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는 ‘장애인영화접근 시범사업과 향후과제’ 세미나가 진행됐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와 비장애인들이 영화를 보면서 방해받지 않을 권리 중 우선되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두 가지 권리가 충돌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지난 2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제6회 장애인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진행됐던 ‘장애인영화접근 시범사업과 향후과제’ 세미나에서는 장애인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들이 논의됐다.

영화진흥위원회측에서는 한글 자막 때문에 비장애인 관객이 들지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며, 장애인계에서는 설문조사를 인용해 한글자막이 삽입된 영화를 본 비장애인 중에 방해를 받지 않았다는 관객이 훨씬 많았다고 반박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방안은 폐쇄자막 시스템등의 도입. 이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영화진흥법 개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글자막 때문에 관객 줄어”=발제를 맡은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부 김보연 대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소재 상영관의 총 좌석 7만85석 중 장애인좌석은 377석으로 중구는 가장 많은 76석의 장애인좌석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서초, 강동, 동작구는 장애인좌석이 단 한 석도 없었다.

발제를 맡은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부 김보연 대리. <에이블뉴스>

김 대리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장애인 편의시설 마련을 위한 극장 개·보수의 경우 무이자 융자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나 융자를 받은 극장이 한군데도 없다”며 “이는 극장주들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리는 한글자막·화면해설상영 사업에 대해서는 장애인 참여 부족과 비장애인의 인식부재, 극장의 수익감소에 따른 사업의 지속성 보장여부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리는 “한글자막·화면해설상영의 경우 실제 환불요구나 자막이 들어가 있는 영화는 불편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관객이 한 명도 들지 않는 회차가 발생했다”며 “이 사업에 동참한 극장은 사업 의의와 공익성에 동의해서 함께 주최로 나선 것이지만 눈에 보이는 관람객 수의 저하는 계속 극장 측이 수익 감소를 감수하라고 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선별적 자막시스템 도입 필요=2004년 당시 국회 문광위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이 발의한 ‘영화진흥법 개정안’과 관련해 김 대리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은 한국영화 상영 시 한글자막상영을 극장주들에게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극장주들에게 시스템구축비용, 관객감소 등의 이유로 반발을 살 것이 분명하다”며 “극장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 세금혜택 등의 유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리는 “장애인의 극장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10%의 장애인관람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제작사들이 영화제작을 할 때, 한글자막상영이 가능한 테이프와 화면해설용 녹음테이프 제작을 의무화하고, 한글자막을 필요로 하는 관객에게 선별적으로 행해지는 자막시스템, 폐쇄자막방식을 상용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국민들에게 이해 구해야”=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이정자 상임연구위원은 지난 6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한글자막이 삽입된 한국영화를 본 비장애인 관객 5천330명 중 619명, 청각장애관객 450명 중 2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보고했다.

장애인관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중 자막상영과 관련한 과제 중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 ‘자막(해설)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8.1%로 가장 많았고, ‘보청시스템도 의무화해야 한다’ 19.5%, ‘지방까지 확대해야 한다’ 11.5%, ‘잘 모르겠다’ 0.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비장애인관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중 자막이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방해가 안됐다’라는 응답이 73.5%로 ‘방해가 됐다’는 응답 26.5%보다 훨씬 많았다. 향후 자막이 상영되는 한국영화를 다시 볼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있다’는 응답이 76.3%로 ‘없다’는 응답 23.7%보다 훨씬 많았다.

자막영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50.6%로 가장 많았고, ‘지속돼야 한다’ 33%, ‘필요하지 않다’ 11.6%, ‘모르겠다’ 4.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은 “관련 기술이 개발되기까지 당분간은 오픈자막일 수밖에 없으므로 일반 국민의 이해를 당부하는 홍보가 필요하다”며 “자막 영화를 보는 경우 할인이나 마일리지 부여 등 영화진흥법 개정 이후 저항을 줄이면서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위원은 “장애인의 영화 감상권을 보장할 수 있는 관련 기술의 개발 촉진과 실질적 중·단기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영화진흥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고 장애인영화감상 시범관 운영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