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경상북도청 현관에서 대구지역 장애시민단체 회원들이 경주푸른마을 장애어린이 사망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생활시설내 약물 오남용 사태를 조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윤삼호

9일 오전 10시 30분 경상북도청 현관에서 (사)경북장애인부모회, (사)한국장애인부모회 포항지부, 전교조 경북지부 특수교육위원회, 대구DPI 등 대구·경북 8개 장애·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푸른마을 장애 어린이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푸른마을 사건을 규탄하고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경주푸른마을 장애 어린이 사망 사건’은 이 시설에 거주하던 박재호(14·자폐성장애1급)군이 지난 2월5일 경남 창녕의 한 (치매)노인전문병원에서 의문사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대구DPI와 경주 경희학교 교사들의 제보로 지난 5월6일 MBC 'PD수첩'에서 방영되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이날 'PD수첩'은 재호군이 ‘호흡곤란’으로 죽었다는 병원측의 주장과 달리 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취재 결과, 재호군은 정신병동에서 심한 ‘반궁긴장’(등이 활처럼 뒤로 휘어지면서 심한 경련을 일으키는 신경정신과적 증상) 증세를 보였는데, 그 원인이 약물중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호군은 시설 내에서 심한 구타를 당하고 욕실에 감금되는 등 학대를 받았다는 내부 제보자의 증언도 확보했다.

참여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집에서는 건강하고 얌전하던 재호가 ‘경주푸른마을’에 입소한 뒤 이상행동이 심해졌다”며, 이는 재호군이 격리된 환경에서 “일상적인 폭력과 약물 남용”에 노출된 탓이라고 주장했다. 또, 재호군은 “이런 환경에서도 마지막까지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폭력과 감금을 일삼는 시설과 병원 관계자들의 야만적 조치와 이런 현실에 무감각한 이 사회의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죽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향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마무리되었다. 참석자들은 경북도청은 해당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또 경북경찰청은 해당 시설의 생활인 통장 유용 혐의를 철저히 수사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시설 장애 어린이의 약물 남용 및 사망 실태를 조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단체 대표자들은 정순자 경상북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을 면담하였다. 이 자리에서 정 국장은 “해당 시설에 대해 철저하게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며, 문제가 확인되면 행정조치를 취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 국장은 시설측의 장애인 통장 유용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이 할 일이라며 한 발 뺐다.

한편, 대구DPI 육성완 대표는 일단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푸른마을을 비롯한 장애인 시설을 상시적으로 모니터할 수 있는 기구 구성을 경북도내 장애인 단체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윤삼호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대구DPI 정책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몇몇 장애인 단체 활동가를 거쳐 지금은 부산에 있는 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화의 정치>, <장애학: 과거, 현재, 미래>, <동정은 싫다>, <장애와 사회, 그리고 개인> 같은 장애학 서적을 번역했습니다. 장애학 특히 장애 역사에 관심이 많고, 지금도 틈틈이 자료를 읽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주류 학계가 외면하는 장애인의 역사를 현재와 연결하여 유익한 칼럼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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