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입법 과제가 산적,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2차 국회의장 정책현장 입법간담회 ‘장애인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한 입법과제’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2차 국회의장 정책현장 입법간담회에서 제철웅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권리옹호제도 마련돼야”

먼저 제 교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이 겪는 차별 및 장애로 인해 입는 피해에 대해 권리구제를 실현할 수 있는 장애인 권리옹호(이하 P&A)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은 정신적 장애로 인해 스스로 소송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성인을 위해 누군가가 소송을 대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 교수는 “신안염전 피해자들이 염전 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고 가정해 볼 때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년후견인이 선임되거나 특별대리인이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촌 이내의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 장이 신청을 해야 하는데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신청을 해 줄 가능성이 높지 않고 만약 친척이 염전주와 합의해버리면 소송할 방법이 없어지는 상황”고 말했다.

제 교수는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의 특별대리인에 유사한 소송후견인의 선입신청을 누구라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P&A기관이 특별대리인을 선임 신청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의 권리구제를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P&A제도가 신설돼는 것과 동시에 정신적 장애인의 소송참여권을 확대하기 위한 민사소송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제2차 국회의장 정책현장 입법간담회 전경. ⓒ에이블뉴스

장애편견 기초한 제도 철폐 ‘시급’

지난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성년후견제도. 하지만 여전히 행위무능력자제도 하에 선고된 금치산자, 한정치산자에 대한 결격조항 대부분이 피성년후견인과 한정후견인에게 적용되고 있다.

제 교수는 “성년후견을 받게 되면 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공무원을 할 수 없게 된다. 조합원의 자격이 상실된다. 이런 조항이 무려 300개나 된다”면서 “후견제도 이용을 이유로 한 결격조항은 아무조건 없이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신장애인을 치료나 요양의 목적으로 보호의무자가 ‘정신보건법’ 제24조에 기해 비자의입원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신장애인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정신질환자가 살인을 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보게 된다. ‘멀쩡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게 되면 어떻게 하나’, ‘정신질환자를 격리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정신보건법에서 보호의무자의 동의만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게 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신병원에 비자발적으로 입원한 경우 치료에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강제 치료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으로 강제 치료가 묵인되고 있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본인의 동의를 받고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 교수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존엄한 인간의 가치에 위배된다. 장애인이 자해를 하거나 사회에 큰 위협이 된다면 개인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히 자유를 제한해야 하지만 소수의 정신질환자 때문에 더 많은 인권을 박탈하고 있다”면서 “시급하게 없어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별수요신탁 도입도 고려해야”

신탁으로 재산을 보유하더라도 공공부조의 수급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특별수요신탁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특별수요신탁은 장애인을 수익자로 하되 비영리신탁회사가 수탁자로서 개별 장애인이 맡긴 신탁 원본을 집합시켜 자산을 운영하는 것으로 신탁재산은 모두 공공부조나 의료보호에서의 재산평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맡긴 재산을 안정적인 형태로 관리하며 자녀가 소규모 생활시설 임대료, 가사생활서비스, 의복비, 여행 경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물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 교수는 “특별수요신탁제도가 도입된다면 발달장애인에게 응당 귀속돼야 할 부모의 재산을 다른 사람이 갈취하는 것을 막으면서 자녀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재화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애자녀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공하는 최저한의 생활을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보장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 교수는 “장애인에게 일을 하며 같이 살아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이 통장에 돈이라도 조금 쌓이게 되면 수급자격에서 박탈 된다”면서 “장애인이라고 해서 최저생계 수준의 생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20세기 초에 특별수요신탁이 도입됐고 캐나다, 호주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특별수요신탁이 도입되면 장애인도 최저생계 수준 이상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고 부모들의 걱정도 덜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제 교수는 “민간의 자원이 들어와 국가자원과 합쳐져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법조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1조문 상속세 및 증여세 법 1조문만 고치면 법적인 토대도 갖춰지게 되는 셈”이라면서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조창용 회장, 보건복지부 최종균 장애인정책국장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에이블뉴스

입법 과제 해결에 ‘공감’ 나타내

이에 대해 국회, 정부, 장애인 단체 등 각계 각층의 토론자들도 입법 과제 해결에 대한 공감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아 염전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던 장애인들이 다시 제 발로 염전으로 돌아가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 뒤 “장애인 인권침해 사전에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P&A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조창용 회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미국 P&A가 가지고 있는 권한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인력과 예산 등 역할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전국 각지에 P&A기관을 세워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큰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최종균 장애인정책국장은 “김정록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 복지법이 P&A 성격을 가진 걸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법이 통과가 되면 예산을 확보해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특별수요신탁도 귀중한 제안 이라고 생각하고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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