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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가 바라는 장애등급제 폐지 방향은

등급제 단계적 폐지,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 제시

감면제도 대신 연금확대, 발달영역 시범사업도 나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12-14 10:12:36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인계의 계속된 화두다. 원론에선 폐지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지만, 각론에서 즉, 폐지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실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못해 더 이상 논의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애등급제 폐지가 대선과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대선장애인공약으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들고 나와 지지부진한 실체적 방안 논의를 미룰 수 없는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장애인복지포럼(대표의원 최동익)은 지난 13일 이룸센터 회의실에서 주요 장애인단체 인사들을 초정한 가운데 ‘장애계가 바라는 장애등급제 폐지 방향을 듣는다’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견을 내놨다.

"장애등급제 단계적으로 폐지 필요"

이날 첫 발언자로 나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하성준 사무국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를 전제로 하되 1~3차 단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먼저 ▲새로운 장애판정 시스템 도입(장애인연금, 활동보조지원 급여 판정 시스템) 후 ▲신규장애인에 서비스 제공하되 기존 장애인에는 유예기간을 전제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어 ▲제도를 마련해 서비스 대상을 기존의 1~6급의 장애등급 없이 장애인(1~4급 까지만)과 비장애인으로만 구분해 장애영역과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하 국장은 “장애등급 폐지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공론화되지 않았고, 기존 장애인복지 시스템을 흔드는 것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단계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가 대안'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사무처장은 장애등급제 폐지 대안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ICF(국제 기능 장애 건강 분류)를 제시했다.

김 처장은 “ICF를 유엔 가입한 국가에서 정책 수립 시 사용토록 권하고 있다. 의료적·사회적 모델로 어떤 복지서비스가 필요한지 잴 수 있는 도구가 아닐까 싶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처음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만큼 장애등록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장애등록하면 ICF외 또 다른 사정도구를 함께 겸해 복지 서비스가 지원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우리나라 사회복지 예산은 OECD 평균 10분의1 수준”이라며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필요한 비용이 턱없이 모자라게 되면 부족한 예산에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메꾸는 것에 불과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

"할인감면 폐지하고 장애인연금으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 정책홍보국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되면 서비스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항의성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장애인 입장에서는 기존 서비스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현재 장애등급으로 대상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제도는 장애인연금과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나머지 각종 서비스 이용과 각종 요금 감면 및 할인 혜택들이 하향 평준화돼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는 것이다.

은 국장은 “장애인들은 공공서비스 할인감면을 받기 위해 장애등급을 받는다. 할인감면 제도는 소득에 의해 나눠지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할인제도 폐지하고 보편적으로 나눌 수 있는 장애인연금이나 장애수당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고 제언했다.

장애인들 서비스 사라질까 ‘우려’

한편 한국농아인협회 기획부 김현철 과장은 “협회 회원들 대상 조사결과 장애등급제 폐지 왜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장애등급제 폐지하면 서비스가 하향될 우려가 있다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각장애 요구 서비스 다양하기 때문에 제도, 전달체계로 녹여낼 수 있을까 논의한 다음 등급제 폐지가 이야기 돼야 한다. 장애등급제 폐지 후 서비스 나아진다고 회원들을 설득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객관적 판정 아닌 합리적 판정 필요'

한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논의는 제3차장애인종합정책 5개년계획에서 시작됐다”며 “정부는 5개년 계획을 통해 장애등급 체계 선진화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부차원에서 이미 의학적 기준 외에 근로능력 등으로 판단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대안은 이미 이야기 나왔고 복지부도 알고 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 “장애등급제 폐지는 근본적으로 패러다임 바뀌는 것이다. 객관적 장애판정이 아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등에 따른 합리적 장애판정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 영역에서 시범사업으로"

한국장애인부모회 노석원 부회장은 “장애등급제 유지 이유는 아마도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일 테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것은 서비스 대상인 장애인의 만족도가 높아야 하는데 무엇을 원하는지, 즉 욕구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

특히 “발달장애인법 기저가 장애등급제 없이 가자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발달장애 영역에서 시범적으로 한번 해보고 점검하고 확대시키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정책위원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를 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기계적 등급제가 아닌 국민으로서 특별한 서비스가 필요한 존재로 바라봐야 하는데 시각 자체가 문제라는 것.

또한 “각 서비스별로 나눠져 있는 전달체계를 원스톱으로 일원화하고 각 영역별 특성을 고려한 일원화된 서비스 정보를 제공해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연금은 소득보존이다. 기준은 돈을 벌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등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몸을 움직여 직업 활동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당연히 기준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연금 등 금전적 서비스에 있어서는 신체적 특성으로만 진단할 것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감면제도에 미래 발목 잡혀서는 안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실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계의 이념적, 전달체계, 서비스 영역을 통틀어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이 2급까지 확대되지만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활동지원제도 사정과정이 기능중심이기 때문에 2급 장벽이 많다는 것.

남 실장은 “이 때문에 장애인을 등급으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을 폐지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남 실장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의 의미를 권리적인 차원을 명시하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남 실장은 현재 장애인들에게 제공되는 감면 서비스(감면제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꼬집기도 했다.

남 실장은 “현재 감면제도는 역기능이 있다. 장애인을 시혜적 대상, 동정의 대상으로 낙인화 한다. 다양한 감면제도에 대한 욕구 때문에 미래를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추가 비용(장애인연금, 장애수당)을 보존하면 감면 역기능을 소멸시킬 수 있다. 직접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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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석 기자 (wege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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