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회장 손영호)가 장애인에 대한 청소년의 긍정적인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2017 장애청소년 BestFriend'사업을 실시하고 활동사례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장애청소년 Best friend로 활동하고 있는 비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았으며, 최종 최우수 1팀, 우수 4명(팀), 장려 15명(팀) 등 총 20명(팀)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이들의 활동사례수기를 연재한다. 아홉 번째는 김은서 학생의 활동사례수기다.

서운고등학교 김은서

처음 ◯◯를 만난 건 고등학교 입학식 날 이였다. 입학식이 모두 끝나고 나는 배정받은 반으로 즉시 걸음을 옮겼다.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곳곳에 서려있는 설레임과 긴장감에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져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교실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교실을 쭉 둘러보았다. 벌써 몇몇 친구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벌써 친해진 것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부러워서 나도 질세라 옆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안녕!’ 형식적인 대화가 오가는데 그 친구가 자꾸만 앞자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이었다.

그 친구는 뭔가를 신경 쓰고 있는 눈치였다.나도 친구의 힐끔거리는 눈을 따라갔다.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가 의기소침하게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친구 옆에는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힐끔거리던 친구는 아마 어머니가 왜 반까지 오셨을까 의아해서 시선을 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 마침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선생님께선 먼저 본인 소개를 하시고선, ◯◯가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옆에 서계시던 ◯◯어머니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리에게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듯 말씀하시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셨다.

그리고는 선생님께서 학기 첫 날답게 엄청 긴 연설을 하시는데,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딴 생각을 자꾸만 했다. 내 부모님께서는 특수교사이고 그러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부모님께서 근무하시는 학교에 가서 일하는 부모님을 보곤 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 눈에 비쳐지는 부모님의 업무는 장애학생을 가르치고, 돌보는 것 이였다.

마음 한켠에 내 부모님은 특수교사고, 알고 있는 것이 많으니 나는 누구보다 친구를 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를 도와줄 친구를 뽑는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손을 들었다.

처음 ◯◯랑 이야기하려고 다가갔을 때 ◯◯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랑 더 친해지고 싶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썼다. 이동수업할 때도 옆에 붙어서 말을 걸고, 종례 후 지원실에 내려갈 때도 같이 내려갔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하는 건데 적극적인 내 모습에 ◯◯가 많이 당황스럽고 무서웠을 것 같다.

◯◯는 자기 자신을 안에 가둔다. ◯◯가 적응하기 쉽게 좀 더 천천히 다가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후회된다.

1학년이 된 후 첫 수련회, 외부로 2박 3일 동안 나가야 해서 숙소 정하는 것부터 조짜는 것 까지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선생님께서 이 과정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반장, 부반장, 친구, 나, 그리고 ◯◯까지 해서 방을 배정받았다. 아무래도 숙박을 해야 해서 ◯◯가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거의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아무도 의지할 사람 없는 곳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었다.

수련회의 밤은 다행히 즐거웠다. 레크레이션도 하고, 방 친구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이렇게 친구들이 다름없이 편하게 해주어서 다행히 ◯◯도 잘 적응하는 듯 보였다. 수련회 내내 ◯◯랑 활동을 같이 했다. 수련회를 모두 마치고 나서는 ◯◯가 급속도로 친구들과 친해져서 많이 편해진 듯 했다. 어느날은 ◯◯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학기 말에 한번 갈등이 있었다. 미술시간에 먹물을 이용해서 붓글씨를 쓰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가 화가 났는지 먹물을 붓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한 친구의 옷에 먹물이 튀었다. ◯◯는 크게 짜증을 내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와 함께 밖으로 나와 이야기 하려고 했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친구들도 갑자기 변한 ◯◯의 행동에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 ◯◯가 왜 갑자기 화가 났는지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전보다 나에게 오히려 ◯◯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가 화를 삭힌 후 천천히 이야기해줘서 고마웠다.

1학년을 지나 2학년이 돼서도 함께 어울려서 맡은 일을 했다. ◯◯는 맡은 청소구역도 매일매일 성실하게 청소했다. 부모님의 직업 덕분에 남들보다 친구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친구들마다 각기 다른 개성이 있고, 부모님이 학생들을 챙겨주는 모습만을 봐오던 나는 ◯◯와 함께 2년을 친구로 지내면서 ◯◯ 혼자 해낼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굉장히 많은데다가 ◯◯에게 수많은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 미래에는 본인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생활하기를 바란다.‘2017년 장애청소년 BestFriend 수기공모’ 수상작 연재-⑨

최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회장 손영호)가 장애인에 대한 청소년의 긍정적인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2017 장애청소년 BestFriend'사업을 실시하고 활동사례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장애청소년 Best friend로 활동하고 있는 비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았으며, 최종 최우수 1팀, 우수 4명(팀), 장려 15명(팀) 등 총 20명(팀)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이들의 활동사례수기를 연재한다. 아홉 번째는 김은서 학생의 활동사례수기다.

서운고등학교 김은서

처음 ◯◯를 만난 건 고등학교 입학식 날 이였다. 입학식이 모두 끝나고 나는 배정받은 반으로 즉시 걸음을 옮겼다.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곳곳에 서려있는 설레임과 긴장감에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져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교실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교실을 쭉 둘러보았다. 벌써 몇몇 친구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벌써 친해진 것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부러워서 나도 질세라 옆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안녕!’ 형식적인 대화가 오가는데 그 친구가 자꾸만 앞자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이었다.

그 친구는 뭔가를 신경 쓰고 있는 눈치였다.나도 친구의 힐끔거리는 눈을 따라갔다.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가 의기소침하게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친구 옆에는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힐끔거리던 친구는 아마 어머니가 왜 반까지 오셨을까 의아해서 시선을 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 마침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선생님께선 먼저 본인 소개를 하시고선, ◯◯가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옆에 서계시던 ◯◯어머니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리에게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듯 말씀하시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셨다.

그리고는 선생님께서 학기 첫 날답게 엄청 긴 연설을 하시는데,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딴 생각을 자꾸만 했다. 내 부모님께서는 특수교사이고 그러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부모님께서 근무하시는 학교에 가서 일하는 부모님을 보곤 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 눈에 비쳐지는 부모님의 업무는 장애학생을 가르치고, 돌보는 것 이였다.

마음 한켠에 내 부모님은 특수교사고, 알고 있는 것이 많으니 나는 누구보다 친구를 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를 도와줄 친구를 뽑는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손을 들었다.

처음 ◯◯랑 이야기하려고 다가갔을 때 ◯◯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랑 더 친해지고 싶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썼다. 이동수업할 때도 옆에 붙어서 말을 걸고, 종례 후 지원실에 내려갈 때도 같이 내려갔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하는 건데 적극적인 내 모습에 ◯◯가 많이 당황스럽고 무서웠을 것 같다.

◯◯는 자기 자신을 안에 가둔다. ◯◯가 적응하기 쉽게 좀 더 천천히 다가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후회된다.

1학년이 된 후 첫 수련회, 외부로 2박 3일 동안 나가야 해서 숙소 정하는 것부터 조짜는 것 까지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선생님께서 이 과정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반장, 부반장, 친구, 나, 그리고 ◯◯까지 해서 방을 배정받았다. 아무래도 숙박을 해야 해서 ◯◯가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거의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아무도 의지할 사람 없는 곳에서 지내야 하는 것이었다.

수련회의 밤은 다행히 즐거웠다. 레크레이션도 하고, 방 친구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이렇게 친구들이 다름없이 편하게 해주어서 다행히 ◯◯도 잘 적응하는 듯 보였다. 수련회 내내 ◯◯랑 활동을 같이 했다. 수련회를 모두 마치고 나서는 ◯◯가 급속도로 친구들과 친해져서 많이 편해진 듯 했다. 어느날은 ◯◯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학기 말에 한번 갈등이 있었다. 미술시간에 먹물을 이용해서 붓글씨를 쓰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가 화가 났는지 먹물을 붓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한 친구의 옷에 먹물이 튀었다. ◯◯는 크게 짜증을 내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와 함께 밖으로 나와 이야기 하려고 했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친구들도 갑자기 변한 ◯◯의 행동에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 ◯◯가 왜 갑자기 화가 났는지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전보다 나에게 오히려 ◯◯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가 화를 삭힌 후 천천히 이야기해줘서 고마웠다.

1학년을 지나 2학년이 돼서도 함께 어울려서 맡은 일을 했다. ◯◯는 맡은 청소구역도 매일매일 성실하게 청소했다. 부모님의 직업 덕분에 남들보다 친구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친구들마다 각기 다른 개성이 있고, 부모님이 학생들을 챙겨주는 모습만을 봐오던 나는 ◯◯와 함께 2년을 친구로 지내면서 ◯◯ 혼자 해낼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굉장히 많은데다가 ◯◯에게 수많은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 미래에는 본인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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