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 축구대표팀 주장 정준영(사진 왼쪽)이 브라질 1부리거 선배 김현솔에게 대표팀 선수전원 사인이 담긴 기념품을 건네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한국 축구 후배들을 응원하러 왔습니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 지구 반대편에서도 대한민국은 '축구'로 통했다.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 아르헨티나와의 축구경기 취재 중 대한장애인체육회 현지통역 및 지원을 맡은 '축구선수' 출신 브라질 교포 김남규씨가 "카시아스두술 연고 브라질 1부리그 팀에 한국 선수가 있다"고 귀띔했다. 마침 각 경기장을 도는 선수단 관계자들을 통해서도 "브라질 1부리그 한국 축구선수가 배드민턴장에 응원 왔더라"는 목격담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 소문 속의 '한국인 브라질 1부리거'가 지난 3일 저녁,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 스완호텔을 찾았다. 한국에서 온 청각장애 축구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바로 2016년 서울 이랜드, 201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며 K리그 팬들에게도 낯익은 미드필더 김현솔이었다.

낯선 브라질 땅에서 '축구전쟁' 중인 데플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선배 김현솔을 뜨거운 박수로 반겼다. 김현솔은 "우리 대표팀이 이곳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왔다"며 살가운 인사를 건넸다. 2살 위 젊은 지도자 김영욱 감독(33·용인대 코치)이 김현솔의 축구 이력을 상세히 소개한 후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고, 사인을 교환하고, 사진을 찍으며 따뜻한 응원을 나눴다.

김현솔은 강호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에 1골 차로 석패한 후 이집트, 프랑스전 승리가 절실한 데플림픽 후배들을 향해 "시차도 있고, 어려운 환경이지만 부디 파이팅하고 좋은 경기 하길 바란다.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승우와 동갑내기 '대표팀 미드필더' 김종훈(25)은 선배 김현솔의 플레이를 또렷히 기억했다. "2016년 서울 이랜드 중계를 보며 김현솔 선배님의 플레이를 본 적이 있다. 브라질 프로팀 출신인데 패스도 좋고 정말 잘 뛰셔서 되게 좋아했었다"고 팬심을 털어놨다. "아르헨티나에 아쉽게 졌지만 남은 이집트, 프랑스전은 꼭 이기고 싶다. 선배님의 응원이 큰힘이 될 것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축구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쉼없이 달려온 청각장애인 대표팀 선수들처럼 브라질 현지에서 '시코(CHICO)'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김현솔 또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선수다. 80년대 파라과이로 이민 온 부모님은 축구재능이 충만한 두 아들을 위해 브라질로 이주했다. 2010년 브라질 클럽에서 축구 경력을 시작한 이후 브라질 1~3부리그, K리그 1~2부 팀들에 잇달아 도전하며 10년 넘게 쉼없는 프로의 삶을 이어왔다.

지난 시즌부터는 브라질 1부리그 EC주벤투지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중이다. 특히 지난 시즌 강등의 명운이 결정되는 강팀 코린치안스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살 떨리는 페널티킥 결승골을 보란 듯이 성공시키며 팀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그는 카시아스두술이 사랑하는 선수, 이 지역의 축구 영웅이다. 호텔 곳곳에서 김현솔을 알아본 지역 팬들의 사인,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했다.

김현솔은 "저는 축구선수니까, 한국대표팀이 이곳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당연히 인사도 드리고, 제가 있는 팀 홈경기에 초대도 하고 싶어서 왔다"고 한달음에 달려온 이유를 설명했다. "브라질에서 10여 개 팀을 다녔는데 카시아스두술에 있을 때 한국서 온 데플림픽 축구 후배들을 만나게 된 건 보통 인연이 아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김현솔은 김영욱 감독에게 주말 홈경기, 대표팀 후배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뜻도 전달했다. 김 감독은 "브라질 프로축구를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좋은 제안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 경기 일정이 허락한다면 꼭 가보고 싶다. 우리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과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31살 축구선수 김현솔의 꿈은 브라질과 한국을 오가며 쌓은 '찐 프로'의 경험을 보다 많은 후배들과 나누는 것이다. 남미에서 나고 자라, 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축구의 꿈을 포기한 적 없다"고 했다. "축구는 재밌지만 정말 힘들다. 지면 속상하고, 경기에 못나갈 때도 있고, 하고 싶은 만큼 안 뛰어질 때도 많다. 수많은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고, 10년 넘게 어떻게 경기를 준비해왔는지 나만의 경험들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떠난 후에도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는 K리그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늘 응원해주시고 좋은 문자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곧 다시 인사드릴 날이 오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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