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 내 놔!” 시체가 벌떡 일어나서 쿵쿵쿵 한쪽 다리로 뒤쫓아 오는 전설의 고향이 아니고 SBS 아침 드라마 ‘사랑이 오네요’에서 신다희가 외치는 말이다.

드라마 ‘사랑이 오네요’ 에서 김상호(이훈 분)는 파파그룹의 사위다. 파파그룹의 나대기(박근형 분) 회장은 처음부터 김상호를 맘에 들어 하지 않았으나 딸 나선영(이민영 분)이 김상호를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허락했다.

파파그룹의 아들 나민수(고세원 분)는 하라웨딩을 운영한다. 하라웨딩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신다희(심은진 분)는 김상호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김상호의 내연녀다.

신다희의 교통사고. ⓒSBS

김상호는 파파그룹의 회장이 되기 위해 장인과 아내 나선영을 속이고, 내연녀 신다희와 짜고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여 SD컴퍼니 밥스에게 맡긴다. 그리고 파파그룹 임시 주주총회에서 SD컴퍼니 대리인으로 참석한 신다희에 의해 김상호는 파파그룹의 새 회장에 선출된다.

그런데 김상호가 회장 취임식도 하기 전에 신다희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선을 보게 된다. 그 무렵 검찰에서는 파파그룹의 비자금을 발견하고 나대기 전 회장을 불렀으나 나대기는 SD컴퍼니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자 검찰에서는 SD컴퍼니 대표 밥스를 부른다.

한편 신다희는 김상호가 파파그룹 회장이 되면 파파그룹의 안주인이 될 거라고 생각다가 김상호가 선을 본다는 것에 분개한다. 거기다 밥스가 검찰에 소환 당했다는 것을 알고는 금고에 감춰 두었던 돈을 챙겨 미국으로 달아날 준비를 한다.

김상호가 파파그룹 회장 취임식에서 이제 막 인사말을 끝냈는데 검찰에서 들이닥친다. 김상호는 수중에 돈 한 푼 없이 쫓기는 신세가 되자 신다희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금고를 열어보니 금고는 이비 텅 비어 있었다.

신다희는 이미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도심 한가운데 호텔에서 미국인 행세를 하며 밀항을 기다리는데 김상호는 밥스를 협박해 신다희를 불러낸다. 신다희가 김상호를 보고 도망가는 바람에 김상호가 뒤쫓아 가서 옥신각신 몸싸움을 하게 된다. 신다희가 김상호를 뿌리치고 찻길로 뛰어 들었는데 마침 차가 한 대 달려온다.

신다희의 울부짖음. ⓒSBS

김상호는 쓰러진 신다희에게는 관심도 없고 그가 가진 돈가방을 빼앗으려하자 사고차량 운전자가 “왜 가방을 뺐느냐”며 항의하는 바람에 가방은 포기하고 도망간다. 그리고 신다희는 119에 실려 간다.

며칠인가 지나서 신다희는 눈을 뜬다. 정신을 차린 신다희는 그제야 자신의 다리 부분을 만져 보고는 소리친다. “내 다리 내 놔!” “누가 내 다리를 잘라라 했어!” 신다희는 자신의 한쪽 다리가 절단 된 것을 알고 울부짖는다.

“그 놈 때문이야.” 신다희는 자신의 처지가 김상호 때문이라 생각한다. “김상호 좀 데려다주세요. 제발 내 손으로 좀 죽이게 해 주세요” 신다희는 소리 지르고 몸부림치며 울부짖는다. 그러다가 링거 줄을 목에 감으며 죽겠다고 자살소동을 벌인다.

수사관은 하는 수 없이 신다희를 묶으라고 한다. 두 팔이 묶인 신다희는 상실감과 분노로 치를 떤다. “금방석, 내 인생의 원수 금방석. 그 인간만 아니었더라면. 그 인간 꼬임에만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모든 것이 김상호 때문이라며 눈물을 흘린다.

신다희의 자살소동. ⓒSBS

많은 장애인들이 교통사고나 산재사고 등으로 팔이나 다리를 잃기도 한다. 물론 뜻하지 않게다. 장애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고 자신이 그렇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된 지체장애 1급 A씨는 드라마를 보면서 “아마 나도 저랬을 거예요.”라고 했다. 지체장애 2급인 B씨는 신다희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지체장애 3급인 C씨는 “나쁜 짓만 하더니 오지다.”고 했다. 또 다른 장애인은 신다희의 교통사고가 ‘꼬시다’고도 했다.

시청자게시판에 신다희의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내용이 없었고 ‘신다희와 김상호가 벌 받은 것’이라고 말들은 많았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동안 김상호와 신다희는 빨리 감옥으로 가야 된다고 했었다.

경상도 말로 ‘오지다’는 ‘화를 당해도 당연하다’는 의미이고 ‘꼬시다’는 ’고소하다'는 뜻이다.

신다희가 다리를 잃은 것에 대해 경상도 말로 ‘오지다’ 또는 ‘꼬시다’라고 한 것은 ‘벌을 받아도 싸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장애는 정말 죄에 대한 벌일까.

그건 아니다. 물론 ‘사랑이 오네요’ 드라마에서는 신다희가 나쁜 짓을 하고 도망을 가다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기는 했다. 그러나 장애를 나쁜 짓에 대한 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자연의 섭리다. 누구나 날 때부터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조건 속에 살아간다. 그러다 병들거나 다치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면 장애를 가지고 죽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는 아니니까’ 장애는 죄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는 탓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를 아직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고 산업 사회의 불가항력으로 장애를 입었지만 장애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사는 계기가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거듭나게 되는 축복이 되기도 한다. ‘사랑이 오네요’에서 신다희 역을 잘 해 준 심은진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장애는 결코 죄에 대한 벌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 같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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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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