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들의 쇼핑카트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100리터 조금 넘던 카트를 요즘에는 180리터짜리로 교체하고 있다. 물건을 수레에 가득 채우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고도의 상술이다.

초기의 할인점에는 쇼핑 바구니를 비치했다가 이어 편리한 카트로 바꿨고 크기도 점점 커졌다. 매장 내 많은 상품들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구매의욕이 솟아난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은 알고 보면 고객과의 치열한 심리전이 전개되는 곳이다. 미국의 대형 할인점은 계산대 쪽으로 향하는 바닥을 높이고 있다. 바닥이 높으면 카트를 끌고 가기가 힘들어진다. 바퀴가 역회전하기도 한다. 그러면 하나라도 더 팔린다는 것이다.

반면,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통로는 내리막길로 되어 있어 빨리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치사하지만 고도의 심리전이라 할 수 있다.

백화점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찾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에스컬레이터도 마찬가지다. 위층으로 올라갈 때는 쉽게 에스컬레이터를 타도록 되어 있지만, 내려갈 때는 한 바퀴 빙 돌아야 탈 수 있게끔 놓았다. 도는 사이 새로운 유혹을 받게 하려고 눈에 띄는 상품을 진열해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백화점 매출은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과 비례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오랫동안 매장에 잡아두려는 계산이 숨어 있다. 백화점 하층부에 여성용품을, 상층부에 남성용품을 두는 것도 심리전이다. 남자는 목적지로 직행하는 반면 여성은 층마다 구경하면서 쇼핑을 하기 때문이다.

입구에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잡화를 진열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왜냐하면 입구에 저렴한 가격의 상품이 있어야 별로 비싸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가는 출구에 이런 상품이 진열되어 있으면 지갑을 한번 더 열게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의 의자는 앙증맞게 생겼지만 인체공학적으로 보면 30분 이상은 불편해서 못 앉는다. 빨리 먹고 나가라는 뜻이다. 즉,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상품 배열도 철저한 계산의 결과로 이뤄진다. 쇼핑 시간을 측정해보면 여자가 혼자 오면 5분 2초, 아이와 같이 오면 7분 19초, 여자 2명이 오면 8분 15초, 반면 남자와 여자가 함께 오면 4분 41초로 가장 짧다. 남자는 쇼핑을 지겨워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복 매장 바로 옆에 남자들이 좋아하는 디지털 카메라나 컴퓨터 소프트웨어 매장을 차리는 것이다. 그러면 남자들은 그걸 구경하느라 나가자고 재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매출로 연결될 수도 있다.

또한 백화점에 창문과 시계가 없는 것도 오직 쇼핑에만 몰두하게 하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 글은 경제서적 <펄떡이는 길거리 경제학>(이영직 지음/스마트비즈니스)에서 발췌한 글이고, 이 글을 바탕으로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에서 수화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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