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특수목적신탁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은 금전관계나 계약사무 처리에서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약점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방법으로 후견제도가 거론된다. 하지만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의 경우 후견인의 권한이 커 피후견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할 여지가 있고 결정적으로 발달장애인 부모처럼 따뜻하고 자식처럼 여길 후견인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삶을 안전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장치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고, 대안으로 '발달장애인 특수목적신탁제도' 도입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장애인부모회와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발달장애인 특수목적신탁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갖고, 도입 시 고려돼야 할 부분들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발달장애인 신탁지원을 위한 입법 필요성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도입 시 필요한 부분들을 제언했다.

■특수목적신탁제도 도입 시 미국제도 참고해야=제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다양한 유형의 특수목적신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비영리공익기관 할 것 없이 진행하고 있으나, 이중 눈여겨 봐야할 것은 집합형 특별수요신탁제도다.

미국의 집합형 특별수요신탁제도의 경우 비영리기관이 직접 운영한다. 신탁할 수 있는 재산이 5000달러 내지 2만5000달러 정도로 낮아 장애자녀를 둔 중산층이나 저소득 장애인 당사자에게 유익하다.

일반은행에서 운영하는 신탁제도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신탁재산이 50만달러이상인데 비해 요구하는 신탁자산이 매우 낮은 게 큰 이점이다.

집합형 특별수요신탁은 위탁자가 1개의 주 신탁에 가입하는 형식으로 신탁이 설정된다. 각 개별 신탁상의 수익자는 전체 신탁재산에서 점하는 위탁자의 신탁재산 비율만큼 신탁재산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집합형 특별신탁을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은 매우 다양한 만큼 기관별 수수료와 비용, 운영방법 등은 다르다.

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발달장애인 특수목적신탁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 ⓒ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 특수목적신탁제도 수탁은 누가?=제 교수는 “미국은 여러 유형의 기관들이 신탁제도를 운영하는 게 인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영리공익기관 또는 국가기관이 수탁자로 나서 재산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사회적 신뢰가 아직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교단체 등 개별 수탁자에게 맡기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한 장애인 부모는 자신이 죽으면서 A종교재단에 재산을 기탁했다. 자신이 죽으면 종교재단이 나서 자녀를 돌봐 달라는 바람에서였다.

하지만 종교재단은 장애인 부모가 기탁한 돈을 장애인 자녀를 위한 목적이 아닌 곳에 사용했고, 오히려 장애인 자녀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만들고 수급비마저 지급받아 사용했다.

■"신탁자금, 기초생활보장법 혜택 걸림돌 되지 않게"=제 교수는 "특별수요신탁은 발달장애인의 특별한 수요를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지출된 자금인 만큼 국민기초생활법상의 재산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본인이나 가족 등 3자가 출연한 재산을 기초생활보장법상의 재산환산기준에서 제외시켜 발달장애인이 기초생활보장법, 장애인연금법 상의 공공부조를 받을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

물론 동시에 이런 재산이 재산은닉이나 우회된 상속의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제 교수의 설명이다.

제 교수는 "특수목적신탁의 재산이 기초생활법상의 소득환산 기준에 포함되지 않으면 발달장애인은 기초생활 수급비도 받고 신탁비도 받게 된다. 즉 발달장애인은 최저생계비 이상의 돈을 받게 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초생활수급제도의 재산 소득환산 기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서울가정법원 배인구 부장판사와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특정목적 관리형신탁, 신탁업법의 예외로 규정=토론자들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목적신탁제도의 도입에 찬성을 하면서도, 도입 시 우려되는 사안들에 대해 제언했다.

서울가정법원 배인구 부장판사는 "현행 신탁업법은 신탁을 영업으로 할 때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해 비영리법인이 수탁자로 활동하는)신탁은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고위험을 부담하는 신탁이 아니고 복리를 위한 고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처럼 특정 목적을 위한 관리형신탁의 경우 신탁의 활성화를 위해 신탁업법의 예외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류분 제도와 관련해 법과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부모가 재산을 유언대용신탁으로 설정해도 사후 유류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면 신탁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소극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도입되는 제도에서는) 유류분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는 "발달장애인 특별목적신탁제도가 도입돼 원활히 활용되기 위해서는 신뢰도가 높은 공익기관이 맡는 게 중요하다. 수탁재산의 운영이나 효율성 면에서 기존 공적기관의 참여가 더 적절해 보인다"면서 "이와 관련해서 장애인연금신탁재단과 같은 별도의 공적기관의 설립 또는 기존의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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