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청각장애인 예술인 홈페이지. 말리는 이곳을 통해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icoda 홈페이지 캡처화면) ⓒ샘

그녀는 평생을 스크린에 몸답고 살았다. 그녀의 최초의 연기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비롯되었다. 7세 때의 일이다. 그 후로 쉼없이 몰두해 47세인 올해로 연기 생활 40년째 접어든다. 그동안에 출연한 영화, 드라마는 헤아리기가 어렵다.

ICODA(국제 농아인 예능 센터) 어린이 극장, 이곳이 그녀가 최초로 연기를 시작한 곳이고 그녀를 연기자로 발돋음하게 만든 곳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 이곳에서 수많은 연기를 했다.

그녀의 탁월한 연기력은 헨리 윙클러에 의해 발견되었고 TV 드라마 ‘칠드런 오브더 레서 갓’(이하 칠드런)에 출연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거대한 드라마에 발탁된 것은 그녀에게 최고의 행운이었다.

칠드런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하자 그녀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배역도 청각장애인에서부터 비청각장애인 역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녀의 패기있고 발랄한 연기를 보며 사람들은 경이롭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수상이라는 것은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있다면 그녀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수도 없이 탄 상은 이제 나열하는 것조차 지루한 느낌이 들 정도다. 수 억의 미국 인구 중에서 그해 한명에게 주어지는 권위있는 상들에서 호명 되었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말리에게 수상이 의미가 있다면 최고에 최초까지 붙는다는 것이다. 기록을 살피자면 가장 어린나이에 오스카 상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가를... 거기에 'Marlee Bethany Matlin'으로 나와 있다.

21세 때의 일이다. 가장 적은 숫자의 드라마에 출연한 후로 골든 글로브 상을 수상한 사람은 누구일까? 역시 'Marlee Bethany Matlin'로 되어있다. 단 네 편의 드라마로 최고의 배우 상을 받은 것이다.

제일 젊은 사람에게, 그리고 별로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은 사람에게 미국 최고의 연기상을 수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관록이 붙어야만 받을 수 있는 상을 통례를 무시하고 상을 받은 데는 그럴 만한 절대적인 이유, 즉 누구도 따르지 못하는 탁월한 연기력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 장애인이기 때문에 받는 인정 점수라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생각은 비정상이다.

기자의 대학 시절, 절친한 친구하나는 한 과목을 통과하지 못해 13년을 다닌 끝에 졸업을 했다. 친구에게 ‘교수와 이야기 좀 해서 잘 해보지.’라는 말을 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 받았을 정도니까.

말리는 피말리는 경쟁의 사회에서 2등도 아닌 최고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녀의 수상 경력 하나를 더 말하자면 에미상을 네 번이나 수상했다는 것, 이제 그 외에 받은 상들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님에도 모두 소소해져 버리고 말았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