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회장 조향현)가 장애인에 대한 청소년의 긍정적인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2016 장애청소년 BestFriend'사업을 실시하고 활동사례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장애청소년 Best friend로 활동하고 있는 비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았으며, 최종 개인 17명, 단체 3팀 등 총 20명(팀)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이들의 활동사례수기를 연재한다. 두 번째는 이시원 학생의 활동사례수기다.

서울 신수중학교 이시원

나는 지금 중학교 2학년이다. 그리고 다리가 불편한 ○○ 이는 내 친구다. 올해 초, 담임선생님은 나를 불러 1년 동안 ○○이와 같이 다니며 도와주지 않겠느냐고 이야기를 꺼내셨다. ○○이가 내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들은 나는 고민이 되었다.

‘이제 학기 초인데 1년 동안 내 학교생활은? 친구들은 어떻게 사귀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1학년 때는 반 전체 아이들이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이 도우미를 했었 데, ○○이가 친구들이 자신을 도와주는 것을 반기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을 때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이를 잘 도와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친구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까지 ○○이와 또 다른 도우미 친구,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함께 다니게 되었다. 학교에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다 보니, 서로 자연스러워지고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처음엔 아무 이야기도 없이 새침하게 걷기만 하던 ○○이는 어느새 나에게 웃으며 수다를 떤다. 어제 봤던 영화 얘기, 수녀님이 장래희망 이라는 얘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세일러문 얘기, 그리고 엄마한테 혼난 얘기…. 선생님도 ○○이가 많이 밝아진 것 같다고 하신다. 지금까지 ○○이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쉽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와 같이 다니면서 나에게는 자기 이야기도 하고 웃으며 대해주어서 ‘난 ○○이에게 친구구나’하고 느낄 수 있었다.

이럴 때는 처음에 어색했던 일들과 내 다른 친구들과 같이 지내지 못 한 것, 수업에 늦은 일, 이동하다가 체육복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던 일, 이 모든 것이 보상을 받는 느낌이다. 여름방학 때 ○○이의 가족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생일에 ○○이의 엄마, 언니와 함께 밥을 먹었다. ○○이 엄마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셨고, 눈빛, 태도, 말투에서 나에게는 과분할 만큼의 고마움이 전해졌다. 나는 누군 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행복했다.

하지만, 내가 과연 고맙다는 말을 들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한 일은 그냥 같이 있던 것뿐이고, 내가 도우미를 하는 건 정말 순전히 ○○이를 위한 헌신적인 마음으로 하는 것만은 아닌데, 결국 내가 도우미를 하는 목적은 내가 나에게 만족하기 위해서이고, 좀 더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인데....

그럼 나는 이기적인 건가? 결국 나 스스로를 위해서 도우미를 하는 것이면서, ○○이와 ○○이의 부모님에게 고 맙다는 말을 듣고 있는 나는 나쁜 건가? 아니면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결 국은 ○○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니까 된 건가? ‘나는 ○○이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이의 친구다.’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까지 같이 지냈다. 나는 ㅇㅇ이와 다니면서 불편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 우리 주변에 이러한 불편을 겪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올 한해는 나에게도, ○○이에게도 특별하고 의미 있는 해가 될 것 같다. 그래선 나는 이 경험을 평생 소중하게 간직하려 한다. 그리고 ○○이와의 관계도 소중하게 이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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