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시각장애인 단체인 라이트하우스(Light House)에서는, 매년 도전 정신을 가지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 3명을 선정하여 홀맨상(Holman Prize)을 수여하고 있다. 이번 기고에서는 지난 7월 10일 발표된 2018년 홀맨상 수상자 세 명을 소개한다.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레드 셀(Red Szell), 시각장애인을 위한 여행정보 사이트를 개발하는 스테이시 설방카(Stacy Cervenka), 멕시코 시각장애인을 위한 워크샵을 개최하는 콘치타 헬난데즈(Conchita Hernandez)가 그 주인공이다.

레드 셀, 철인 3종 경기 도전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하는 영국의 레드 셀. ⓒLight House

영국의 레드 셀(Red Szell)은 4년 전인 2014년,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스코틀랜드의 사암층 기둥인 ‘올드맨 오브 호이(Old Man of Hoy)’를 등반했다. 이번에는 홀맨상의 상금으로 훈련을 이어가, 산악자전거 10마일을 타고 바다수영을 하고 200피트에 달하는 해안절벽을 오르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다.

영국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란 레드는, 어릴 때부터 나무 타는 것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아이였다. 어린 시절, 유명한 산악가 크리스 보닝턴(Chris Bonington)이 ‘올드맨 오브 호이’에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감명 받아 언젠가 반드시 도전해 보고자 다짐했다.

이후 수많은 산을 오르며 암벽 등반을 연습했고, 캠브리지대학에 입학하면서 꿈을 이루는 듯 했다. 레드는 20살의 어느 날, 길을 걷던 중 갑자기 기둥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점차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한동안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홀로 산에 올라 발을 헛디디고 20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다행히 수풀에 떨어져 목숨은 구할 수 있었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고, 결국 암벽 등반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말았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점차 흰 지팡이 사용법, 점자, 요리, 청소 등 시각장애인의 삶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워 갔다.

그렇게 성공한 작가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가던 어느 날, 우연히 가게 된 실내 체육관에서 그의 재능을 알아본 강사의 권유로 암벽 등반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삶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암벽 등반에 있어서도 시각장애는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등반을 다시 시작했을 때, 마치 산을 좋아하는 12살의 아이로 돌아간 것 같았다.

몇 년간의 끈질긴 연습 끝에 그는 마침내 449피트에 달하는 ‘올드맨 오브 호이’를 오른 첫 번째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좀 더 강도를 높여 내년 7월, 산악자전거, 바다 수영, 해안절벽 등반을 완주해야하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다. 그는 연습과정과 도전을 영상으로 기록해 시각장애인들에게 꿈과 열정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저는 한때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서 맥주나 마시며 제 인생을 원망하고, 우울증에 빠져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시간 낭비였던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꿈과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스테이시 설방카, 시각장애인 위한 여행정보 공유사이트 개발

스테이시 설방카(오른쪽 두 번째)와 그의 가족. ⓒLight House

미국의 스테이시 설방카(Stacy Cervenka)는 2018 홀맨상의 상금으로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의 여행을 돕기 위한 웹사이트 ‘블라인드 트래블러스 네트워크(Blind Travelers Network, BTN)’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웹사이트는 유명 여행정보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와 같이, 많은 사람들의 정보 공유를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접근가능한 장소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고, 해외여행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접했다. 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찾지 못하는 등 여행 중 많은 장벽에 부딪혔다.

“제가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를 할 때였어요. 승마를 하고 싶어서 준비도 하고, 비용까지 지불했는데 말을 앞에 두고도 타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법적으로 고소를 할까도 했지만,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라며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좌절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수많은 여행정보 사이트들을 뒤져도,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 2년 전, 가족들과 함께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시각장애인의 페이스북에서 정보를 구했지만, 여전히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웠다.

그녀가 개발하고 있는 BTN은 시각장애인들이 방문했던 여행지 정보를 공유하고, 가고 싶은 곳에 대해 서로 질문하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동시에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할 것이다. 그녀는 “제 목표는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홀맨상을 통해 만들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홀맨상의 시상을 주관하는 라이트하우스의 CEO 브라이언 바신(Brian Bashin)은, “지금까지 시각장애인들은 접근가능성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스테이시 덕분에, 이제 우리는 다음 여행을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콘치타 헬난데즈, 멕시코 시각장애인 ‘삶을 변화케 할’ 워크숍 개최

멕시코의 시각장애인 워크샵을 계획하는 콘치타 헬난데즈. ⓒLight House

현재 특수교육 박사과정 중인 미국의 콘치타 헬난데즈(Conchita Hernandez)는 홀맨상의 상금으로 고향인 멕시코에서 시각장애인과 가족, 전문가의 역량강화를 위한 워크숍을 실시할 예정이다.

콘치타가 4살이던 때, 그녀의 부모님,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오빠와 함께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멕시코 시각장애인들 가운데 직업을 가지지 못한 채 정부가 배급한 복권을 팔거나, 길에서 과자를 팔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교육의 기회가 보장되어 있지 않아, 시각장애아동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공립학교가 시각장애아동을 가르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알게 된 그녀는 2000년대 초부터 비영리단체 METAS(Mentoring Engaging and Teaching All Students, 모든 학생들을 상담하고 포함시키고 가르치기)를 통해 멕시코를 중심으로 시각장애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작년에는 텍사스의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시각장애인 이민가정을 대상으로 작은 워크샵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홀맨상의 상금을 가지고 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할 계획이다. 내년 7월, 약 4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멕시코의 도시 과달라하라에서 ‘체인징 라이브즈(Changing Lives)’이라는 테마로 워크숍을 개최한다. 점자, 일상생활 등 시각장애인의 삶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참가자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줄 예정이다.

콘치타는 “저는 사람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위해, 삶의 존엄성을 위해 꼭 국경을 넘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각장애인들도 어디서 태어났든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해요.”라고 말했다.

※ 출처:

http://holman.lighthouse-sf.org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진솔 주임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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