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4월 2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소속 회원들이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며 한강대교를 건너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한강대교를 기어서 건너 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보편적 권리로 만든 주역. 매년 가을 정부가 나라살림의 규모를 발표하면 장애인의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진보적 장애인들.

장애계의 현안 속 투쟁현장에는 항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있었다. 치열함과 끈질김으로 투쟁을 승리로 이끈 장애계의 큰 축인 전장연이 어느덧 10살의 나이가 됐다.

2007년 9월 5일 출범한 전장연은 “보수와 관변의 부끄러움을 떨처버리고 진보적 장애인운동을 열어간다” 선언을 하고 세상에 나왔다. 과거 장애인운동청년연합회와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로 이어온 투쟁의 역사를 계승한다고 표방했다.

전장연의 태동은 필연적이었다. 장애계의 주류 세력은 장애민중의 현실을 외면한 채 권력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했고, 그 결과 장애인단체의 운동은 운동산업으로, 운동문화는 저항문화가 아닌 이를 차단하는 안전판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진보적 장애운동의 마지막 보루 전장연의 10년 활동을 되짚고, 향후 투쟁방향을 들어봤다.

지난 2007년 9월 5일 광화문역 부근에서 열린 장애민중행동대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 행사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에이블뉴스DB

■‘전장연’ 장애민중행동대회 개최 첫 대뷔=전장연은 2007년 9월 5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장애민중행동대회를 개최하고 공식적으로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전장연은 소속 회원 274명은 8일까지 노숙농성을 하면서 장애인연금제도 도입, 활동지원서비스 보장,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보장 등 장애인 생존권 7대 요구안의 수용을 정부에 촉구했다.

특히 7일에는 마포대교 북단 강변북로 3개 차선을 점거하고 시민들에게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알리는 선전전도 진행했다. 당시 경찰은 3개 중대 3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오후 6시 20분부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강제해산에 나섰고 점거 3시간 만에 자진해산 했다.

17대 대선이 한창이던 2007년 11월 전장연은 대선을 앞두고 관련단체 450곳과 연대를 하고 ‘장애인 생존권 7대 요구안 쟁취’를 위한 끈질긴 투쟁을 시작했다.

전장연은 장애인연금제도 도입, 활동지원제도 권리보장, 장애인거주시설의 탈시설 보장, 장애인 주거권 보장, 발달장애인 지원법 제정,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장애관련 사회복지지출 OECD 평균 확충 등을 요구했다.

특히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에게 각각 면담과 7대 요구안의 수용을 요구하면서 삭발투쟁을 하기도 했다.

이 결과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이명박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무소속 이회창후보는 장애관련 사회복지 지출을 OECD 평균치로 확보하는데 노력하겠다 혹은 적극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장애인연금제도 도입, 장애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개선 등에 대한 질의에서도 각 후보들은 대부분 수용 및 적극적인 실천의사를 보이게 하는 성과도 이뤄냈다.

2009년 2월 전장연은 인권단체연석회의의 연대단체로 참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축소를 반대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축소를 반대하는 기자회견 모습. ⓒ에이블뉴스DB

2009년 2월에는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인권단체들과 연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방침 철회를 위한 활동에도 집중했다. 당시 전장연 등은 행정안전부 이달곤 장관(당시 내정자)의 거주지 앞에서 인권위 조직축소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선전전을 펼쳤다.

또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원장과 간사들에게 인권위 축소방침과 관련한 입장을 담은 서한을 팩스로 전달하고 행안위원장과 간사 의원실을 직접 찾아가 철회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야3당 의원들의 국가인권위원회 지키기 운동 동참을 이끌어 냈지만 행정안전부는 3월 30일 국무회의를 통해 인권위의 조직을 축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듬해에는 인권위 헌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인권위 사무실을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인권위는 전장연의 점거농성을 해제하기 위해 남대문경찰서에 공권력 투입 및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전장연은 반발했고 인권위를 장애인 인권차별로 인권위에 진정을 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안타깝게도 전장연은 인권위 점거농성 투쟁에서 동지를 잃었다. 점거농성 과정에서 심한 감기증상을 호소해 응급실로 실려간 우동민씨가 완치되지 않은 몸으로 퇴원한 후 다시 농성에 참여했고 건강이 악화되면서 중환자실에 들어간 지 5일만에 숨진 것이다.

2012년 8월 21일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장애인과 활동가들. ⓒ에이블뉴스DB

■광화문 지하에서 희망의 농성장 구축=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공약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가 기준 폐지가 장애계 이슈로 올랐다.

초기 박근혜 정부 역시 폐지를 위한 위원회를 설립해 운영에 들어갔지만 위원회의 성격이 제도의 폐지가 아닌 완화로 변질됐고, 전장연 등은 위원회에서 탈퇴했다.

8월 21일 전장연을 주축으로 한 장애인·빈민 등 인권단체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을 결성하고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특히 전장연을 주축으로 한 420장애인차별철폐연대공동투쟁단은 2014년 8월 화마로 숨진 고 오지석씨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해 숨졌다고 비판하며 활동지원서비스 신청자격을 1~3급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2014년 8월) 활동지원서비스 신청자격은 1~2급이었고, 중복 3급의 장애를 가진 고 오지석씨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이에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당시 문형표 복지부장관과 면담을 통해 대상을 3급으로 확대하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2015년 하반기의 가장 큰 이슈는 박근혜 정부의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하는 활동지원서비스 추가시간 지원 역시 대상에 포함됐다.

전장연은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정비를 막기 위해 전국복지수호 공동대책위원회의 한 단위로 들어가 투쟁에 동참했다. 사회보장사업 정비 저지를 위한 투쟁은 꾸준히 이어져 왔으나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막을 내렸다.

지난 5월 9일 촛불민심을 등에 엎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을 했지만 공동행동의 광화문 농성투쟁은 지속됐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걸었지만, 이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미흡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동행동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포함한 3대 적폐 폐지를 요구하면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복지부 장관을 광화문 지하보도로 불러냈고 제도의 희생자 추모는 물론 제도의 폐지를 위한 위원회 설치라는 답변까지 얻어냈다.

공동행동은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1842일 보고 및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10주년의 밤 행사를 갖고 농성장을 철거했다. 공동행동은 3대적폐 폐지 공동행동으로 명칭을 전환하고 위원회 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장애등급제의 폐지를 외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에이블뉴스DB

■투쟁의 ‘10년’ 해결할 장애계 현안 산적=전장연 10년 투쟁의 역사 속에 묵묵히 ‘맏형’ 역할을 한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계 현안이 산적해 있고, 향후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에 장내외에서 투쟁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질문: 최근 장애인 권리보장 개헌안 마련을 위한 네트워크를 단체들에 제안했다. 이 활동은 전장연의 활동계획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인가? 제안을 한 단체로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답변: “개헌은 장애인·소수자 등 사회약자의 권리가 헌법적으로 보장돼야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미 헌법 개정안과 관련해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 구체적인 개헌안을 마련을 하고 있다”

“헌법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곳이 많다. 특히 또 전체적인 헌법의 개정문제도 이야기하는 곳도 있고, 장애계 안에서도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다. 이분들과 의견을 교환해 하나로 모아서 개헌때 때 우리의 안이 관철되도록 투쟁할 것이다”

질문: 강서구 공진초등학교 부지의 특수학교 설립 등 장애교육에 관해 연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전장연의 투쟁 계획 속에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한 것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궁금하다.

답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전장연과 활동을 함께하는 곳이다. 부모님들이 중심에서 특수학교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좀 더 많은 지지를 하고 이것들이 명백한 교육권리의 침해이고 차별이고 지역사회서 살아가는 중요한 교육을 막는 것이기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교육도 그렇게 하고, 이후 노동의 문제나 지역사회서 살아가는데 모든 영역의 연대를 확장시켜야한다”

질문: 당장 내년 6월 13일에 전국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장연은 장애인 공약을 전달하고 관철시키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내년 지방선거 투쟁활동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할 것인지 계획이 궁금하다.

질문: “6·13 지방선거의 투쟁활동은 기존에 해왔던 공약제시 등 투쟁패턴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내년의 지방선거 투쟁은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개헌논의와 지방분권화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방분권에 맞춘 지방분권에 특성에 맞춘 투쟁의 강화가 중요하다. 이 같은 방식의 투쟁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문: 보건복지부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장애인거주시설 폐지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합의한 후 광화문농성을 잠정 중단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비슷한 태도, 이를테면 제도의 완전폐지 아닌 완화를 하려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답변: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듣기 좋은 소시로만 끝나지 않도록 더 긴장하고 투쟁할 생각이다. 3가지 적폐의 해결은 문제 해결을 견인할 함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제도폐지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약 이들이 스스로 지키지 않을 때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우리 스스로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문: 만약 복지부의 위원회를 통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거주시설 폐지가 이뤄진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답변: “오히려 활동들이 많아질 것이다. 장애계에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거주시설 폐지 이 세 가지 말고도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고 유엔이 선언한 지역사회 속 장애·비장애인 통합사회는 구호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전방위적인 차별과 소외의 문제에 대해 투쟁하고 저항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질문: 이주노동자 중 장애인이 된 경우 의료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렇다보니 제대로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가족들은 빈곤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외연을 넓혀 이주노동자 중 장애인이 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계획이 있는가?

답변: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연대적 차원에서 접근을 해왔다. 이주노동자의 전반적인 문제는 연대자로 집회에 참여하거나 서명을 통해 참여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중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은 못했다. 놓치고 있는 지점이고, 이런 문제에 연대를 확장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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