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의 빈틈이 있었다면

사랑했을 것이다

사랑했을 것이다

어둠은 내려 앉는데 음~ 음

그대 들려줄 한줄 시도 못쓰고

기억속으로 차가운 안개~비

안개비만 내린다

홑이불처럼 사각거리며

가슴 저미는 그리움 쌓이고

세상이 온통 시들었어도

깊고 고요한

그대 품에서 잠들었으면

잠시라도 잠들었으면

그대 들려줄 한줄 시도 못쓰고

기억속으로 차가운 안개비

안개비만 내린다

홑이불처럼 사각거리며

가슴 저미는 그리움 쌓이고

세상이 온통 시들었어도

깊고 고요한

그대 품에서 잠들었으면

잠시라도

잠들었으면

그대 품에서 잠들었으면

그대 품에서 잠들었으면

그대 품에서 잠들었으면

그대 품에서 잠들었으면'

이 시는 ‘그대 품에 잠들었으면’이라는 노래 가사이다. 조기원 작사, 백영규 작곡으로 박정수가 불러서 1991년에 히트한 노래이다. 어두움은 내려앉고 차가운 안개비가 내리는데 홑이불처럼 사각거리며 그리움이 쌓일 때 잠시라도 그대 품에서 잠들고 싶다는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일까?

배강오 씨. ⓒ이복남

‘그대 품에 잠들었으면’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무렵, 그대 품에서 잠들고 싶다는 것은 단지 꿈에 불과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꿈은 조금씩 가까이 다가왔고 마침내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배강오(1962년생) 씨는 대구 수성동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부모님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지게꾼이었고 어머니는 야채 행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누나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 지 소식도 잘 모른다고 했다.

성당못 수변무대 공연하는 배강오 씨. ⓒ이복남

“어렸을 때는 어머니 등에 업혀 다녔고 서너 살이 되자 하루 종일 누나와 방안에서만 놀았던 것 같습니다.”

다섯 살 때 쯤 홍역을 앓았다. 열이 엄청 올라서 아이는 울고 보채며 사경을 헤매는데 어머니는 어찌 할 바를 몰라서 아이를 업고 발만 동동 굴렀다. 부모님은 돈도 없었고 홍역에 대처하는 방법도 잘 몰랐기에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며칠인가 흘렀다.

“열 내린다고 토끼 똥도 삶아 먹였다고 합디다.”

홍역으로 끓던 열은 그의 시신경을 마비시켰고, 그렇게 정신이 없는 사이 소아마비가 파고들었는데 아무도 그 사실조차 몰랐다. 그는 그냥 힘이 없어서 누워서만 지냈다. 부모님도 홍역 뒤 끝이라 힘이 없어서 그런 줄만 알았다. 사실 밥 먹고 살기에도 급급했던 것이다.

병원 한 번 제대로 못 가본 채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에 눈은 멀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리에는 힘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부모님은 눈물을 머금고 용단을 내려야 했다. 부모님은 시각장애와 지체장애가 중복된 아이를 더 이상 기를 수가 없었다.

“7~8세부터 시설에서 자랐는데 그 때는 집보다 좋았습니다.”

A재활원에서는 집에 있을 때보다 옷도 잘 입었고 밥도 굶지 않았고, 그는 또래 아이들보다 2~3살 많았지만 학교에 다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A재활원에 맹학교는 없었기에 양목발을 짚고 일반학급에서 공부를 했다.

경상감영공원에서. ⓒ이복남

교과서는 얼굴 가까이에 대고 겨우 읽을 수는 있었으나 칠판 글씨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A재활원에는 A중학교도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A중학교에 입학했으나 학교에서는 그가 안 보여서 가르치기 어렵다고 했다.

중학교를 그만 두고 집(재활원)에서 놀고 있었는데 한 자원봉사자가 맹인학교를 소개해주었다.

“광명학교로 보내주시데요.”

<대구 광명학교는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 1946년 대구맹아학원으로 설립, 1947년 초등과 설립, 1959년 3월 대구광명학교로 인가 받은 특수 사립학교이다. 현재는 유치부,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전공과를 두고 있다. -필자 주>

광명학교에서는 모두가 시각장애인이므로 점자도 배웠고, 체육시간에는 축구도 하고 야구도 했다. <2편에 계속>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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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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