이용하여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실내는 GPS 위치 추적이 어려우며, 보행자를 위한 위치추척 길안내 방식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자기장 측위기술을 사용하는 데 이 자기장 고유값은 완전한 고정값이 아니고 조금씩 변한다. 그래서 정확한 위치추적과 이미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의 유도 방식을 병행하기 위하여 비콘과의 연동을 하도록 한 것이다.

교통약자를 위한 길 안내 시스템은 각 플랫폼과 화장실, 출입구를 출발점이나 목적지로 안내한다. 지체장애인에게는 엘리베이터나 경사로로 안내를 하여야 하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유도기와 연동하여 음성으로도 지점안내를 하여야 한다.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정도 거리로 가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체장애인 등을 위해서는 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되는 장면과 지도에서의 이미지를 비교하여 스마트폰 화면에 약도가 아닌 3D 지도로 자신이 가는 길을 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각종 편의시설과 역무시설을 알 수 있어야 하고, 필요시 역무원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기술이 간단하지 않다.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방식과 다른 방식이 존재하고, 넓은 광장에서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장애 유형별 각기 다른 최단거리를 안내해야 한다. 그리고 낙상이나 추락, 충돌 등 안전문제도 앱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시스템을 수주한 기업에서는 비콘은 사용하지 않고 측위기술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며 제안요청서를 수정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기존 음성유도기와 연동은 되지 않는다. 또한 길안내의 정확도가 떨어져 오차가 커질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장애인단체는 국가철도공단에 공문을 발송하여 장애인 당사자에 의한 시험검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이용자인 장애인들이 직접 사용해 보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것들이 발견되면 시정을 요구하고자 함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시스템은 그림의 떡으로 실패한 시스템이 될 것이다.

또 다른 한 단체는 시방서 즉 제안요청서에 제시한 방식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예산 절감 차원에서 수정을 하여 제기능을 하지 않을 경우, 이를 수락한 국가철도공단 담당자를 배임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유 없이 계약 내용을 수정해 주어 특정인의 이익을 도운 것이기 때문에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기능들을 분리 발주하지 않고 통틀어서 발주를 하였기 때문에 일단 수주한 기업은 모두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장애인을 위해 이미 그러한 기술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기업에서도 지속적인 개선작업이 진행 중인데, 그러한 기업의 참여 없이 새로이 개발해서 납품하겠다고 하니 그 기술을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측위기술을 이용하여 안내하는 맵을 제공하는 앱을 개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앱을 장애인이 스마트폰에 장착하여 사용하면서부터 발생할 것이다. 장애 유형별 사용상 불만이 발생할 것이고, 정확도에서 불만을 가질 수도 있으며, 서비스 방식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한 교통약자 실내 길안내 시스템을 검증받거나 개발하여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인정받은 적이 없는 대기업이 단지 그러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용역하여 수익만 내면 되고, 일단 부딪혀서 문제가 발생하면 하자보수로 개발사에 책임을 미루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 피해는 장애인들이 입는 것이다.

또 약자를 위한 기술이라면서 장애인 참여 없는 실패한 잔치를 다시 버릴 것인지, 진정한 교통약자들이 만족할 기술로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인지 귀로에 놓여있기에 장애인단체들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긴장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에 의한 검증은 매우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사용자의 편리함을 준다면서 사용자를 배제하고 개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배임에 대한 고발 선언은 좀 성급해 보인다. 물론 당장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찰 당시의 제안요청서를 만족하지 않고 실제 제대로 된 시스템과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크나큰 문제로 부각될 것은 뻔한 일이다.

입찰 담당자는 공고문을 내고 난 후 직책을 발령을 받은 자이기에 자신이 기술서를 검토하여 만든 것이 아닌데,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겠으나, 교통약자에 대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개발하면 되지 않느냐는 수주 회사의 말만 믿고 이를 수용하여 제안요청서를 무시하고 인정해 줄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가 교통약자를 위해 획기적인 4차 산업의 유니버설한 설계를 실현하느냐, 예산 낭비로 특정인의 배만 불리고 그림의 떡으로 만들어 버릴 것인가 장애인단체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제안요청서를 굳이 업체의 말만 믿고 갑과 을이 바뀌어 요청서 사양을 아무런 근거 없이 쉽게 많은 비용을 절감하여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변경해준 국가철도공단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장애인단체는 한 대기업이 장애인 관련 서비스 정보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맡아 장기간 서비스 오류와 중단 사태를 일으킨 선례가 있어 더욱 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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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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