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 오태일(우측)이 가이드인 정창기 코치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심폐기능은 물론 팔, 다리 운동 등 전신운동도 되는 크로스컨트리만큼 장애인에게 좋은 운동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 11일 제6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스키장에서 만난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스키 국가대표팀은 크로스컨트리의 장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스키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스키. 노르딕 스키의 한 종목인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표고차 200m 이하의 눈 쌓인 들판에서 지정 거리를 누가 빨리 달리는지를 겨루는 경기이다. 자연지형의 오르막, 평지, 내리막 비율이 3분의 1씩 구성된 코스를 정해진 주법(클래식, 프리)으로 완주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동계패럴림픽의 정식종목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장애인동계체육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07년에 열린 제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다. 당시 시범종목으로 첫 선을 보인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제5회 대회 때 정식종목(시각, 청각, 지적장애, 스탠딩)으로 채택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좌식까지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선수가 부족해 좌식 부분은 시범경기로 치러진다.

현재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로는 서보라미(23·지체장애 1급·강원), 임학수(22·시각장애 5급·강원), 오태일(19·시각장애 1급·서울) 등 3명이 활동하고 있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를 시작한 지 각각 2개월, 3년, 3개월에 불과한 경력이지만 이들은 우리나라 크로스컨트리의 1세대로 기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노르딕스키 사상 첫 메달 획득한 임학수

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 서보라미, 임학수, 오태일(좌측부터). ⓒ에이블뉴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스웨덴 솔레프티아에서 열린 ‘2009 패럴림픽 윈터월드컵대회’에 출전해 크로스컨트리 시각장애인 스프린터 경기(1.2Km)와 클래식 경기(20km)에서 각각 3위에 입상한 임학수는 우리나라 노르딕스키 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함과 동시에 2010년 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게 됐다.

크로스컨트리에 입문한 지 3년차인 임학수는 고등학교 때까지 중·장거리 육상 선수로 활동했었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하게 된 임학수는 “스피드를 내는 단거리보다는 끈기와 지구력을 요하는 중·장거리가 더 좋은데 스키에도 그런 게 있더라고요.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제 적성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한계나 고비를 맞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임학수는 “선수라면 누구나 한계나 고비가 찾아오겠죠. 이러한 고비를 넘기기 위해 더 노력했어요. 그게 고비를 극복한 방법인 거 같아요”라고 의연히 말했다.

임학수의 장점을 심폐기능과 근성이라고 국가대표팀 박기호(45) 감독은 말한다. “순발력과 지구력이 좋아 스프린터와 클래식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유럽의 선수들은 10년 이상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왔는데 이제 3년차인, 대회를 준비한 지 6개월여밖에 안된 상태에서 월드컵에 나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낸 것은 학수의 근성 때문인 것 같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잘 이기고 이렇게 짧은 시간에 급성장 했다는 점에서 100점 만점에 90점을 준다.”

현재 임학수의 목표는 2010 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 금메달. 동계체전이 끝난 뒤 대표팀 훈련소가 있는 용평으로 내려가 3월에 있을 두 차례의 월드컵시리즈를 준비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유럽선수들과 실력을 겨루고 기량을 보완해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목표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동계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서보라미

크로스컨트리 스키 좌식 부문 국가대표인 서보라미는 휠체어 럭비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7년 대학생 어울림대회에 참가하면서 처음 스키를 접해 본 서보라미는 대한장애인스키협회측의 권유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시작하게 됐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왜 그렇게 힘들게 뛰는지…. 그런데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한계를 극복하고 성취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서보라미의 꿈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다. 또한 여성장애인의 롤 모델이라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동계장애인체육에 여성장애인의 참여가 부족해요. 그런데 저를 보며 동계종목에서 여성장애인의 참여가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또한 서보라미는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저와 같은 장애인에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심폐기능도 향상되고 평생 즐길 수도 있고…. 많이 참여해서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걸음마 시작한 크로스컨트리 과제는 선수 발굴

우리나라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팀은 강원도 용평에 있는 훈련소에서 여름철에는 롤러스키와 웨이트트레이닝, 산악훈련 등 체력훈련을 중점적으로 하고, 겨울철에는 설월을 가르며 실전훈련을 중점적으로 하며 실력을 가다듬고 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국내에서 시작된 지는 이제 3년. 걸음마를 막 시작하는 단계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최대 과제는 여타 장애인체육 종목과 마찬가지로 ‘선수 발굴’이다.

박 감독은 “비장애인은 300명 정도의 선수들이 현재 크로스컨트리 스키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동호회 회원들은 100명 정도가 된다. 비장애인의 경우도 선수층이 넓고 두터운 편이 아니지만 장애인은 20~30여명 정도만이 크로스컨트리 스키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애인이 크로스컨트리를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활성화 해 좋은 선수를 발굴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감독은 “국가대표선수들이 20대 초반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젊어 발전 가능성이 많다. 또 2010년 올림픽은 물론이고 2014년, 2018년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학수의 경우 실업팀에 입단해 전폭적으로 운동에 몰두할 수 있지만 올해 대학교를 졸업하는 보라미는 갈 곳을 찾아야 한다”며 “이렇게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운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실업팀의 문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팀의 박기호 감독, 김운기코치, 전창기 코치, 오태일, 임학수, 서보라미(윗줄 좌측부터 시계방향).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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