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대 쿠피 프로그램(KUPI: Kobe University Program for Inclusion, 일본 문부성에서 6개 선정한 발달장애인 대학부설 평생교육 6개 지원 프로그램) 중 효고현 고베대 특수지원 프로그램에서 자라하프의 랩 앨범 제작에 영향을 받아 자기소개를 창작랩으로 하는 수업 장면. ©서인환
고베대 쿠피 프로그램(KUPI: Kobe University Program for Inclusion, 일본 문부성에서 6개 선정한 발달장애인 대학부설 평생교육 6개 지원 프로그램) 중 효고현 고베대 특수지원 프로그램에서 자라하프의 랩 앨범 제작에 영향을 받아 자기소개를 창작랩으로 하는 수업 장면. ©서인환

고베대학 인간발달환경학연구과 휴먼커뮤니티 창성연구센터의 초청으로 나사렛대학교 우주형 교수와 발달장애인 뮤지컬극단 라하프가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8박 9일간 일본을 다녀왔다.

나사렛대학교는 매년 고베대학과 심포지엄 교류대회를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라하프를 함께 초청한 것이다. 라하프는 고베대에서 열린 ‘장애인 문화예술활동과 평생교육’이란 주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했다.

심포지엄에서 라하프 이한길 수석배우가 직접 활동 경험에 대해 발표를 했다. 시인이자 뮤지컬 배우이고, 바둑과 독서를 좋아하는 이한길 수석배우는 진학과 군대 입대 문제로 인해 아인슈타인과 같은 아스퍼거증후군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방학에 집에만 있지 말고 무엇인가 해보자고 부모들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라하프를 만든 첫 계기였다. 라하프 활동을 통해 의사소통이 개선되고, 자신의 정확한 표현력이 향상되었으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논리적 사고를 하는 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고백했다.

랩 가사를 직접 쓰고 랩을 발표한 것과 자신의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계단을 딛고 나아가는 그곳이 계단이라며, 가능성과 발전에 대한 희망을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이한길 수석배우의 활동 후 변화에 대해 더 집요한 관심을 보였다. 라하프 김재은 단장은 단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해 주었다.

라하프 활동이 어떤 성장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답으로, ‘멋진 배우가 되었다’, ‘신난다’, ‘목소리가 커지고 가족과 돈독해졌다’, ‘대인관계가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등의 대답이 나왔다.

배우 수업에서 어떤 과목이 좋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노래, 랩, 댄스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공연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질문에서 ‘발달장애인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뮤지컬을 보고 편견이 깨어졌다’, ‘친구들이 부럽고 우리의 희망을 확인해 줘서 고맙다’, ‘잘 했다는 칭찬을 들었다’ 등의 답이 나왔다.

앞으로 라하프의 나아갈 길에 대한 질문에서, ‘세계로 나가자’, ‘뮤지컬 외에 다양한 전문적 상담 프로그램도 했으면 한다’, ‘많은 후배들이 아카데미에 들어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등의 답이 나왔다는 결과를 말해 주었다. 단원들은 라하프는 장애인이 주인공이 되어 가족과 하나 되게 하는 힘이라고 했고,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소통의 길이라고도 했다.

고베대 100주년 기념관 로꼬홀에서 한국의 라하프를 설명하는 김재은 단장 모습. ©서인환
고베대 100주년 기념관 로꼬홀에서 한국의 라하프를 설명하는 김재은 단장 모습. ©서인환

이어서 일본 참가자들이 라하프 학부모들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라하프 활동 전에도 예술 활동을 했는지 물었는데, 초등학교 때에 여러 가지 교육은 시켰지만 좋아하지 않았다고 답하는 이가 있었다.

뮤지컬을 통해 달라진 점이 있는가 질문도 있었다. 표현력, 자아존중감, 소통력에 변화가 있다는 답이 나왔다. 또 예술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사회성이 좋아졌다고 답한 부모도 있었다.

뮤지컬을 통해 부모의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진정하게 장애를 이해하게 되었다’, ‘잠재력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답이 나왔다. 주위의 반응에 대한 질문에서 ‘기적이라 말하는 이가 있다’, ‘관심과 장애인식의 변화가 있다’, ‘친지들이 활동 후 표정이 밝아졌다고 말해 주기도 하고, 연습과정을 소화한 것이 놀랍다고 말해 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극단 활동 후 가족의 달라진 점에 대한 질문에서 ‘대화가 가능해졌다’, ‘화목해졌다’, ‘장애를 이해하게 되었다’, ‘공통의 관심사가 생겼다’ 등의 대답을 해주었다.

심포지엄 중 쯔다 에이지 교수는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과 평생교육’이란 강연을 했다. 먼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생애학습(평생교육)과 문화예술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2017년에 문부과학성 내에 장애인 학습 지원추진실이라는 담당 부서가 생겼다. 2018년에는 ‘학교 졸업 후의 장애인의 배움의 추진에 관한 유식자 회의’에서 방침 결정이 이루어진 후, 전국 실태조사가 있었다. 2018년 ‘장애인에 의한 문화예술활동 추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같은 해에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추진유식자회의’에서 협의를 거쳐 ‘장애인에 의한 문화예술 활동의 추진에 관한 기본적인 계획’이 수립되었다는 배경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평생학습 추진에 대해서는 문부과학성 내에 주관하는 부국이 설치되어 있지만 장애인의 평생 학습 고유의 법이나 계획은 없다. 한편 문화예술 추진에 대해서는 법률이나 계획에 따라 문부과학성 외국인 문화청이 주관하지만 후생노동성도 독자적으로 임해 온 경위도 있어 조직체제가 복잡하다고 했다.

2019년부터 고베대학에서는 지적장애인에게 대학교육을 여는 실천으로 ‘배우는 즐거움 발견 프로그램’(KUPI)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과 평생학습은 불가분인 것이 많다. 그리고 둘 다 인간이 생생하게 살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활동이다. 교육이 문화를 생산하고 전하는 과정인데. 평생교육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쯔다 에이지 교수는 강조했다.

일본 발달장애인 악단 ‘창고’가 농악을 선보이는 장면. ©서인환
일본 발달장애인 악단 ‘창고’가 농악을 선보이는 장면. ©서인환

하가시하리마 창고(작은 북의 일종으로 난타와 유사한 농악 공연을 함) 동아리에 대해 치까노 에츠코 회장이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2016년 공연을 보고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가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본 것이 악단 창설의 계기였다. 그룹은 지도 선생님, 악기 무상 대여자, 후원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장애인 가족이 함께 하는 이 그룹은 2021년 라하프가 주최한 국제아트페스티벌에 참가하여 발달장애인 사회적 협동조합 ‘얼쑤’와 함께 공연한 바 있다. 음악을 즐기고, 동료와 기분을 맞추어 연주해 협조성, 인내력을 기르며, 지역의 이벤트나 위문 공연으로 봉사하고, 지역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타야마 공방은 1991년에 설립된 시설이 장애인자립지원법이 제정되면서 폐쇄되자, 2003년 장애인창작소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신카와 슈헤이 코디네이터는 자기표현은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하는 것이라며, 예술로 표현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공방을 만들었다고 했다.

리듬을 되찾으려면 집에서 나온다, 나갈 곳이 있다, 그 자리에서 개인으로서 인정된다, 그 자리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 좋아하는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 도움으로 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두고 단순 제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공방이 발달장애인들에게 리듬을 되찾는 장소가 된 것이다.

가타야마 공방의 스탭은 미술 선생이 아니라, 바로 장애인 당사자이다. 공방은 최소한의 도움을 제공할 뿐이다. K 씨는 히어로의 캐릭터를 그리는데, 1분 이내로 완성하는 특기가 있다. F 씨는 머리로 그린다. 그리는 속도가 느려 자기 아이의 초상화가 아이의 성장과 함께 변해가고 있으며, 아직도 미완성이라고 했다.

N 군은 코미디언 연예인의 한쪽을 그린다. K 씨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하지 않고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공방에 나온다. 사람들은 그를 말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공방은 전시회나 공모전 수상 등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방 소개로 발달장애인의 미술공예창작활동을 엿볼 수 있었다.

장애인 예술을 ‘에이블 아트’, ‘아웃사이더 아트’, ‘얼 브뤼트’, ‘보더리스 아트’ 등으로 표현한다. 누구나 신체는 하나다라는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 자기표현을 사회와 연결시켜 주고, 그 개성으로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사회환경을 꿈꾸는 공방은 장애인의 예술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가치 있음을 모든사람들이 이해하기를 바라고 있다. 진정한 복지는 사람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것이다.

예술은 그 아이의 “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내일을 풍성하게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기다림과 선택은 예술의 기본자세이며, 예술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것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지식만으로는 예술이 만들어지지 않고, 장애인도 사람이기에 당연히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은 누구나 가진 것이고, 그것의 표현이 예술이라는 것이다.

라하프는 몇몇 학부모의 출원으로 7년간이나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이 정도 노력하였으면 국가가 지원을 어느 정도 해주어도 되지 않는가 하는 지친 상태에 있기에 일본의 발달장애 음악 관련 법인의 운영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사단법인 ‘안단테 KOBE’는 발달장애인의 음악을 통한 여가활동 지원과 권익옹호, 다양성 인정과 공생을 목적으로 2003년에 설립된 단체다. 처음에는 동아리로 출발하여 아즈미 유코 회장집에서 연주 연습을 했다.

2010년에 고베시 청소년 회관에 단체 등록을 하면서 활동공간을 마련하고 법인까지 등록할 수 있었다. 모임 장소가 마련되자 회원도 늘었다. 보호자의 ‘아이가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청소년회관이 매년 개최하는 ‘명청제’ 이벤트에 참가한 것이 첫 공연이었다. 당초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외부의 시선, 반응은 어떨까’, ‘멤버는 어떻게 느낄 것인가’ 여러 가지 불안을 안고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불안과 달리 퍼포먼스는 개개인의 풍부한 개성과 감성을 끌어내, 자신의 음악 즐기기에서 대중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방향이 전환되었다. 이것이 사회참여다. 2016년부터 정기적으로 ‘하피·미라쿠루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적장애 아동이 참여하는 ‘키즈 안단테’가 만들어졌다. 앙상블 연주, 댄스, 노래, 랩 등을 하고 있다.

단원들은 음악을 통해 포용력, 협동심, 배려심과 긍정적 사고를 키운다. 단체, 행정기관, 교육기관, 기업 등과의 연계를 통해 지원을 받고 있으며,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짐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라하프는 우리도 더 발전하고 극단이 지속될 수 있는지, 그 재원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하며 안단테를 부러워했다.

고베대학 부속 코나카고학교는 발달장애특수학교(고베대 특별지원학교)다. 이 학교 음악교사 사토 도모코씨는 배움은 살아가는 기쁨이기에 발달장애 평생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학교는 학생 60명, 교원 32명으로 소규모 학교다. 1960년대에는 중증장애인은 의무교육에서 유예되어 있었는데, 장애인 의무교육을 위해 배울 권리를 보장하라는 운동이 필요했다. 그 결과 1969년 효고현에서 세 번째로 이 학교가 설립될 수 있었다.

사토 도모코 교사는 음악은 꿈과 감정과 갚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을 표현하고 대변해 주는 역할, 인간답게 살도록 격려하는 꿈. 존중되는 시간이 음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며 현재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는 “폴란의 광장”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학습권은 생각할 권리이며, 상상과 창조의 권리이고, 자신의 역사를 이어갈 권리이자 개인적, 집단적 역량을 발달시킬 권리라는 1985년의 유네스코 학습권 선언문을 언급하면서 음악교육의 평생교육이 사회변혁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라하프는 체류 기간을 이용하여 예술중심교육을 하는 학교로 초등학교학생들의 오페라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음악수업과 고등학교 학생들의 물로켓 발사시험 수업과 이 학교 선생님이 개발한 놀이를 중심으로 한 중학교 학생들의 체육수업을 견학할 수 있었다.

사토 토모코 부교감 선생님이 반주하며 음악 선생님과 도우미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오페라 연기를 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수준 높은 연주와 노래에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하는 것을 보며 놀랐다. 체육수업을 하는 체육관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발표회를 같이 할 수 있었는데, 무대 장치, 마스킹과 다리막 등 장치들이 설치된 것을 보며 무대 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생각을 하였다.

고베대 아고라식당(발달장애인이 운영하는 까페)에서 발달장애인 작품을 상시 전시하고 있는 모습. ©서인환
고베대 아고라식당(발달장애인이 운영하는 까페)에서 발달장애인 작품을 상시 전시하고 있는 모습. ©서인환

물로켓을 준비한 학생들은 6개월가량을 준비하여 발사시험을 보여주었다. 6개월 걸려 만든 물로켓은 아주 견고하고 몇십 미터 상공을 날아올라 운동장을 넘어 마을로 날아갔다.

천천히 차근차근 그리고 꼼꼼하게 진행되는 수업이 발달장애인들의 학습 속도에 맞추어 느리지만 꼼꼼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라하프는 일본 방문을 통해 장애인 예술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어떻게 사회로부터 지속 가능한 활동 환경을 지원받을 수 있는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지만, 라하프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을 보여주고 왔다는 뿌듯함도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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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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