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낭트 기차역에 입주한 스타벅스 지점. ⓒWikimedia Commons
프랑스 낭트 기차역에 입주한 스타벅스 지점. ⓒWikimedia Commons

다른 젊은 비장애인들처럼 저도 스타벅스를 꽤 좋아합니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시내 단골 스타벅스 점포의 경우 직원, 즉 바리스타들의 이름도 알고 있고 그들도 자주 반겨주는 등 매우 친밀해졌습니다. 스타벅스에서는 주문자의 이름을 지정해놓으면 그 이름으로 불러주는 관습이 있었던 터라 저도 직원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입니다. 그들도 명찰을 패용하고 영업하기 때문이죠. 참고로 스타벅스에서 저를 부르는 이름은 ‘알비스키릴’로 영어식 이름이자 필명인 ‘알비스’와 성공회 세례명인 ‘키릴’을 병기(倂記)한 것입니다.

그런 스타벅스는 자주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여 변화하기 쉬운 제 입맛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새 메뉴가 나오면 프로모션도 많이 하는 등 ‘새로운 것을 내고 싶은 그들’과 ‘새로운 맛이 궁금한 저’의 환상적인 결합으로 스타벅스에 갔다가 깜짝 놀라 새것을 주문하는 현상이 있을 정도입니다. 얼마 전에도 17시 이후에만 판매하는 야간 한정판 메뉴를 출시하여 퇴근 시간대에는 그것만 마실 수준입니다.

그런 메뉴는 실험적인 메뉴도 있지만, 실험적인 메뉴가 성공하면 그것이 정식 메뉴로 승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022년 크리스마스 시즌 특집으로 나왔던 ‘스노우 바닐라 티 라떼’라는 메뉴는 저도 마시고 나서 한입에 반할 정도로 매우 맛있었고 예전에 타 카페에서 먹었던 특제 커피의 느낌도 나는 등 맛있으면서 담백한 느낌으로 소비자를 확실히 사로잡아 크리스마스 시즌 이후에도 함께해달라는 소비자 요구에 스타벅스도 '얼 그레이 바닐라 티 라떼'라는 새 이름으로 얼마 전부터 다시 함께하기 시작해서 저도 가끔 주문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담백함과 달콤함 사이의 매력을 잘 살린 것이 인상 깊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저는 사실 장애인 개인예산제를 생각했습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실험적인 방법론 중 하나이지만, 막상 적용해보니 좋은 점도 있는 등 앞으로 장애인 예산정책에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사용해볼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장애인 지원 사업 등에서 예외가 되거나, 발달장애인 대상 사업의 실수요자가 아니라는 문제가 자주 빚어집니다. 주간활동사업은 직장인이기 때문에 안 되고, 각종 돌봄 관련 사업은 이제 제가 겪어야 할 문제는 돌봄과 정반대인 ‘독립’, 즉 자립문제를 언제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지금의 논쟁일 정도입니다. 즉, 돌봄 관련 사업은 제게 오히려 필요 없는 사업이라 하겠습니다.

반대로 제가 필요한 것은 경제적 안정이나 주거 지원, 고용 지원 등의 이슈는 대단히 필요한 이슈입니다. 그런 것은 장애인 통합 규정을 따르거나 비장애인에게도 적용되는 규정에 추가 규정만 붙이는 정도거나, 아예 지원 규정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저는 개인별예산제도가 더 효율적인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론이라 하겠습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복지 내용과 제공되는 복지규정이 일치하는 것이 적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는 자주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고, 성과가 있는 제품은 정식 메뉴로 승격할 수 있음을 이번에도 보여줬습니다. 마치 장애인개인예산제를 새로 만든 뒤, 그것이 성과가 있어서 정식 제도로 승격할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몇몇 장애계 집단에서도 개인예산제 도입 찬성 입장을 드러내고 있고, 저도 개인예산제 방식이 더 제게 필요한 방법론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이러한 예산 분배방식을 바꿔서 실질적인 복지 대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예산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것 등이 이유인데 사실 선택지 문제에 대해 반박을 하자면 현재로서는 선택지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고, 차차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음을 간과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처음부터 각종 메뉴를 독립된 상품으로 출시하는데 반면, 스타벅스는 기본 유형에 추가 옵션을 붙이는 형식으로 각종 메뉴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바닐라라떼를 만든다면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처음부터 바닐라라떼라는 상품이 있는 것이고, 스타벅스는 카페라떼에 바닐라 시럽이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전장연의 요구방식은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 메뉴 방식에 가깝다면, 장애인개인예산제는 스타벅스의 커피 메뉴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시행착오와 각종 문제점 등을 보완해나가면서 제도가 성숙해지는 과정이 더 효과적인 제도임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전장연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성향 때문에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투쟁과 적대적인 반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각자가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무슨 선택지 타령하면서 전장연이 반대하면 반대할수록 계속 의심할 것입니다. 전장연과 관련된 집단이 예산을 타 먹을 수 없게 하는 방법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지를 솔직히 ‘돌직구’를 던져서 물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전장연은 스타벅스의 접근성 문제 그런 것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메뉴의 구성 방식에서 뭔가 답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예산투쟁의 또 다른 답안지가 될 개인예산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권리예산은 사용 방식도 이용자에게 권리를 주는 방법인 개인예산제임을 저는 스타벅스 커피 주문 과정에서 느꼈습니다. 심지어 스타벅스에서는 아이스 음료에 얼음을 아예 주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전장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드시 특정 사업이랍시고 많이 편성했다가 불용예산 딱지만 맞고 되돌아와 삭감을 당할 바엔 차라리 각자가 알아서 쓰는 방법이 나을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전장연의 투쟁 방식으로는 거대한 청구서가 승인될 가능성은, 이 윤석열 시대에는 전혀 없습니다. 개인예산제는 어차피 윤석열 정부도 공약한 바가 있으니 통하겠지만요. 전장연은 어떻게 보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주문을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복잡하지만 내가 원하는 메뉴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그들도 경험해봐야 알 것입니다. 장애인 예산도 내가 원하는 대로 꾸리는 것이 진정한 권리예산임을 알길 소망할 뿐입니다. 품목 지정을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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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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